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전기차 ‘리프’로 셀프주유소 가보니

[시승기] 2세대 모델 진화 앞둔 전기차 베스트셀러

카테크입력 :2017/02/16 09:49    수정: 2017/02/17 10:44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에 등장하는 ‘포켓몬스터’ 캐릭터들은 경험치가 쌓일수록 진화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예를 들어 온순한 성격을 가진 파이리는 시간이 지나면 터프한 성격의 리자드로 진화할 수 있고, 더 많은 경험치가 쌓이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리자몽으로 최종 진화한다.

포켓몬스터 파이리처럼 좀 더 강력한 사양으로 탈바꿈 될 예정인 전기차가 있다. 바로 지난 2010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닛산 리프다.

닛산 리프 곧 2세대 모델 진화를 앞두고 있다. 단일 차선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프로파일럿’이 탑재되며, 주행거리도 기존 132km에서 최대 321km까지 늘어난다.

지디넷코리아는 리프 2세대 모델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프 입지와 개선점 등을 찾기 위해 1세대 리프를 15일 시승했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에서 충전중인 닛산 리프. 이 곳에는 세차장으로 향하는 'IN' 유도 동선이 전기차 충전 위치와 겹쳤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셀프주유소에서 푸대접 받은 리프

한국닛산은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된 김영란법으로 인해 한동안 미디어 시승차 제공을 하지 못했다가 이달부터 시승차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 기존에는 기자들이 특정 장소를 지정해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고 시승 전 충분히 기름이나 전기 등이 채워졌지만, 김영란법 이후로는 기자 스스로가 시승차 운영 회사로 직접 찾아가야 하고 주유비 또는 전기차 전력 충전비등을 기자들이 직접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1세대 리프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행거리가 최대 132km 수준이다. 시승 도중 방전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는 사전에 은행에 찾아가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전국에 설치된 환경공단 급속충전기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없는 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에서 닛산 리프를 약 2~3시간 정도 주행해보니 남은 주행거리가 89km 정도였다. 리프를 탈 수 있는 시간이 8시간 남짓 정도 되기 때문에 간단한 급속충전이 필요했다. 때 마침 전기차 오너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셀프주유소) 내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는 주유소 내 오른쪽 끝편에 위치해있다.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임을 뜻하는 입간판은 운전자 시야에서 잘 안보이는 곳에 위치했고, 이곳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여곡절 끝에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 충전중인 닛산 리프 (사진=지디넷코리아)

하는 수 없이 주유소 직원에게 전기차 충전기 위치에 대해 물어봤다.

주유소 직원의 반응은 어땠을까? 우선 이 직원은 리프가 전기차인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 곳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충전정보 인프라에 이곳 내부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다고 다시 묻자 완강하게 “전기차 충전기는 없다”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이 주유소 직원의 말은 틀렸다. 환경부 충전 정보 인프라인 ‘ev.or.kr'에 따르면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는 시승 당일인 15일에 충전이 성공리에 끝났다고 표시했다.

이후 5분만에 삼성로주유소에 다시 방문했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전기차 충전기 위치를 찾아냈다. 이곳은 리프의 급속충전기를 돕는 DC 차데모 충전기가 연결된 곳이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는 별도 안내문을 통해 주유소 스스로 전기차 충전기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은 기자가 발급한 후불교통카드를 활용해 ‘비회원’ 충전을 했다. 약 60초간의 인증 과정 후 충전기 통신 연결과 전력 공급이 원활히 진행됐다.

하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이 충전기 위치가 셀프주유소 내 세차장 동선과 겹친다는 점이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는 전기차 충전기 근처에 충전 공간을 뜻하는 주차면을 새기지 않았다. 주유소 영업과 관계없는 별개의 시설물이라는 게 큰 이유다.

이 때문에 닛산 리프가 전기차임을 모르는 한 내연기관 운전자와 약간의 말다툼이 생길 뻔했다. 이 운전자는 “왜 세차장 진입 라인에서 계속 서 있느냐”며 항의했지만, “이 차가 전기차라서 현재 전기 충전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바로 수긍했다. 충전 중인 리프가 전기차임을 몰랐다는 게 해당 운전자의 말이다.

