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만이 살길"…SW업계, 상식파괴 신사업

통역로봇부터 IoT까지 과감한 투자 눈길

컴퓨팅입력 :2017/03/07 08:50    수정: 2017/03/07 16:27

‘지속적인 성장’은 모든 기업들의 과제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에겐 좀 더 절박한 문제다. 내수 시장이 좁아 해외로 나가야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수출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성장에 목마른 국내 SW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과감한 신사업 투자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엔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름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기업도 쏙쏙 등장해 주목된다. 곧 신사업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을 일으키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통역 로봇 만드는 한컴

오피스 소프트웨어(SW)로 친숙한 한글과컴퓨터는 헬스케어, 교육, 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 중 가시적인 성과가 가장 빠른 것이 통번역 서비스다.

한컴은 지난 2015년 사내벤처로 시작한 자회사 한컴인터프리를 통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개발한 통번역 서비스 지니톡을 기술이전 받았다. 베타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이란 서비스로 공식 출시했다.

통번역 서비스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IT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한컴 측은 "급성장하고 있는 통번역서비스 시장에서 구글, 네이버와 함께 경쟁할 것”이라며 서비스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일 통역로봇. 퓨처로봇 하드웨어에 한컴 지니톡이 탑재된다

한컴은 최근 번역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니톡에 인공신경망(NMT) 기술을 적용했다. 인공신경망번역은 단어가 아닌 문장 전체의 문맥과 어순을 고려해 번역하는 기술이다.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도 이 기술 적용해 통번역 서비스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키기도 했다.

한컴은 지니톡과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에 MWC에서 넥밴드형 통역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목에 걸고 말하면 탑재된 마이크를 통해 음성을 인식해 별다른 버튼 조작 없이 바로 외국인과 대화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또 오는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선 통역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봇전문 업체 퓨처로봇에 지니톡을 탑재해 선수, 기자, VIP 등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컴 측은 통번역 서비스로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도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통번역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도록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한컴의 통번역 서비스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화면 녹화-미러링 앱으로 매출 내는 알서포트

원격지원 기술 전문 기업 알서포트는 기업 간 비즈니스(B2B) 시장이 주력 사업 영역이지만, 최근엔 일반 소비자용 앱인 ‘모비즌’에서 새롭게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모비즌은 스마트폰 화면을 녹화하고 또 화면을 PC로 전송해 원격제어 할 수 있는 앱으로 지난 2014년 출시됐다. 글로벌 유튜브 사용자들 사이에서 모바일 게임 플레이를 녹화할 수 있는 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1년만에 1천만, 2년만에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회사는 확보한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수익화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3월 이 두 기능을 분리해 화면 녹화 앱 ‘모비즌 스크린레코더’와 원격 제어에 특화된 ‘모비즌 미러링’을 각각 출시했다. 스크린레코더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게임광고와 게임 퍼블리싱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미러링은 기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무료버전과 별도로 고급기능을 추가한 유료 버전을 만들었다.

알서포트가 신사업 수익화 방안으로 내놓은 모비즌 미러링 유료 버전 앱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이 두 앱을 합쳐 5천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알서포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모비즌 앱들을 통해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B2C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추세를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알서포트 관계자는 “스크린레코더 사용자 70%는 유럽인이라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게임 개발사들이 스크린레코더를 통한 퍼블리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달 출시한 모비즌 미러링 유료버전은 해외 구매 건수가 기대 이상이다.”라며 “앞으로 이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oT-커넥티드카에 힘싣는 핸디소프트

공공분야 그룹웨어 및 협업 소프트웨어(SW)가 주력 사업인 핸디소프트는 사물인터넷(IoT)과 커넥티드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출시한 IoT플랫폼 핸디피아는 도입 사례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보일러 업체 귀뚜라미는 핸디피아로 보일러 전원과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조절하는 IoT 시스템을 구축했고, 알톤스포츠는 도난.분실 방지 기능을 더한 IoT 자전거, 좋은사람들과 신체 활동을 감지하는 웨어러블 스포츠웨어 및 헬스케어 서비스 등도 핸디피아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핸디소프트 IoT플랫폼 핸디피아 개념도 (이미지=핸디소프트 홈페이지)

지난해 7월엔 커넥티드카 분야를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100% 자회사인 핸디카를 설립했다. 지난달엔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가 핸디카로 자리를 옮겨 커넥티드카 사업에 힘을 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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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카는 현재 영국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기업인 탄탈럼과 함께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으며, 베트남 2위 통신사 VNPT와 시범서비스도 진행중이다. 회사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커넥티드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IoT 사업의 기여도는 미미한 편이지만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IoT와 커넥티드카 부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