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밑바닥부터 다 바꿨다”

김종윤 부대표 “트랜스포메이션 제안…1년 만에 흑자 기반”

인터넷입력 :2017/02/24 18:19

“처음엔 솔직히 야놀자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깨끗한데 싸다, 여기에 마케팅으로 쿠폰까지 뿌려서 사람들을 끌어오는 모델은 한계가 있고 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을 했죠.”

올해로 창업 12주년을 맞은 야놀자는 2015년 중순까지 흑자를 내던 회사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모텔 정보 부문에선 야놀자가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강력한 경쟁사가 등장했다. ‘여기어때’가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빠르게 야놀자를 추격해 왔다.

야놀자 입장에선 변화와 결단이 요구되는 긴박한 시기였다.

김종윤 부대표가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를 그만두고 야놀자에 합류한 건 바로 이 무렵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야놀자의 전략을 살필 기회를 갖게 된 김 부대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구글과 맥킨지에서 쌓아온 자신의 식견을 실행할 때가 왔다는 판단한 것이다.

■“다 변해야 산다”

김종윤 부대표가 야놀자에 꺼낸 키워드는 ‘트랜스포메이션’이었다. 풀어 말하면 뼈 속까지 갈아엎는 ‘변신’과 ‘혁신’이었다. 이수진 대표가 이제 막 추진하던 ‘리스타트’ 정도로는 부족했다. 단순히 초심으로 돌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 뒤집어엎는 변화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과감한 변신을 위해서는 적자 감수가 불가피했다.

“입사 전 이수진 대표를 5번 만나면서 야놀자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비판을 많이 했어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야놀자는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직언도 했습니다. 그래서 성공 핵심 조건으로 트랜스포메이션을 내세웠는데, 사업 구조를 어떻게 또 얼마나 빠르게 개선시키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표한테 변신할 준비가 돼 있냐고, 왜 이 사업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죠.”

김종윤 부대표가 야놀자에 합류하면서 시작한 일은 좋은 숙박을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해보자는 그림 하에 밑바닥부터 맨 위까지 다 뜯어 고치는 일이었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부터 의사결정 방식, 심지어 회의하는 방식까지 다 바꿨다. 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비용 효율화를 이루고자 했다. 1년 새 운영 객실 수를 2배로 늘렸고, 가맹점 100호를 달성한 뒤 비용 최적화에 들어갔다.

“1년 전부터 쌓아온 규모의 경제가 도움이 됐어요. 단적인 예로 오프라인에서 운영되는 비품, 서비스, 침구류 등 품질은 높이면서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죠. 또 숙박 앱 안에 여러 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진짜 숙박업소 정보를 가져오는 데 노력했어요. 가맹점과 고객을 연결하는 단계를 간소화하고 직접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불필요한 비용도 잡았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체질이 바뀌면서 흑자 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성장 속도도 더 빨라졌습니다.”

김종윤 부대표에 따르면 야놀자의 올 1, 2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작년 8월부터는 월 단위 흑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야놀자의 매출은 684억원, 영업손실은 35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6.3% 늘었고, 적자가 나긴 했지만 영업손실은 106% 개선됐다. 올해는 연간단위로 흑자가 확실시 된다.

■“단순 앱을 넘어, 플랫폼이 돼야”

김종윤 부대표에 따르면 야놀자는 온라인에 있어 단순한 앱의 관점을 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글과 네이버가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듯, 야놀자도 하나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만든 것이 ‘스마트 프론트’다. 객실 예약과 관리, 비품 관리와 구인구직, 그리고 숙박업을 위한 컨설팅까지 숙박업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오프라인 사업의 경우는 기존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한계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폐쇄적이던 공간을 보다 개방하고, 가족들과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텔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오프라인 시장까지 다 해 먹으려 한다”는 비판은 없던 수요를 발생시켜 수익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O2O 서비스는 작은 곳을 뜯어 먹는 모델이란 안 좋은 시각이 있어요. 성장의 한계가 있는 거죠. 그들이 원하는 수익 증대가 필요한데, 그래서 모텔 공간을 잠자러 가는 곳이 아니라 여행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바꾸자고 한 거죠. 또 해외 여행객들이 중소 숙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정보들을 영어와 중국어로 바꿨어요. 씨트립과 제휴도 하고, 모텔들도 외국인들을 받을 수 있도록 제휴점 교육과 매뉴얼도 제공했습니다.

■“코리아 우버, 에어비앤비 되자”

김종윤 부대표의 또 다른 타이틀은 ‘좋은숙박 총괄’이다. 김 부대표가 사내에 만든 좋은숙박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전국에 있는 가맹점을 돌아다니면서 고객들이 불안해하는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는지 일일이 조사했고, 객실 내에 비치된 비품의 위생검사까지 했다. 일종의 ‘노가다’였다.

“야놀자와 경쟁 서비스 간 기본적인 차이는 없어요. 대신 똑같은 방을 안 판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저희만이 가진 직영점과 가맹점, 마이룸 등이 무기입니다. 그리고 내 주변 쿠폰 , 제일 낮은 가격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가 보상제 등도 저희가 먼저 시작한 강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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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애플과 구글 이후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떠올랐다.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부러움을 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이후 자랑할만 한 스타 기업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카카오 그 다음은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답할 기대주들이 딱히 없다는 뜻이다.

“야놀자가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망하지 않는 수준까지 넘어왔는데, 이제는 기업공개를 통해 우리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에 불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듭니다. 하나의 O2O 영역에서 2개의 기업이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 만큼 힘든 영역이죠. 죽기 살기로 진정성을 갖고 우리가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전통 산업인 제조업이 무너지고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는 지금, 저희가 대안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