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끝없는 소송 늪에 빠지나

다시 1심 돌아온 디자인 특허소송, 여전히 미궁

홈&모바일입력 :2017/02/09 08:54    수정: 2017/02/09 09: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던 삼성과 애플간 디자인 특허소송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쟁점은 삼성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배상금을 산정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 쟁점은 여전히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자칫하면 또 다시 항소심으로 이어지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소송전이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일(현지시간)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소송을 1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은 대법원에서 사건을 넘겨받은지 한 달 보름만에 하급법원으로 환송했다.

삼성과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소송이 끝없는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 측 캐서린 설리번 변호사. (사진=씨넷)

항소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양측이 서로 다른 요구를 했지만 우리는 어느 쪽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사건을 1심법원으로 송부한다”고 밝혔다.

■ 대법원 '핑퐁' 받은 항소법원, 1심법원으로 다시 넘겨

재판 과정에서 애플은 항소법원에서 계속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애플은 특히 “삼성 측이 1심 재판 때 스마트폰 외에 다른 제조물품성에 대한 주장을 한 적 없다”면서 “따라서 디자인 특허 침해에 부과된 배상금 3억9천900만 달러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반면 삼성은 항소법원이 1심법원으로 하여금 배상액과 관련 새로운 재판을 열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 상고심 때 쟁점이던 배상액 산정을 위한 재판을 원점에서 다시 열자는 주장이었다.

항소법원은 두 요구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 기록을 검토하면서 원심 유지 판결을 요구한 애플 주장을 무시하고 사건을 1심법원에 돌려보냈다.

하지만 새로운 재판을 열라는 판결을 해달라는 삼성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1심법원이 새롭게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새로운 재판을 열도록 하라”는 원론적인 지침만 내려줬다.

결국 항소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다시 항소법원까지 핑퐁처럼 오갔던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로 남게 됐다.

2011년 4월 애플 제소로 시작된 이번 소송은 2012년 8월 1심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에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항소심이 열린 연방항소법원. 자칫하면 또 다시 항소심을 열게 될 수도 있다. (사진=연방항소법원)

하지만 이후 항소심을 거치면서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의미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등 일부 쟁점은 무혐의 판결이 나왔다. 배상금도 5억4천800만 달러로 대폭 경감됐다.

이후 삼성은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쟁점 특허는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D677을 비롯해 D677에 베젤을 덧분인 D087, 검은 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배치한 D305 특허권 등 세 개였다.

대법원에선 ‘제품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부과한 것이 타당한 지 여부에 대해서만 다뤘다. 삼성이 4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액의 배상금 폭탄을 맞은 것은 “디자인 특허 침해 때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특허법 289조 때문이었다.

■ 대법원도, 항소법원도 '제조물품성' 규정은 회피

이 때 쟁점이 된 것은 디자인 특허의 판단 기준이 되는 ‘제조물품성’(article of manufacture)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부분이었다. 애플은 스마트폰 전체가 해당된다고 주장한 반면, 삼성은 부품 단위로 봐야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제조물품성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 뿐 아니라 그 제품의 부품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면서 “따라서 특허법 289조의 제조물품을 최종 제품으로 본 것은 그 법조문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다”고 판결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성이 확실하게 승리한 재판이다. 문제는 그 다음 부분이다. 실제 스마트폰에서 제조물품성을 어떻게 구분할 지에 대해선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하급심에서 다시 논의해보라고 떠넘겼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렸던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다만 289조와 관련된 손해 배상 판결을 할 땐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제조물품성이 무엇인지를 확정한 뒤, 그 제조물품 때문에 발생한 피해자의 전체 이익 상당액을 계산하라고만 했다.

대법원으로 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항소법원도 그 문제를 명확하게 다루진 않았다. 항소법원은 “양측 주장을 평가할 기록을 검토하는 작업을 하기엔 1심법원이 훨씬 더 적합하다”면서 다시 1심 법원으로 송부했다.

삼성과 애플간 디자인 특허 소송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제조물품 범위-입증책임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 없어

일단 사건을 넘겨받은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가장 먼저 삼성이 특허 침해한 제조물품성이 어디까지인지 확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제조물품성 특허 침해로 인한 애플의 전체 이익 상당액을 산정해야 한다.

언뜻 보기에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쟁점 특허 중 D677과 D087은 스마트폰의 외부 케이스와 관련이 있다. 반면 화면에 아이콘을 배치한 D305는 내부 디자인을 다루는 특허권이다.

외부 케이스와 관련된 두 특허권은 그나마 전체 스마트폰에서 기여하는 부분을 산정하는 것이 수월할 순 있다. 하지만 D305는 전체 스마트폰에서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따지는 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입증 책임 문제도 있다. 스마트폰의 제조물품성을 어느 단위까지로 나눠봐야 할 것이냔 부분에 대한 입증 책임을 누가 지는 지도 명확하지 않다.

루시 고 판사. (사진=위키피디아/ Pelicanbrieflaw)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애플은 "삼성이 2012년 1심 재판 때 스마트폰 전체 제품 외 다른 제조물품에 대한 논거를 제기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법원이 “새로운 재판을 열라”고 판결했을 경우엔 그냥 제조물품성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면 된다. 하지만 기존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성이 1심 때 제조물품성을 세밀하게 주장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놓고 또 다시 갑론을박을 벌여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패소한 측은 1심법원 판결에 대해 또 다시 항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1심법원→항소법원→대법원→항소법원→1심법원을 거쳤던 소송이 또 다시 항소법원으로 올라가는 무환 순환을 계속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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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항소법원이 입증책임에 대해 지역법원에 지침을 내려줬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사례가 드물긴 하겠지만 그랬더라면 또 다시 항소심으로 계속되는 무한순환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