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으로 변신 2년...'중고나라 2.0' 시작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 인터뷰

인터넷입력 :2017/01/22 10:43    수정: 2017/01/22 10:44

손경호 기자

회원수 1천500만명, 일 평균 방문자수 500만명, 하루 10만건 이상 게시글.

우리나라 사람들 10명 중 적어도 3명은 회원에 가입했을 정도로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중고나라는 가장 많은 중고거래를 진행하는 만큼 '사기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고물품을 주문했더니 벽돌이 왔다거나 생수병이 배달됐다는 등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중고나라 네이버카페를 만들었던 운영자이자 현재는 중고나라의 운영을 전담하는 법인인 큐딜리온을 이끌고 있는 이승우 대표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만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앞으로 중고나라는 네이버카페를 벗어나 모바일 시대에 안전한 개인 간 거래를 뒷받침하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중고거래를 벗어나 물품이나 상품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를 재화로도 바꿀 수 있는 재미난 플랫폼을 꿈꾼다.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 중고나라 네이버카페 개설자로 현재는 이를 운영하는 법인 큐딜리온을 이끌고 있다.

중고나라는 큐딜리온이라는 법인을 통해 운영되면서 그동안 자발적인 커뮤니티에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회원들의 개선사항들을 자체적인 시스템 개발을 통해 녹여내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리고, 이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채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중고나라 2.0'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카페 개설부터 법인 설립까지

이승우 대표는 2003년 마음 맞는 지인 3명과 함께 중고나라 네이버카페를 개설했다. 당시만 해도 페이팔과 같은 에스크로 기반 결제시스템을 테스트해보자는 생각이 컸다. 에스크로는 구매자가 결제한 금액을 별도 회사가 중간에서 갖고 있다가 물건이 제대로 배송된 것이 확인된 경우에만 판매자에게 결제금액을 입금시켜주는 안전결제서비스다.

당시에 페이팔이 이러한 아이디어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경쟁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던 그는 오프라인 벼룩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개인 간 중고거래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여러 중고거래 사이트들로부터 콘텐츠를 옮겨오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런 정보들이 쌓이다 보니 이후에는 회원들끼리 알아서 물건을 올리고, 거래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대표의 본업이 상거래 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페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카페 운영진들만 100명이 넘는 거대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된다.

이 대표는 "너무 커지다보니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이 도드라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중고나라에 열정을 가진 회원들은 거래를 하면서 느꼈던 불편함들을 고쳐달라거나 어떤 부분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달라는 등 요청을 하고, 운영진이 이를 반영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현재 중고나라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자발적인 커뮤니티로 남아도 될 것을 굳이 법인을 통해 관리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네이버카페를 통해서 서비스를 하다보니 사기거래를 막거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는게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사용자들이 물품을 올릴 수 있는 거래게시판이 지원되지 않았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카페가 가진 고유기능 외에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반영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법인이 큐딜리온이다. 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를 받을 당시 그는 투자자들에게 "중고나라를 누구나 좋아하는데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고, 사기 등에 대한 대비가 잘 갖춰지면 누구나 이용할 것"이라며 "개발조직을 갖추고, 중고거래 문제점을 해결하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개선점들을 우리 기술로 녹이겠다"고 말하며 설득했다.

개발조직을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중고 물품을 올리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중고나라 모바일앱을 개발하게 된 것은 2015년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법인 설립 이전에 외주를 통해 만들어진 모바일앱에 대한 초기 반응은 좋지 않았다. 불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법인 설립 뒤 본격적인 개선에 나서면서 만들어진 '중고나라앱 시즌2'는 여러가지 개선점을 반영하면서 회원들의 호응도 커졌다. 특히 중고나라 카페에 거래게시글을 올리든 모바일앱에 올리든 관계없이 물품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중고나라2.0 뭐가 달라졌나

사람들이 온라인 중고거래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큐딜리온이 사기거래를 막기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기능은 카페 거래게시판에 올린 사진에 글을 올린 판매자 ID를 워터마크로 표시하는 것이다. 네이버에도 제안했던 이 아이디어가 채택되면서 모든 카페 내 거래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에는 워터마크로 게시글을 올린 사람의 ID가 표시된다. 중고거래 사기에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도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전까지 중고나라 운영진들은 거래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경험 상 어떤 경우에 사기 가능성이 높은지를 파악해 대상자를 강제탈퇴시키거나 게시글을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해왔다. 이러한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사기범들에게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큐딜리온은 이러한 사기패턴들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올라온 게시글에 포함된 내용들 중 사기가 의심되는 패턴이 들어있을 경우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표시하는 일명 '큐싸인(가칭)'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큐딜리온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이 시스템을 네이버카페 내 모든 거래게시판에 도입할 수 있도록 네이버쪽에 제안하기도 했다.

편의기능도 개선됐다. 이전까지는 중고나라 모바일앱에 올린 거래 게시글이 카페에는 표시되지 않았었다. 이런 점을 해결해 모바일앱이나 카페나 어느 곳에 게시글을 올려도 동일하게 보일 수 있게 했다. 또한 중고나라를 친구맺기 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를 할 때 카카오톡을 쓰던 라인을 쓰던 상관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 플러스 친구, 라인 플러스 친구로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에는 보다 편리한 안전결제시스템까지 붙여서 채팅창 내에서 모든 개인 간 거래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중고거래 단순한 커머스로 끝나지 않을 것"

전 세계 17억명 회원을 거느린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회원들끼리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돕는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했다. 소셜네트워크로 시작해 모바일메신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페이스북이 개인 간 거래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이승우 대표는 "중고거래가 단순한 커머스로서 대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내가 가진 집 안에 있는 모든 물품들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캄보디아를 사례로 삼았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역할을 하는 것이 중고거래사이트이다. 이곳에 모여서 사용자들이 개인 간 거래를 중심으로 모든 종류의 얘기를 나누더라는 얘기다. 그만큼 중고거래로 대표되는 개인 간 거래 플랫폼 사람들이 발전해 나갈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대표는 이렇게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을 더 모으기 위해 마일리지, 멤버십 등을 도입하고, 내가 거래한 내역을 계좌조회를 하듯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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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최근 모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지인의 와이프가 200만원에 구매한 핸드백을 100만원에 팔았는데도 이득을 본 것처럼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중고거래는 수익을 보는 일반 상거래와는 다른 감성에서 바라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자원의 선순환을 기업철학으로 한다는 큐딜리온이 앞으로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페이스북과 견주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