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의 e知톡] 네이버 ‘라인 스피커’ 잘 될까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생활속 활용 기대

인터넷입력 :2017/02/06 15:14    수정: 2017/02/06 15:35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인터넷 시장. 정보도 많고 새로운 소식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쏟아집니다. ‘백기자의 e知톡’은 이런 국내외 인터넷 관련 소식과 정보, 다양한 서비스들을 누구나 알기 쉽도록 정리해주고, 풀어주는 코너로 운영됩니다.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의 기회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브라운, 제육볶음 레시피 백종원 스타일로 하나씩 가르쳐줘.”

“제임스, 오늘 핫딜로 올라온 송도 호텔 정보 좀 예약해줘.”

“문, 집에서 청와대까지 가는 택시 좀 불러줄래?”

“코니,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를 송중기 오빠 목소리로 읽어줘.”

네이버와 라인주식회사의 합작 태스크포스팀인 ‘프로젝트 J’가 올 상반기 인공지능(AI) 개인 비서인 ‘라인 스피커’(가칭)를 출시합니다.

물론 아직 정식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라인과 연계한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겠다는 계획인 만큼,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유명한 라인을 제품명으로 내세우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라인의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인 라인 프렌즈를 살린 디자인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죠.

라인 브랜드와 라인 캐릭터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해 보인다.(사진=가상 이미지)

라인 스피커가 등장할 경우 그 동안 일부 기능만 제공하거나 대중화되지 못했던 AI 서비스들이 생활 깊숙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의 예시처럼 음식을 만들거나, 필요한 서비스가 있을 때 검색하고 예약하는 기능을 음성으로 처리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보입니다. 1인 가족이나 독거노인들에게 말벗 역할까지 해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미 시장에는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 지니’ 같은 음성 서비스가 나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라인 스피커에 특별한 기대를 건 이유가 있습니다. 네이버와 라인이 서비스 근간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기가 지니' 역시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주문이나 예약과 같은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둘은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역할이 더 강해보입니다. 음성으로 TV나 에어컨을 작동시키거나, 마음에 드는 음악을 재생하고 전화를 받는 용도에 더 최적화된 것이죠.

반면 라인 스피커는 사용자들이 검색 포털 사이트 네이버나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대체한다고 보면 됩니다. 집안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연예인 정보를 찾거나, 친구들에게 라인 메시지를 보낼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만물상 같은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를 음성으로 실행하고, 귀로 정보를 받는 시대가 곧 열리지 않을까요.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건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아미카 덕분입니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 대화 시스템 '아미카'.

아미카는 기기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대화 시스템입니다. 그 동안 네이버가 축적해온 딥러닝, 음성인식, 음성합성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사용자의 상황이나 사용자 자체를 잘 인식하고 인지함으로써 사용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아미카는 앞으로 라인 스피커와 같은 기기와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데 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미 네이버는 아미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배달의민족, GS숍, 야놀자, 호텔나우와 같은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네이버랩스는 음성합성 기술 분야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이미 입증했습니다. 이 기술은 네이버의 어학사전 예문듣기나 뉴스 본문듣기에 적용돼 있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유인나 오디오북을 통해 실제 사람이 말하는 것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여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앞으로 사용자들은 음성합성 기술인 엔보이스 기술을 통해 유인나와 같은 유명 연예인이나, 가족들의 목소리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귀로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내 집에서 책도 읽어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외로움까지 달랠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 됩니다.

YG와 네이버랩스는 유인나 목소리와 엔보이스 기술을 이용해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사실 라인 스피커는 국내에 먼저 출시되더라도 기대가 되는 곳은 글로벌 시장입니다. 월간 활동 사용자 수 2억 명이 넘는 라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태국, 대만이 주요 타깃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이버는 최근 2016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라인이 AI 가상비서(라인 스피커)의 시작점이자 툴이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욱 쓰임새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엔보이스 음성합성 기술로 빅뱅이나 엑소와 같은 한류스타들의 목소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라인이 인기 있는 일본, 대만, 태국과 같은 곳에서 라인 스피커가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요. SK텔레콤의 ‘누구’나, KT의 ‘기가 지니’가 내수 판매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 라인 스피커는 더 넓은 시장이 무대가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다양한 언어의 자연어가 수집되다 보니 더욱 똑똑한 번역과 통역도 가능해질 거고요.

네이버는 지난해 유럽 시장 진출을 천명했습니다. 이후 코렐리아 캐피털과 손잡은 전략 투자의 첫 일환으로 프랑스의 음향 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유럽 시장은 고가 음향 장비인 드비알레의 기술을 활용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340만원대 드비알레 팬텀실버 스피커.

최근 네이버는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기술 지원을 위해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기술 기반의 오디오 콘텐츠 등의 제작을 지원하며 오디오 형태에 적합한 새로운 실험들을 이어가며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관련기사

7전8기 끝에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을 뚫은 네이버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AI 시대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라인 스피커를 통해 AI 시대를 대비한 네이버의 중간점수가 공개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