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이 진료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유

이언 교수 “의사-인공지능 협업 체계 중요해져”

홈&모바일입력 :2017/02/21 12:09    수정: 2017/02/21 12:10

‘국내 최초 인공지능 암센터’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 본관 건물 로비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IBM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활용한 진료센터가 이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천대 길병원은 현재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추진단은 이언 가천대 부원장(신경외과 교수)이 이끌고 있다.

이 부원장은 최근 언론, IT업계, 학계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왓슨 도입 배경과 향후 과제 등을 설명했다.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가 위치한 인천 가천대 길병원 본원 건물 1층 로비 (사진=지디넷코리아)

■환자 개별 진료 위한 논문 검색 가능

왓슨은 병원 1층 별도 진료실 내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환자와 의사들이 함께 들어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분석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길병원에서는 왓슨을 의사가 아닌 최적의 진료를 제안할 수 있는 동반자로 여긴다. 왓슨 스스로 환자의 진료 기록을 근거로 한 논문과 관련 자료 들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왓슨의 분석 내용과 의사 자체 소견을 함께 설명한다.

이 부원장은 “왓슨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적, 인종과 상관없이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왓슨 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진료 및 치료를 통한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퍼센트로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정보 침해 발생 가능성은 없다는게 이 부원장의 설명이다.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 내부. 이곳에서 왓슨을 활용한 진료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인공지능 필요성 설득 위해 IBM 관계자에게 과외 받아”

길병원은 지난 9월 IBM과의 인공지능 암센터 설립 관련 MOU를 맺고 지난해 12월부터 인공지능 암센터 운영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인공지능 암센터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언 부원장은 알파고가 왓슨 도입에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자체를 보수적으로 여기는 의료계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말고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하는 마음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가 트렌드를 무시하고 ‘나만의 진료 방식’을 유지한다면 일반인들에게 돌팔이라고 여겨질 수 밖에 없다”며 “병원 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인공지능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업무를 끝마친 후 여러 차례 IBM 관계자들에게 찾아가 인공지능 관련 과외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아직까지 인공지능 시스템 도입이 약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모범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인공지능 암센터를 찾은 환자들은 전적으로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에 신뢰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언 가천대 정밀의료추진단장(부원장)이 인공지능 '왓슨'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인공지능 아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 간 대결구도 될 것”

이언 부원장은 인공지능 활용 진료가 환자의 일상 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원장은 “일부 환자들은 미디어에서 널리 알려진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희망한다”며 “하지만 공신력 있는 의사들은 하루 수백명에 달하는 환자를 상대해야 해 보다 자세한 진료를 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단시간 내 끝나는 진료는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가 향후 의료계에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 내 자세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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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원장은 “앞으로 인공지능 자체의 원리를 아는 의사와 인공지능 자체를 모르는 의사 들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병원에서는 의사의 능력과 컴퓨터의 능력을 존중하는 협업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원장은 “앞으로 스스로 자율주행할 수 있는 수술 로봇이 의료계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시스템 자체가 우선적으로 인간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