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얼굴 바꾼 '뉴 쿠가' 달리기도 발군인데...

험로도 거뜬, 연비도 만족...가격 경쟁력 관건

카테크입력 :2017/02/17 09:24

정기수 기자

포드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쿠가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쿠가는 포드의 이스케이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쌍둥이 모델이지만,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이스케이프와 달리 디젤 심장을 얹었다.

익스플로러를 국내 수입 대형 SUV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시킨 포드는 '2017 뉴 쿠가'로 폭스바겐 티구안이 잠시 자리를 비운 중형 SUV시장의 주도권도 틀어쥔다는 복안이다. 실제 쿠가가 이스케이프의 자리를 대체한 지난해 936대가 판매됐다. 2015년 이스케이프(259대)보다 3.6배가량 판매량이 훌쩍 뛰었다.

포드코리아 노선희 홍보 부문 총괄 상무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새로운 쿠가는 미국차의 실용성에 유럽의 단단한 주행성능을 겸비했다"면서 "'2017 뉴 쿠가'는 익스플로러와 함께 포드코리아의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모델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2017 뉴 쿠가(사진=포드코리아)

포드코리아는 새로운 쿠가의 타깃 모델을 30대 이상, 매니저 이상의 지위를 지닌 전문직 남성으로 잡았다. 일상 도심에서의 출퇴근과 주말 아웃도어 라이프를 쿠가 한 대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7 뉴 쿠가의 시승은 경기 파주 헤이리에서 연천군 조선 왕가를 왕복하는 약 14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최상위 모델인 티타늄 트림으로 4천540만원이다. 엔트리 모델인 트렌드(3천990만원) 트림보다 550만원 비싸다. 티타늄 트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액티브 그릴 셔터, 핸즈 프리 테일게이트, 18인치 휠에 쿠가 로고가 새겨진 스테인레스 도어 스커프 플레이트 등 5가지 옵션이 더해졌다.

2인 1조로 구성된 시승에서 먼저 운전대를 잡고 약 70km 구간을 주행했다. 시승 구간은 고속도로와 비포장 국도, 와인딩 구간이 골고루 분포돼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 하기에 충분했다.

첫 인상은 확 달라졌다. 새로운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캐릭터 라인이 두드러진 후드를 적용, 다소 밋밋했던 기존 모델과 달리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프랑스어로 '표범'이라는 의미를 지닌 차명(KUGA)에 더 걸맞다. 새로운 트렁크 도어 디자인과 날렵한 각도로 누운 C필러가 연출하는 라인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스포티함 비례감을 준다. 포드 유럽의 디자인 DNA '키네틱(Kinetic)'를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7 뉴 쿠가 실내(사진=포드코리아)

운전석에 앉자 이전과는 달리 스포티함을 강조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눈에 띈다. 그립감도 썩 괜찮았고 오디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들도 조작이 용이한 위치에 배열됐다. 핸드 브레이크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로 변경됐다. 음성 인식이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 3도 탑재됐다. 애플 카플레이와도 연동돼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헤이리를 빠져나오며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실내 소음에 주목했다. 디젤 엔진을 얹은 SUV를 탈 때마다 거슬렸던 진동은 느낄수 없었다. 자유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주자 금새 시속 100km까지 치고 올라간다. 잘 길들인 준마와 같은 달리기 성능이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가속 성능이 한층 더 향상된다.

뉴 쿠가에는 2.0리터 듀라토크 TCDi 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맞물린 습식 듀얼클러치 방식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재빨리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 옮겨가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시속 180km까지도 힘들이지 않고 쭈욱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이다. 패들시프트 탑재로 이전 모델에서 조작성이 떨어지던 토글 스위치 방식 수동 변속에 대한 아쉬움도 덜었다.

차량 통행이 많아진 국도의 중저속 구간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인다. 뉴 쿠가의 장점은 최대토크가 2천rpm부터 3천rpm에 달하는 넓은 영역에서 발휘돼 고속 구간은 물론 일상 주행에서도 경쾌한 가속성능을 제공한다.

2017 뉴 쿠가 엔진룸(사진=포드코리아)

비포장 도로 구간에서도 비교적 높은 차체가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이 차체는 지능형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에 토크 온 디맨드 시스템이 적용돼 도로 조건에 따라 각 바퀴에 최적의 토크를 전달한다. 또 전륜과 후륜 사이에 힘의 분배를 전자적으로 조정, 험로에서도 최적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와인딩 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으나 날카롭게 코스를 타고 빠져나온다. 높은 토크는 코너링시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도 신속하게 반응하며 치고 나간다. 견고한 서스펜션은 적당한 무게감을 주는 스티어링휠과 어울려 빼어난 조향 성능을 보여준다. 쿠가의 강력한 서스펜션은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도로로 평가받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시험 주행을 거치면서 쿠가의 서스펜션 성능을 검증받았다"며 "고저차가 심한 뉘르부르크링의 특성을 감안하면 국내 지형에도 최적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17 뉴 쿠가 트렁크(사진=포드코리아)

뉴 쿠가의 복합 연비는 12.4km/ℓ다. 이날 시승을 마치고 난 뒤 최종 확인한 연비는 12.3km/ℓ였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과 성인 2명이 탑승한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다. 적재공간도 2열을 접으면 1천653ℓ까지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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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격이다. 2017 뉴 쿠가의 가격은 3천990만~4천540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티구안의 가격은 3천82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가 이달 초 티구안 리콜에 돌입하면서 향후 재인증을 통한 판매 재개 준비에 나선 것도 변수다.

다음달 푸조 3008도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시장에 뛰어드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존 모델은 3천730만~3천830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푸조는 최근 신형 2008를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소폭 내리는 등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