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세계는 왜 독일을 주목할까

카거만 회장 내한…인더스트리4.0 비결 소개

컴퓨팅입력 :2017/03/09 13:42    수정: 2017/03/22 09: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독일을 보면 한국형 4차산업혁명 모델이 보인다.”

4차산업혁명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기본 틀을 만든 헤닝 카거만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이 한국에 온다.

카거만 회장은 오는 29일 지디넷코리아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주최로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에서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생생한 얘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컨퍼런스 등록 바로 가기)

카거만 회장이 4차산업혁명을 주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만큼 이번 컨퍼런스에선 한국형 4차산업혁명의 핵심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정확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catech)

■ 송희경 의원-주영섭 중기청장과 열띤 토론도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애플을 비롯한 미국 대표 IT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생산공장을 다시 들여오도록 하기 위해 관세를 비롯한 각종 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다.

트럼프는 왜 억지에 가까운 압박을 하는 걸까? 물론 자신의 기반이 제조 노동자들이란 점도 중요하게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제조업 부활 없이는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독일 인더스트리 4.0이다. 첨단 기술 시대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의사소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과 스마트산업의 유기적 결합이다. 인더스트리 4.0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제조업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런 기본 전략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인더스트리 4.0 워킹 그룹이 지난 2013년 공개한 최종 보고서에선 "IoT와 서비스가 제조환경에 들어오면서 4차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헤닝 카거만 회장. (사진=acatech)

이런 전략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 카거만 회장이다. 공학한림원 회장인 카거만은 독일 제조업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 공동 회장을 역임했다.

카거만 회장은 워킹그룹 보고서에서 "인더스트리 4.0은 제조 장소, 제조장비 공급자, 그리고 IT 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자로서 독일의 위상을 좀 더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카거만 회장은 독일 인더스트리 4.0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난제들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생동감 있는 발표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컨퍼런스엔 헤닝 카거만 회장 뿐 아니라 한국의 송희경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도 발표와 토론을 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바로 가기)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송희경 의원은 이 분야 대표적인 전문가다. 4차산업혁명이 정치권의 핵심 담론으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송의원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4차산업혁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규제 개혁 문제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인더스트리 4.0 모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소기업의 역할이다. 합리적 의사소통 시스템을 통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인더스트리 4.0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생태계와 한국형 4차산업혁명에 대한 발표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모델의 핵심 키워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인더스트리 4.0 핵심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4차산업혁명은 지난 해 이후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화두로 자리잡았다. 기폭제가 된 것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해 1월 공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통해 WEF는 인공지능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선진 15개국에서만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경고했다.

다소 추상적이었던 WEF의 경고는 불과 2개월 뒤 현실감 있게 다가 왔다. 지난 해 3월 열린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때문이었다.

당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완벽하게 꺾으면서 4차산업혁명이 공허한 담론이 아니란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이후 알파고는 4차산업혁명의 상징어로 자리잡았다. 덩달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지나치게 거대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인 제조업을 빼놓은 채 논의되는 점 역시 이런 걱정에 불을 지폈다.

“혁명 문턱에도 못 들어간 상황에 지나친 호들갑이다”는 비판과 함께 공허한 말장난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개념도. (사진=독일 인더스트리 4.0 보고서)

독일이 관심을 끄는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결합이란 과제를 차근 차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인공지능 같은 거대 아젠다 대신 자국 IT기업 SAP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쉬와 지멘스, 아디다스 같은 자국 기업들 역시 유기적인 소통 시스템을 기반으로 결합돼 있다.

산업 구조 면에서도 독일은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독일은 수출주도형 국가인데다 제조업이 매우 발달해 있다.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도 대거 포진돼 있다.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 LG 등 대기업을 중심축으로 중소기업들이 촘촘한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적 의사소통 모델을 통해 이 생태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목에서 한 발 앞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한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독일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제조업이 강점인 독일이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잡은 출발점은 첨단 IT산업과 제조업의 유기적 결합이었다. 인위적으로 IT 위주로 산업 구조를 바꾸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강점 분야인 전통산업에 IT의 색깔을 덧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2013년 공개된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 최종 보고서의 첫 대목은 '독일 제조업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키기'로 돼 있다. 독일 제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출발점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특유의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때 중요한 개념이 스마트팩토리다. 스마트팩토리는 인더스트리 4.0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는 흔히 생각하듯 단순한 자동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동화 뿐 아니라 효율적인 수요 파악 및 물류 혁신을 비롯한 종합적인 개념이다.

이 대목에서 카거만 회장은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공장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국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언뜻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첨단 IT기술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이란 기본 문제의식이 잘 담겨 있다.

무슨 의미인가?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어떤 기능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은 사실상 범용 장비 역할을 한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인 수평적 가치망 사례. (사진=인더스트리 4.0 보고서)

미래의 공장 역시 스마트폰 같은 구조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카거만 회장 주장의 핵심 요지다. 그게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인 스마트팩토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물론 우리가 독일 4차산업혁명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독일과 우리는 같은 듯 하면서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 강국이란 공통 분모를 제외하면 산업구조도 많은 차이가 난다.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실용을 중시하는 독일과 달리 우리는 속도와 성장에 방점을 찍어왔다. 따라서 독일형 모델이 오히려 우리와 맞지 않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기조 발제에 이어 마련된 라운드테이블에선 이런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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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테이블은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 부회장 사회로 진행된다. 김은 박사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독일 인더스트리 4.0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은 독일 인더스트리 4.0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란 주제로 진행될 라운드 테이블은 이번 행사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독일 양국의 최고 전문가들이 날선 토론과 함께 생생한 경험담을 주고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