“굿바이 소셜커머스”

[백기자의 e知톡] 소셜커머스 과거·현재·미래

유통입력 :2017/03/15 18:06    수정: 2017/03/15 18:18

2010년 등장해 온라인쇼핑 성장을 이끌었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판매 상품을 다양화해 회사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고, 중개사업자 특성상 상대적으로 법적 책임도 덜 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오픈마켓 중심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안겼던 소셜커머스들의 ‘퇴장’이 본격화 되는 지금,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의 태동기와 성장 과정을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볼까 합니다.

■2010년 소셜커머스 탄생…‘빅딜’로 화제

2010년 ‘소셜커머스’로 불린 쿠팡, 티몬, 위메프가 출시되면서 오픈마켓 중심이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양한 의사소통 플랫폼이 그날에 뜬 ‘빅딜’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고, 소셜커머스 붐을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야, 너 이거 봤어? 빨리 사 대박이야”라는 지인의 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 업계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김범석 쿠팡 대표, 펜실베이니아대학을 나와 맥킨지에서 근무한 신현성 티몬 대표, 네오플 성공주역 허민 위메프 창업주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학벌 좋고 성공을 경험한 이들이 왜 검증되지 않은 소셜커머스 사업에 뛰어들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허민 위메프 창업주.

위메프는 2010년 10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60% 할인 판매해 10만장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이듬해 티몬은 크리스피도넛을 절반가격으로 선보여 인터넷에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쿠팡의 경우 홈플러스 상품권을 50% 할인된 가격에 10만장 판매해 호응을 얻자, 20만장을 추가 판매하는 등 히트를 쳤습니다.

이런 빅딜이 빈번히 터졌고, 소비자들은 마치 횡재하는 기분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돈이 지출됐지만, 돈을 번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즐겼습니다. 이 덕분에 홍보가 어려웠던 길거리 음식점, 마사지 숍, 네일숍 등이 쿠폰을 들고 찾아온 손님으로 붐볐습니다. 자연스럽게 소셜커머스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했습니다.

이용자들은 매일 밤 자정 새롭게 올라오는 딜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하듯 PC나 스마트폰을 켰고, 가성비 좋은 상품을 구매하고 지인에게 알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딜 오픈 시간을 오전으로 바꾸자, “직원들이 매일 아침 출근하면 소셜커머스 3사 딜부터 확인하느라 일을 늦게 시작하더라”라는 직장 상사의 푸념도 들렸습니다.

소셜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은 ‘큐레이션’이었습니다. 경쟁사가 봐도 “앗, 그건 내가 미처 몰랐다” 혹은 “우리가 하려던 건데”라고 할 만큼 좋은 서비스나 상품을 선별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이는 것이 주 무기였습니다. 소위 ‘대박’ 상품이 지금 소셜커머스 3사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 성장통 이겨낸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으로 진화

소셜커머스 CI

성장통을 겪듯 크고 작은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백화점 상품권을 판매한 업체의 ‘먹튀’ 사건으로 피해자가 생기는가 하면, 안마사협회의 반발로 마사지 쿠폰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또 신간 도서를 다른 책과 교묘히 묶어 판매해 도서정가제를 무력화 시킨 문제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보면 그 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핫’한 상품들이 거침없이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업 이슈로는 2015년 위메프가 채용 과정의 실책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고, 쿠팡은 ‘로켓배송’과 관련해 택배업단체들과 오랜 기간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티몬은 리빙소셜에 매각된 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루폰에 인수당하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설움도 겪었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쿠폰 사용 시 발생되는 품질 논란과,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에서 비롯된 환불 및 반품 문제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더 커지고 단단해진 쿠팡, 티몬, 위메프는 어느 날부터 소셜커머스란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지마켓, 11번가,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 형태로 상품 구성과 판매 방식을 전환한 것입니다.

소비자 보호 문제 이슈 불거지자 소셜커머스 3사가 힘을 모아 상담센터를 열기도 했다.

직접 소수의 좋은 딜을 발굴해 선보이는 것에서, 잘 팔리겠다 싶은 다량의 상품을 올리고 여러 판매자들을 끌어안는 형태로 전환을 꾀한 것이죠. 예전과 같이 한정된 상품수로는 더 많은 거래액과 매출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최근에는 쿠팡이 지역딜 종료를 선언했고, 위메프가 오픈마켓으로의 업태 전환을 공식화 했습니다.

티몬의 경우 예외적으로 완전한 중개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망설이고 있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오픈마켓과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티몬은 또 오픈마켓처럼 검색 광고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수익 모델까지 곧 도입할 예정입니다.

소셜커머스 3사의 성장 과정에서 많은 투자도 이뤄졌습니다. 2015년 쿠팡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고, 그 후 티몬과 위메프 역시 1천억원대가 넘는 자금을 수혈 받아 덩치를 키웠습니다.

■끝나지 않은 치킨게임…“불투명한 미래”

김범석 쿠팡 대표.

아직도 쿠팡, 티몬, 위메프 3개사의 ‘치킨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장기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오픈마켓 사업자와도 힘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일으켰던 소셜커머스는 사라지고, 비슷한 모습을 한 여러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줄 지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모습입니다.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규모 유통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어 전자상거래와 전통 유통과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습니다. “언제까지 적자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부터, “상품이 다 거기서 거기”란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젠 투자 받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유의미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넘겨야할 것”이란 부정적인 얘기까지 들립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규모는 65조원으로 추산됩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쇼핑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8년이면 1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아직도 전통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뺏어올 영역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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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대표.

미국의 아마존도 7년 간 적자를 버텨내고 지금과 같은 거대한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아마존을 보고 바쁘게 달려온 기존 소셜커머스 3사들은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는 아마존처럼 성장의 탄력을 받겠지만, 또 누구는 정체되거나 낙오될 수 있는 변곡점에 와 있는 건 아닐까요. 또 상품, 가격, 배송의 차별화를 꾀했던 이들이 성장을 위해 새롭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안겨준 소셜커머스를 떠나보내야 하는 지금, 앞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얼마큼 성장하고 어떻게 재편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변신이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불러오고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