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광고 규제 필요할까

[백기자의 e知톡] “차라리 지상파 규제 완화를”

인터넷입력 :2017/03/05 09:39    수정: 2017/03/06 09:59

지난해 네이버가 벌어들인 총 광고 수익이 3조원에 육박한 것을 계기로 국내 광고 시장의 쏠림 현상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과 신문 등 전통 매체들의 광고 수익은 줄어드는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의 광고 매출이 늘어난 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터넷 포털을 ‘광고 블랙홀’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기다렸다는 듯 규제 당국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들어 규제안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넷 포털 규제가 왜 필요하다는 건지, 규제를 했을 때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까 합니다. 또 규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광고 쏠림 일어난 게 맞을까

네이버 2016년 실적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네이버의 지난해 광고 수익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2조9천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8% 성장했습니다. 네이버 전체 매출의 73.8%가 광고 수익이었다는 뜻입니다. 올해는 3조5천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이 예상됩니다. 코바코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광고비는 11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0.6% 감소한 것에 비교하면 네이버의 ‘나홀로 성장’이 눈에 띕니다.

네이버 광고의 의존도는 검색광고가 거의 80%에 달합니다.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Q&A 때 공개된 네이버 3분기 국내 광고 중 검색광고 비중은 약 78%였습니다. 해외 광고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다소 줄지 모르지만, 검색광고 비중이 배너광고보다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검색광고는 누가할까요. 네이버 검색 광고주 80%는 월 50만원 이하로 광고비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네이버 광고 사업에 있어 최대 고객이란 뜻입니다. 티끌모아 태산을 이룬 셈입니다.

닐슨코리아 '국내 10대 광고주의 2016년 매체별 광고 집행 비율'.

반면, 지상파 방송의 최대 광고주는 돈 많은 대기업입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10대 광고주의 2016년 매체별 광고 집행 비율’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의 10대 광고주 광고 점유율은 46.2%였습니다. 2015년보다 2.8% 포인트 줄긴 했지만 10대 광고주의 비중이 큽니다. 케이블도 10대 광고주 광고 비율은 22.6%를 기록, 전년보다 5.2% 포인트 늘었습니다.

반면 온라인의 경우 10대 광고주 점유율이 2014년 9.1%에서 2015년 2.5%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6%까지 떨어졌습니다. 돈 많은 10대 광고주들은 온라인 광고보다 여전히 방송 광고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네이버 광고가 성장한 가장 큰 요인은 검색광고의 꾸준한 증가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를 하려는 소상공인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네이버 광고 매출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기업 위주의 지상파 방송 광고를 확 뺏어온 게 아니란 뜻입니다.

tVN 드라마 '도깨비'(사진=도깨비 홈페이지 캡처)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 하락은 인터넷 포털의 영향보다는 케이블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이 가져갔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나, 지난해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88’, 공정 보도로 인정받은 JTBC의 ‘뉴스룸’ 등이 뜨면서 광고주들의 시선이 지상파에서 케이블과 종편으로 옮겨간 것이죠.

또 스마트폰, TV처럼 수출 주력형 상품의 비중이 더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광고를 늘리는 추세도 전통 미디어들의 광고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종합해보면 인터넷 포털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줄어든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 ‘대부분’이 인터넷 포털로 흘러간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

또 이들 기업이 획정된 국내 광고 시장을 독식해 이용자 후생 저하를 초래한 것이 분명해야 합니다.

끝으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국내 광고 매출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한 비교,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포털 광고 규제해야 한다면…

인터넷 포털 광고에 대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국내 광고 시장의 쏠림 현상이 개선될까요. 하락세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이 늘어날까요.

이에 광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상파 광고가 줄어든 탓이, 인터넷 포털 때문이다”가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전문가들은 인터넷 포털 광고에 대한 규제 도입이 아닌,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보다 많은 재원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를 줄여줌으로써, 콘텐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케이블 및 종편과 겨룰 수 있는 광고 경쟁력까지 키울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아울러 인터넷 포털 광고 규모가 커져 규제가 꼭 필요하다면, 국내 광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곳에 재투자하는 규제가 적합해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많이 번 만큼 의미 있는 곳에 쓰라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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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사용자들이 인터넷 포털에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콘텐츠 노출 순위에서 광고가 최상단에 뜨는 것이 아니라 밑에 노출되는 식의 규제도 가능해 보입니다. 광고도 때로는 정보로서 가치가 있는 만큼 노출은 하되, 사용성을 해치지 않는 위치에 보여주라는 겁니다.

혹은 네이버에 트래픽을 일으켜주는 다양한 창작자와 매체에 대한 지원과 투자에도 더 많은 비용을 쓰게끔 하는 것도 긍정적인 규제 방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