■국내 판매량 아쉬운 글로벌 전기차 베스트셀러

리프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스웨덴 글로벌 전기차 데이터베이스 분석사이트 ‘이비볼륨스(EVvolumes)' 자료에 따르면 리프는 지난해 전년 대비 7% 오른 4만9천818대가 판매돼 상위 30개 모델 중 2위에 올랐다. 리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테슬라 모델 S가 5만935대 판매로 1위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 중 리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리프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낯설다. 월간 판매량이 약 15대 내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지난 1월 255대가 판매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과는 대조적이다.

닛산 리프 (사진=지디넷코리아)
닛산 리프에 탑재된 아틀란 내비게이션 (사진=지디넷코리아)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 화면과 연관됐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미국등에서 생산되는 리프의 실내 디스플레이는 한글 지원이 되지 않는다. 순정 내비게이션에는 미국 지도만 표기된다. 센터페시아 내 ‘MAP’ 버튼을 길게 누르면 아틀란 내비게이션으로 이동되지만, 리프 내에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블루투스 연결이나 차량 설정 메뉴 등도 국내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복잡하다.

이에 대해 한국닛산 관계자는 "시승용으로 운영하는 리프는 닛산 본사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차량(미국 스펙 버전)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라며 "미디어 시승차는 시동을 켜면 영문 화면이 나타나지만,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차량은 시동을 걸었을 때 처음부터 한국어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실행된다"고 설명했다.

리프가 셀프주유소에서 푸대접 받을 수 밖에 없는 요인은 바로 이점과 연관될 수 있다. 만일 리프의 2세대 모델이 국내에 그대로 들어온다면, 한글화 문제만큼은 해결해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영상=한글 설정 없는 닛산 리프 계기반 디스플레이 (바로가기)

■프로파일럿 탑재가 기대되는 리프의 시원한 가속력

닛산과 NEC가 합작 설립한 AESC사에서 제작한 24kWh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는 1세대 리프는 최고출력 109마력, 최대토크 25.9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80kW 모터가 탑재됐다. 최대 주행가능 속도는 145km/h다.

리프의 제원은 고성능차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주행해보면 리프가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리프는 도로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성격을 가진다. 그 성격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B모드’다.

‘B모드’는 전기차 특유의 기능인 회생제동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스스로 에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 쉽게 주행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B모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회생제동 3단계 같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상황에서의 울컥거림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내연기관차에서 느낄 수 있는 엔진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느낌이다.

복잡한 시내로 나와 경기도 하남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한적한 올림픽대로 주행에 나섰다. 이 때는 ECO 모드와 B모드를 해제하고 가속 페달을 평소보다 더 깊숙하게 밟았다.

시원한 가속능력이 매력인 닛산 리프의 실내. 향후 2세대 모델에서는 이보다 더 날렵한 실내 디자인 구성을 기대해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리프의 가속력은 향후 2세대가 더 크게 기대될 정도로 시원하다. 모터의 반응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최고속도는 145km/h에 불과하지만, 도심 위주의 주행을 선호한다면 이 정도는 문제되는 수준이 아니다.

2세대 리프에 탑재될 닛산 부분 자율주행 기술 ‘프로파일럿’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현대차의 HDA(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처럼 고속 주행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8월말부터 닛산 신형 세레나 미니밴에 탑재됐다.

프로파일럿의 가장 큰 장점은 직진성이다. 단순히 차선 이탈 방지를 위한 보조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인 커브길 주행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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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리프의 'B모드'는 주행거리 손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렇게 보면 프로파일럿은 시원한 가속력이 특징인 리프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본다. 프로파일럿과 리프의 조합은 최근 업계의 높은 관심사인 자율주행 전기차 트렌드에 부합되기 때문에, 향후 출시될 2세대 리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6년형으로 판매중인 닛산 리프는 S 트림이 4천590만원, SL 트림이 5천180만원에 판매된다. 리프는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 차종에 포함됐다. 환경부측에서 제공하는 전기차 구매 국고보조금 1천400만원과 최소 300만원, 최대 1천200만원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합쳐지면 약 2천만~3천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