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IE-크롬 세상'에 왜 웨일인가

"변화없는 웹브라우저에 새 바람" 야심

인터넷입력 :2017/03/14 14:16

손경호 기자

네이버가 새 웹브라우저 '웨일'을 내놓은데 이어 오픈베타서비스를 통해 일반 사용자 모시기에 나섰다.

시장 상황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왜?"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 대다수가 인터넷익스플로러(IE)나 크롬 웹브라우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PC나 노트북을 켜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대표 웹브라우저들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네이버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답을 내놓는다.

웹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브라우저를 직접 개발,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더 쉽게 도입할 수 있게 지원하고, 외부 개발자들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웹 생태계를 꾸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네이버는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뷰(DEVIEW)'에서 앞으로 기술 방향성을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으로 정의했다. 사용자 환경을 이해하면서 편리함을 주고, 지능을 부여해 사용자가 뭔가를 요청하기 전에 알아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최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네이버와 라인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오감인식 인공지능 기술 플랫폼 '클로바(Clova)'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음성인식은 물론 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각을 AI가 이해할 수 있게 하겠다는 메시지는 결국 사람이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가지 부분들을 AI가 알아서 도와주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웨일브라우저에서는 모바일웹 화면을 그대로 브라우저 내에서 볼 수 있다.

■ 생활환경지능 구현하기 위한 창구

14일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를 만나는 창구역할을 하는 웹브라우저를 직접 개발, 서비스하는 이유에 대해 생활환경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연장선에서 봐달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포털을 통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들을 가장 처음 만나볼 수 있는 수단이 웹브라우저다. 모바일에서는 앱을 통해 자사 서비스를 더 보기 좋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기능을 얹을 수 있지만 PC나 노트북에서 쓰이는 외부 웹브라우저만으로는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생각이다.

웨일브라우저는 옴니태스킹을 기본 지원한다. 이전 웹브라우저가 탭을 통해 새 창을 열어야지만 다른 내용을 볼 수 있었다면 웨일은 하나의 창을 분할해서 서로 다른 내용을 보도록 돕는다. 한쪽에서는 네이버 검색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SNS를 확인하거나 검색결과 혹은 뉴스 등 콘텐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었던 모바일웹 화면도 PC나 노트북에서 따로 창을 띄우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 그대로 표시되도록 한 점도 새로운 기능이다.

■ 플랫폼-사용자 다 잡겠다

네이버는 크게 플랫폼, 사용자 관점에서 웨일이 필요했다고 강조한다. 웨일은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네이버가 가진 콘텐츠를 보여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네이버측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웹 콘텐츠가 있더라도 브라우저가 이를 받쳐줄 대응 기술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며 "예컨대 증강현실 기술이 들어가 있는 콘텐츠가 개발되도 브라우저가 이러한 기술을 지원하지 못하면 아무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PC 기준 국내 웹브라우저 사용률 현황. IE가 87.93% 1위를 차지했으며, 크롬이 6.76%로 뒤를 이었다.(자료=koreahtml5.kr)

사용자 관점에서는 '왜 10년 넘게 같은 브라우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가'가 출발점이었다. 웹브라우저가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2000년대 초반 탭 기능과 확장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2006년 계정 동기화가 등장한 이후 10년 넘게 큰 변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기존 탭은 수많은 창을 왔다갔다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흐름이 끊기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 포털 넘어 웹 생태계 꾸리기

보다 넓은 의미에서 네이버는 웨일을 통해 웹표준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과 웹브라우저를 중심으로 한 웹개발 생태계를 꾸려간다는 계획이다.

웹표준은 누군가 먼저 만들고, 이것들이 산업계에 통용되면 공식표준으로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를 구현하는 웹브라우저라는 도구를 쥐고 있는 개발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이버는 "정체된 국내 웹환경을 끌어올리는 한편 더 나은 웹환경을 만들기 위해 네이버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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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새로운 기술을 공개해 다른 개발사나 개발자에 의해서 재가공해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과 같은 오픈소스 기반 웹개발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다.

웨일은 오픈소스로 누구에게나 공개된 크로미엄 엔진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슬링'이라는 엔진을 옴니태스킹 등 일부 영역에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