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P 최고' 꿈꾸는 디에스피원 홍동호 대표

"스마트시티가 궁극적 목표"…올해 해외 사업서 첫 매출

홈&모바일입력 :2017/03/06 09:40    수정: 2017/03/06 16:38

회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짙은 회색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의 직원과 마주쳤다. '000 사장님 방이 어디냐'고 묻자, '내가 000 사장'이라고 했다.

의외였다. 기자는 잠시 머뭇거리며 그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책상 위에는 크고 작은 전자 회로기판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전기 회로도가 잔뜩 그려진 기술 서적도 눈에 들어왔다.

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요즘, "실력은 위기일 때 드러나는 법"이라며 "일하는 것이 즐겁다"는 기업인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홍동호(51) 디에스피원(DSPOne) 대표. 그는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신호처리 분야 1세대 엔지니어로 꼽힌다. 옛 한화정보통신 출신인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윌텍정보통신에서 통신 계측장비 국산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의 전공 분야는 DSP(디지털 신호 처리, digital signal processor). 그래서 회사 이름도 디에스피원(DSPOne)으로 지었다. DSP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싶은 그의 바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동호 디에스피원 대표이사(사진=지디넷코리아)

홍 대표는 업계에서 실력 있는 기술자로 통한다. 과거 이 바닥에서 날고 뛴다는 여러 업체들이 모두 쩔쩔 매는 국내외 통신회사들의 엄격한 시험 테스트에서 직접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실례로 그는 2005년 일본 NTT도코모 디지털 광중계기 시험 테스트를 단 두 달 만에 준비한 끝에 통과한 승부사다.

홍 대표는 "A업체에서 부탁을 해서 NTT도코모 시험인증을 위해 하루 2~3시간씩 잠을 자면 준비했다"며 "근데 다른 항목은 모두 통과를 했는데 마지막 1개 항목에서 불량이 났다. 그때 현장에서 문제 해결에 4시간이 주어졌고,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당시 A업체는 홍 대표 덕분에 NTT도코모로부터 광중계기 인증을 받고 제품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5월 홍 대표는 직접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디에스피원은 이동통신-신호처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이 될 사물통신(M2M), 사물인터넷(IoT)이 전공 분야다. 사물 간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 디에스피원은 이를 저렴한 비용과 저전력으로 연결하는 기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홍 대표는 "퀄컴의 모뎀칩 대신 송수신에 필요한 알고리즘과 표준특허를 자체적으로 구현했을 정도로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실력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오더가 밀려들었고 매년 20~30억원 씩 매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디에스피원은 KT, SKT 등 이통사에 차세대 디지털광중계기 인증과 납품은 물론 제주실증단지 400MHz ISM Band Smart Grid 구축 (KT), S밴드 해상레이더신호처리 개발 (현대중공업), RCS-C 시스템 인증 획득 및 시스템 구축 (도로공사) 등 각 사업 영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회사 전체 인력은 55명. 이중 35명이 R&D 인력이다. 연구소는 통신 중심의 판교 연구소와 커넥티드카 중심의 광주 연구소로 이분화 되어 있다.

디에스피원이 도로공사에 납품하는 고속도로 터널무선중계통합시스템(사진=지디넷코리아)
제주실증단지 400MHz ISM Band Smart Grid(사진=지디넷코리아)

"직원들 간의 팀웍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기술적 자산"이라고 강조하는 홍 대표는 "평상시 직원들과 해결해야 할 기술 과제에 대해 서로 묻고 밤새 연구하는 일이 즐겁고 재밋다"며 웃었다.

지난 10년간 내수 시장에서 성장해 온 디에스피원은 올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홍 대표는 "지난 2000년 초 국내 기업들이 뿌린 씨앗을 이제는 거둬들인 때가 됐다"며 "최고의 해외 시장 공략법은 정직한 기술과 실력"이라고 자신만의 생각을 드러냈다.

4차산업 혁명 흐름 속에 해외 파트너들이 요구하는 기술을 미리 준비하고 사람을 키우자는 게 홍 대표 나름의 구상이다. 그는 "눈 앞 이익에 급급해 단품만을 팔아서는 오래 가지 못 한다"며 "4차산업혁명 등 향후 장기간의 산업 흐름 속에서 미래 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기반으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하고 사업 파트너로서 함께 가는 게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들에게 인정받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디에스피원은 수년 전부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준비해 왔다.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은 물론 스마트워치(브랜드 MyKids), 위치기반 도난정보 시스템, RFID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물류 및 보안시장 진출 등 꿈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디에스피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시티다.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제반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하겠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다. 물론 대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틈새시장에 집중할 생각이다.

"스마트시티는 기본적으로 초연결과 보안, 에너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통신이라는 기반 기술과 차별화된 에너지 관리 등 여러 기반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을 포함한 스마트홈과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기이륜차 등 여러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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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피원은 올해 전년대비 두배 이상 성장한 매출 400억원에서 430억원(수출 포함)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결실을 맺은 첫 해외 매출도 이뤄낼 작정이다. 내년 코스닥 시장 상장도 준비 중이다.

홍 대표는 "1차적으로 직원 100여명에 매출 500억원대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직원들이 일하는 것이 즐겁고, 자신의 기술적 전문성을 키우면서 목표를 성취하는 그런 회사를 만들도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