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정책, 이렇게 소비자 무시해도 됩니까"

정보공개 인색한 정부에 뿔난 학부모

컴퓨팅입력 :2017/02/15 16:43    수정: 2017/02/15 16:44

정부가 소프트웨어(SW) 교육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정작 정책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에서 초중고SW교육 의무화 대비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 대표의 메시지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아이들 미래, 코딩해볼까?-초중고SW교육 의무화 대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기조발제자와 중학교 정보교사, 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에듀테크업체 대표, 담당 정부부처 공무원, 유관 협회 관계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기조발제는 'SW교육 필요성 및 교육 방향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수원여자대학교 모바일미디어학과 오영배 교수가 진행했다. 그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일본, 중국 등의 초중고SW교육 의무지정 현황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 SW교육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 SW교육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고, 실습실을 비롯한 인프라, SW전공 교사를 포함한 교원이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SW교육 의무화가 학부모들에게 신규 교과과정 편성에 따른 두려움,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2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패널.

오 교수는 정부가 SW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해 자신이 지적한 인프라, 교원, 교육과정 문제에 대응하고 SW교육 평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중고SW교육 이수시간을 주1시간 이상으로 늘릴 것, SW교육 맡을 교원을 정보, 실과교사 전환교육, 재교육, 경력단절여성 활용 등으로 확충하자고 제안했다. PC 위주의 주입식 과정대신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SW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과정에 맞춰 표준화된 교사를 양성할 자격증 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학생-교사, SW교육에 바란다

이어지는 토론 자리에서 학부모 대표 신혜인 씨가 의견을 냈다. 그는 당국이 SW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며 그 영향을 직접 받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있고, 일선 교육현장과 학생을 양육하는 가정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부모 입장에서 SW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판단할 정보가 너무 없어 '동네 학원'에서 이끄는대로 휘둘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학부모의 선행학습 및 사교육 부담, 수업시간 증가로 인한 학생의 부담, 담당 교원 전문성과 학교 시설 부족 상황을 토로했다. 발언 일부를 옮겨 봤다.

"여기에 교육부 관계자 오셔서, 드릴 말씀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자바 언어 배우는 애가 있다. 앱 만드는 아이도 있고. (다른 곳은) 스크래치만 배우는 데도 있다. 스크래치를 영국에선 5세 과정으로 한다는 말도 있고, 혹은 스크래치도 알고리즘과 연관지으면 심오한 수준이라고도 한다. 혼란스럽고 (교육 내용을 학부모가 판단할) 기준이 없다. 교과서가 나온다는데, 어머니에게 공개된 정보는 없다. 목차 수준도 안 나와 있다. 소비자 이렇게 무시하고 정책 짜도 되는 건가."

학생 대표로 참석한 용인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황정호 씨는 한국에 SW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위 학생 가운데 공학관련 진로를 바라보지 않는 친구들은 여전히 코딩과 자신의 진로 관련성을 낮게 보고 있는만큼, 의무화할 SW교육 과정에는 다양한 분야별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코딩지식이 담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 대표로 참석한 제물포중학교 정보 담당 조수연 교사는 4가지 제안사항을 언급했다. 그는 효과적인 SW교육을 위해 수업시간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 교육부가 2020년까지 담당교사 500명 확보를 계획 중인데 그 과반이 정보교과를 이수하는 비전공자로 충당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부모가 우려한 SW교육 전문성을 위해 전공교사 비중이 더 필요할 것이란 의견을 폈다. 또 국외처럼 민간사업자 주도형 SW교육 지원 사업이 많아져야 하고, 쉬운 수준에서 심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SW교육 연계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패널. [사진=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

■"코딩이 SW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SW를 문제해결 도구로 봐야"

