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폭풍성장…삼성·LG 발만 동동

중국 정부 차별에 사드 규제까지 설상가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3/14 16:34    수정: 2017/03/14 16:35

비야디(BYD), 신왕다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정부 진흥 정책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는 장기간 이어진 중국 정부의 규제에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여파까지 겹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중국 산업연구기관 오프위크에 따르면 2016년도 실적을 발표한 중국 리튬 배터리 업체 122곳 가운데 80% 이상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곳은 48곳이며 순이익 1억위안(약 166억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68곳이다.

상위 3곳의 실적을 살펴보면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비야디(比亞迪.BYD)는 지난해 매출액 1039억7천400만 위안(약 17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95%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전년 보다 78.63% 증가한 50억4천300만 위안(약 8천5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1위 2차전지 업체인 LG화학이 지난해 전지 부문에서 3조5천616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SDI의 전지 부문 매출도 3조4천239억원으로 LG화학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국 2위 배터리 업체 신왕다(欣旺達)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80억9천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1%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8.59% 증가한 4억5천만 위안을 기록했다.

3위 난도덴웬의 지난해 매출액은 71억4천9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8.73%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62.35% 증가한 3억3천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리튬 배터리 제품군의 수익은 40% 성장했으며 그 중 통신용 리튬 배터리 제품이 34% 성장했다.

중국 동력배터리 상장 업체 상위 10곳 2016년도 실적 (자료=오프위크 / 표=지디넷코리아)

■中 정부 보조금 정책 발판 성장…한국 업체는 제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는 데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주효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배터리 업체 명단에 한국 업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은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면서 자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현재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SDI와 LG화학의 전체 매출액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빠르게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추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배터리팩은 1kg당 약 90Wh 수준에 그치는 리튬인산철(LFP)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 순수전기버스 보조금은 1kg당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라 80~110와트시(Wh), 110~120Wh, 120Wh 총 3단계로 나눠 지급된다. 더 높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들도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삼원계(NCM·NCA)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삼원계 배터리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주력으로 생산해왔던 제품군이다.

BYD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秦EV300' (사진=BYD)

또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충하고,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함에 따라 각 업체들의 배터리 생산규모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 지난해 비야디는 100억Wh에서 160억Wh, 천진리센(리센)은 20억Wh에서 40억Wh 확대에 나섰다. CATL은 자국 60억Wh에서 80억Wh로 확대하는 한편, 유럽에 현재의 6배 이르는 연간 5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원료 확보가 용이해 우리나라 업체들에 비해 타고난 경쟁우위가 있다. 중국은 2015년 칠레를 넘고 세계 최대 리튬 생산 국가로 등극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리튬 수요는 중국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산업별 리튬 수요 비중(2015년 기준)은 전기차가 28% 수준으로 전자기기(52%) 뒤를 잇고 있지만 2020년에는 10만톤 이상 늘어나며 50%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설상가상' 삼성·LG, 유럽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

삼성SDI와 LG화학은 올해에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황을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차별적 제한 조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각 지난해 9월 중국 시안에, 지난해 10월 난징에 2~3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올 초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공장 가동률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최근 승인한 보조금 지급 차 종류에는 일본 배터리가 탑재되는 차형을 포함하는데 이는 삼성SDI가 채택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다”며 “하지만 국내 업체는 사드 보복 영향으로 허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중국 버스 제조업체들은 정부에 자국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하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중국 정부가 최근 보조금 정책을 완화하는 추세긴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거의 기약이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사진=삼성SDI)

일단 두 업체는 유럽 시장을 공략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유럽향 중심으로 매출과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리스크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또 헝가리에 순수 전기차(EV) 기준 연간 5만 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내년 하반기 가동한다는 목표다.

LG화학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지난해 10월부터 폴란드에 EV 기준 10만 대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유럽 자동차 업체에 확대 공급해 가동률을 50% 수준까지 높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중국 난징 공장 건물 2개동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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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20% 수준으로 축소하고 2020년이면 전면 폐지할 계획으로 중국 업체들이 그 전까지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성SDI와 LG화학의 중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도 점진적으로는 회복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자국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는 움직임으로도 보여진다”며 “중국 내 배터리 업체도 매우 많아졌고, 이들은 인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리튬 배터리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정책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