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한국서 '모바일앱 주문' 성공하기까지

세계 첫 사이렌오더 도입…전체 매출의 10%도달

컴퓨팅입력 :2017/03/07 17:17    수정: 2017/03/09 13:39

스타벅스코리아의 사이렌오더가 올해초 주문건수 1천500만건을 돌파했다. 2014년 5월 서비스 출시 후 하루 평균 2천건의 거래를 처리했지만, 올해 1월 현재 약 4만건의 거래가 하루에 이뤄지며 3년도 안돼 20배 성장했다. 사이렌오더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 매장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사이렌오더는 전세계 스타벅스 중 최초로 한국에서 도입됐다. 미국 스타벅스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모바일 오더&페이’보다 7개월 빨랐다. 사이렌오더의 성공은 한국 O2O 시장에서도 돋보인다. 현재까지 나온 국내 여러 O2O 서비스 가운데 사이렌오더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IT 회사가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IT기술을 접목하려 도전하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일사천리는 아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 IT-비즈니스 담당자 간 소통단절 극복 쉽진 않았다

서경종 스타벅스코리아 스마트혁신팀 팀장은 “전산 담당과 비즈니스 담당 근무자들이 각자의 언어를 쓰지 않고, 서로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해야 한다”며 “맨 처음 스타벅스코리아에 합류했을 때 시스템팀과 기획팀 사이 중간에서 언어를 번역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의 개발 프로젝트는 현업에서 하고 싶은 걸 던져주면, 개발에서 알아서 만들고, 나중에 보면 서로 맞지 않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며 “우리는 시스템 기획 단계에서 매장을 비롯한 현업 인력을 참여시켜 대화를 하면서 만들어나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IT담당자와 비즈니스 담당자의 소통 단절을 프로세스 혁신으로 해소하려 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스마트혁신팀은 스스로를 커뮤니케이션 담당조직으로 규정한다. 팀원의 절반은 실제 매장 관리 직종이다. 바리스타, 콜센터 직원. 지역 매장 관리자 등이 현장의 목소리를 시스템 기획에 담고 있다. 현장 인력과 IT 전문인력을 함께 운영하면서 팀 내에서 소통의 수준을 맞추고,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서 팀장은 “보통 TF라고 하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사라진다”며 “그리고 시스템은 운영팀으로 넘어가는데, 그 순간 소통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중간에서 지속적으로 어떻게 개발할 거고, 현장의 불편사항을 가공해서 시스템 담당자에게 그들의 언어로 전달해 양측을 다 이해시켜야 한다”며 “서비스를 전달하는 사람이 편하고, 시스템을 잘 다뤄야 고객에게 즐거운 경험을 자꾸 추천하고 나눌 수 있기에 그 점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획할 때 모든 관계부서를 다 납득시켜야 하므로 우리는 피가 마른다”며 “각 부서가 본연의 일에 집중하게 하면서 속터지는 게 우리의 몫”이라며 웃음지었다.

서경종 스타벅스코리아 스마트혁신팀 팀장

사이렌오더는 스타벅스코리아의 디지털 혁신 사업의 일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과 디지털 세계의 결합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을 집, 사무공간, 매장 등과 구별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정의한다.

스마트혁신팀에게 있어 의미있는 사업은 2011년 ‘바리스타 디스플레이(BDS)’란 프로젝트였다. 고객에게 음료를 전달하는 곳 아래에 주문내역과 순서를 보여주는 모니터를 설치한 것이다.

그는 “직원이 ‘아메리카노 시키신 분’ 하면 여러 사람이 받으러 오고, 직원은 누구에게 줘야 할 지 알기 어려워 문제가 많았다”며 “바리스타 디스플레이 설치 후 음료 전달의 문제가 말끔히 사라졌는데, 시스템 개발 당시 실제 바리스타와 계속 면담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 서비스 기획부터 출시까지 3년 가량 걸려

바리스타 디스플레이는 2014년 1월 시행돼 큰 화제를 일으켰던 ‘콜마이네임’ 서비스의 원천이 됐다. 음료 주문자를 호출할 때 주문자가 원하는 별칭을 불러주는 서비스였다. 한국인이 ‘닉네임’ 사용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POS에서 결제 하면 바리스타 디스플레이에 주문자의 닉네임이 뜬다. 바리스타는 그 닉네임을 부르는 것이다. 익살맞은 닉네임이 많이 나왔는데, 욕설을 등록한 경우도 있어 이후엔 욕설제거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이렌오더의 경우 만드는데 3년의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서비스 기획은 2011년10월에 끝냈는데 서비스 출시하려고 보니 매장의 POS와 기간 시스템이 너무 낡아 사이렌오더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받쳐주지 못했다”며 “매장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모바일에서 동일하게 할 수 있도록 많은 걸 연결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POS, BDS, 라벨, 모바일, 비콘 등을 하나로 묶고, 재고관리까지 되도록 했다”며 “매장 내 고객 경험이 다양화되고 달라지고 있어 사이렌오더는 매년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과 매장 근무자의 편리함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을 계속했다.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 2개월 전부터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전자영수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서 팀장의 말이 그와 회사의 철학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전자영수증 프로젝트는 종이영수증과 똑같이 만드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며 “보통 모바일용 영수증을 발급하면 고객은 그 영수증을 전혀 다른 것으로 여기므로, 종이와 동일하게 만들어야 고객이 종이를 필요없는 것으로 쉽게 느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사이렌오더에 대해 작년 10월 매장 반경 500m 확대 이후 올해 2월부터 매장 반경 2km까지 늘렸고, 올해 8월부터는 주문 메뉴를 기존 음료에서 푸드와 병음료, 원두까지 확대했다. 개인 맞춤 기능도 강화했고, 드라이브 스루 이용 고객 증가에 따라 메뉴 수령 방식을 매장 안과 차량으로 구분해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직접 소통한다. 의사결정권자와 직통 라인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을 바로 물어보고 결정해야 사업을 빨리 추진한다”며 “의사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 거리가 생기면 그 사이에 왜곡이 생기고, 시간만 늘어나는 문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시 다음 날 스타벅스 CEO "판타스틱" 메일 보내와

사이렌오더는 현재 스타벅스코리아 디지털마케팅 담당부서에서 주관한다. 사이렌오더를 주문시스템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고객 접점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서 팀장은 “사이렌오더는 고객에게 어떤 걸 줄 것이고, 우린 무얼 얻을 것인가를 매우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하고. 빠르게 고객 수요를 판단하면서 서비스가 점점 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렌오더 출시 다음날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고 한다. 그 메일엔 ‘판타스틱’ 한 단어만 써있었다.

관련기사

그는 “여러 기업의 디지털 혁신 담당자는 자신의 일을 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말로 고객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구축이 목적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 혹은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 같은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의 조직과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와 서비스 추진과정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물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