김태달 한국SW창의교육센터 이사장은 코딩에 쏠린 SW교육 개념을 달리 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서울대 교대 부설초등학교에서 운영한 '렛츠메이크' 패밀리캠프 등 사례를 통해 느낀 점과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SW교육을 '창의교육'과 등치시켰다. 창의력을 살리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니 학교에서, 대학교에서 과제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물을 조립하고 센서와 구동장치를 달아 작동하게 만드는 '메이커' 활동을 강조하며 교육에는 성취와 감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듀테크업체 핸즈온캠퍼스의 강현웅 대표는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했던 과거 방식을 벗어나 코치, 멘토 입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눈높이를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어 정부 측에 바라는 점으로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서 수행하는 코딩을 벗어나 SW를 문제해결의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 그런 시도를 하는 경험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학부모 쓴소리에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미래부 "선생님 주도로 민간 사업자 협력해야"

학부모, 학생, 교사가 처한 일선 교육현장의 어려움과 민간사업자, 관련협회 측의 의견을 들은 정부 측의 담당 공무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교육부의 남부호 교육과정정책관은 달라지는 교육과정의 형성 배경을 제시하며, 정책입안자의 어려움을 일부 털어놨다. 그는 "정보라는 교과가 아이들에게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중학교에 교육시간 34시간 지정이 아니라 '34시간 이상'이라 68시간, 102시간을 학교마다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원과 연수 방식을 신규 확보할 것이고 시설확보 등도 중요한데, (교육부가 자율학기제 사례처럼 인프라, 콘텐츠 준비 안 된 상태로 정책부터 발표하고 있다는 학부모의 지적에) 모두 확보한 뒤 정책을 발표할 수는 없다"며 "일단 정책을 내놓고 4~5년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하고, 교육부도 그렇게 정책이 추진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이상학 SW정책관은 SW교육 의무화 시행 과정이 2013년부터 시작한 SW중심사회 이행방안의 일환이라는 설명에 무게를 뒀다. 초중등 SW교육이 대학교와 사회 일반인, 전문가 세대까지 이어지는 관점으로 SW교육 틀을 짜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토론회 현장에서 학생 대표의 바람이었던 SW특기자 전형 의견에 대해선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교의 운영 방향에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했다. 학부모가 문제로 제기한 '입시 목적의 선행학습' 부담 우려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서는 절대 대학 갈 수 없다"고 언급했다. 민간 사업자의 SW교육 확산 참여에 대해서는 "민간의 자원을 활발히 활용하겠지만, 선생님이 주가 돼 그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바꿀 건 바꾸고 현실적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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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들 "평가방식 논의 빠졌다" "코딩은 사회문제 해결수단" "학교간 인프라 격차 심해"

패널 발언 후 질의응답 시간에 토론 청중 3명이 각자 의견을 제시했다.

첫번째 의견은 토론 패널 가운데 누구도 의무화할 SW교육 과정의 평가방식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학생 대표가 요청한 SW특기자 전형은 현존 특기자 전형 방식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입시 제도로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발언자는 자신을 성균관대 3학년 학생이라 소개한뒤 16학번학생들이 교양 수업으로 진행한 SW교육의 내용에도 미흡함이 컸다고 소개했다. 이론적이고 사회에서 유용한지 의심이 가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목적 없이 배우는 학생이 많아 그 효과에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는 메시지였다.

두번째 의견은 코딩을 단지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교과 과목이라는 시각을 넘어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내용이었다. 발언자는 자신이 인도 주재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사람들에게 코딩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지 고민 중인 사업자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 유수 IT기업 CEO 30% 이상이 인도 출신인데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카스트라는 신분 차별이 심한 인도에서 정부가 코딩이 그걸 해결해 준다는 슬로건을 걸고 장려한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 본다는 논지를 폈다. 신분극복뿐아니라 국민 소득을 높이고 사회격차를 해결하거나, 다른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수단으로 코딩을 바라볼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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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의견은 자신을 문과 출신으로 코딩을 잘 몰랐다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코딩을 배운 뒤 학생 대상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소개한 이로부터 나왔다. 그는 자신의 멘티에게 NIPA의 좋은 교육을 추천해 같이 배워보고 싶다고 NIPA 측에 요청했지만 NIPA는 그 교육이 성인 대상으로만 제공돼 학생에겐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SW교육을 위한 시설은 학교마다 격차가 너무 심하고 정작 천만원대 워크스테이션과 같은 인프라가 구축된 NIPA같은 곳의 시설에 학생들이 접근할 길은 막혀 있는데, 학생들을 위한 장소는 어디에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