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정예슬 OiOi 대표 쇼핑몰 창업 성공기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5년만에 매출 80억원

인터넷입력 :2017/02/02 11:51    수정: 2018/05/02 13:57

취업은 어렵고, 답답한 직장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20~30대 젊은이들이 많다.

뚜렷한 사업 아이템이나 비전보다는 “잘하면 나도 대박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쉽게 창업을 결심하는 경우도 더러 보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동력 삼아 뷰티, 패션과 관련한 창업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다. 물론 반대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곳도 종종 눈에 띈다. 창업의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비결은 뭘까. 살아남는 곳들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확고한 경영 철학과 성공에 대한 확신, 남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고 이제 막 성장 궤도에 오른, 10~20대 남녀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쇼핑몰 오아이오아이(OiOi)의 정예슬㉗ 대표를 만나봤다.

오아이 스튜디오 정예슬 대표. 명함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헤드 디자이너란 직책이 적혀 있다.

정 대표는 5년 전 용돈을 모아 창업했다. 창업 자금은 100만원 정도. 인터넷 쇼핑몰 구축을 도와주는 카페24에서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미싱으로 만든 옷을 하나씩 팔았다. 최초의 사무실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었다.

현재는 가산디지털단지에 사무실과 작은 규모 2개의 물류창고를 꾸린 상태다. 직원은 15명. 사무실에는 20대 여성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벽면에 붙은 디자인 스케치와 영감을 주는 사진들이 인상 깊었다.

“중학생 때 인터넷 쇼핑몰이 막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랑 동대문에서 옷을 떼 와서 팔아봤던 게 경험이 돼서 대학 때 디자인을 전공한 뒤 성인이 돼서 창업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홍보할 채널이 많지 않아서 패션 잡지나 커뮤니티에 스냅 사진을 올리고 사이트를 홍보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았어요.”

오아이오아이의 특징은 10~20대 여성을 겨냥한 다소 튀는 스타일의 브랜드다. 또 오아이오아이의 2차 브랜드인 오이오이(5252)는 같은 연령대의 남녀 모두가 입기 편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무난한 스타일이라고 보기엔 어딘지 모르게 독특하고 유머러스하다.

10~20대 남녀를 겨냥한 브랜드 '5252'
10~20대 여성층을 겨냥한 시그니처 브랜드 'OiOi'

“4년 동안은 저희 고유의 정체성을 고집했어요. 그러나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포기하는 요소들이 있었죠. 대중성을 띄는 옷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서 마니아들을 위한 오아이오아이는 그대로 유지하고, 기본적인 라인을 만들고자 서브 브랜드인 오이오이를 만들게 됐죠. 이 때부터 직원도 늘고 규모도 커졌어요. 예상한 일이었어요.”

오아이오아이, 오이오이 브랜드의 특징은 모든 의류를 자체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평범해 보이는 후드 티 한 장을 디자인할 때도 소매부터, 전면 로고 박음질, 목줄의 두께까지 신경 써 디자인한다. 회사에 여러 명의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대부분 정 대표의 눈썰미와 손길이 영향을 미친다.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다 관여를 해요. 예전보다 많이 힘을 뺀다고 뺐지만 잘 안 되면 내 탓이란 생각 때문에 완전히 직원들에게 맡기기가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예전보다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대한 욕심과, 브랜드 고유의 색채를 유지한 덕분에 오아이오아이, 오이오이를 찾는 고정 고객들은 빠르게 늘었다. 덕분에 중국, 홍콩, 일본뿐 아니라 유럽 시장까지 진출했다. 대략 5년 사이 가입 회원만 10만 가까이 되고, 지난해 매출은 80억원을 기록했다.

오아이오아이게 디자인한 옷들이 걸려 있다.
의상 디자인을 위한 스케치.

“온라인 쇼핑몰 중에 저희가 큰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 치고는 중간급 이상 정도 돼요. 연예인 협찬을 통해 홍보의 도움을 받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홍보 효과를 봤죠. 아이돌뿐 아니라 유재석, 윤종신과 같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연예인들이 착용하면서 대중성을 가질 수도 있었고요. 올해부터는 전문적으로 연예인 협찬을 진행해주는 대행사와 계약을 했는데 확실히 전문적인 도움을 주더라고요.”

이것만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을까. 타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했을 때 뭔가 다른 요인도 있을 것 같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품절이 빨리 된다는 거? 또 세일을 자주 하지 않다 보니 마케팅 효과를 보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안 사면 못 사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닐까 싶어요. 노세일과 재고 품귀 현상, 가격을 적정선 이하로 내리지 않는 점 등이 저희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매력과 자부심을 안겨준 것 같아요.”

창업 6년차. 그 동안 겪은 에피소드나 어려움을 들려 달라니 정 대표는 최근 사례를 하나 얘기했다. 얼마 전 1년에 딱 한 번, 하루 동안만 하는 세일 날 서버가 뻗은 날을 꼽았다. 전년도에도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했지만, 기술적인 대비에 있어 의사소통 실수가 벌어져 한쪽 사이트가 마비가 된 것이다.

사무실 벽면에 디자인에 영감을 받기 위한 사진들이 부착돼 있다.
1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남성 직원은 총 3명. 직원 평균 연령은 25살이다.

“저희는 1년에 딱 한 번 24시간 동안 세일을 하는데, 최근 세일 행사 때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미리 대비한다고 했지만 한쪽 서버가 마비가 됐었어요. 자정부터 세일이 시작되는데 그 날 새벽 3시 넘어 집에 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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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슬 대표의 올해 목표는 매출은 현상 유지를 하되, 서비스와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또 지난해 진출한 유럽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도 올해 목표 중 하나다. 나아가 현재 홍대 쪽에 있는 오프라인 숍을 늘리고, 백화점 등에 입점하는 계획도 장기적으로 갖고 있다.

“앞으로도 디자인한 저희 브랜드 옷을 판매할 거예요. 제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이건 절대로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제품군에 대한 욕심은 있어요. 우리만의 향초나 방향제와 같은 것을 판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매출에 대한 욕심보다는 서비스와 품질을 개선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알아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