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과기, 조직개편 '논란'...“칸막이식 개편 무의미”

김동욱 교수 "차기 정부, 10년 후 내다봐라"

과학입력 :2017/01/19 17:40

최경섭 기자

정치권이 탄핵정국,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되면서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창조경제 정책’의 중심축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 조직개편 0순위로 거론되면서, 차기 정부에서 ICT와 과학기술 부문을 어떻게 개편할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벌써부터 과학계를 중심으로 분리 독립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문화부-방통위 기능 일부를 기능적으로 통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큰 부침을 경험했던 ICT-과학계 로서는, 5년 마다 반복되는 정부 조직개편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부는 매번 정권이 바뀔때 마다 반복되는 정부 조직개편 공방이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올 뿐 아니라, 관련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린다는 입장이다.

최양희 미래부장관은 "정부 조직을 5년마다 바꾸는 것은 낭비"라면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는 각 정부 조직이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역대 44번 정부조직 개편...ICT-과기 "찢었다, 붙였다"

매번 정치 수장이 바뀔 때마다, 또 정치적 격변기 때마다 정부 조직개편은 늘 관례적으로 따라 다녔다.

안정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총 44차례에 걸쳐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부수립 때 최초 설치된 국방부, 법무부, 법제처 등 3개 정부부처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이름을 바꿔 달거나 역할과 기능이 바뀌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정부 조직개편의 중심에 있는 ICT-과학 부문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며 공식적으로 중앙 정부부처로 자리매김 했다.

김영삼 정부는 지난 1993년, 기존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IT 컨트롤타워를 가동시켰다. 과학기술 분야는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켜 독립 부처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1990년대 이후 IT 컨트롤타워, R&D 주무부처로 영역을 구축해 온 정통부, 과기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수술을 받는다.

정보통신과 IT 산업진흥 전 영역을 관장해온 정통부는 ‘작은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시절, 방송통신 규제와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진흥은 지식경제부, 정보화 부문은 행정안전부 등으로 각각 사분오열 한다. 특히 IT 산업진흥 기능이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면서, 오히려 IT 산업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기부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에 흡수 통합되면서, 본래의 R&D 정책기능이 쇠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창조경제 정책을 정치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찢어놨던 ICT 산업진흥과 방송통신 정책, 과학기술 업무를 통합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새로 출범시켰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도 C-P-N-D의 핵심인 디지털콘텐츠 부문은 문화부에 남겨두고, 주파수 역무도 미래부-방통위-국무총리실 등으로 분산 배치하면서 부처간 기능적 통합보다는 나눠먹기식 조직개편 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칸막이식 개편 무의미...10년후 내다보고 고민해야”

ICT,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미래부 개편과 관련해서는 현재,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로 ICT 진영에서는 차기 정부에서도 ICT와 과학기술을 통합하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을 기대하고 있고, 과학계는 일부 출연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과거처럼 과학기술부를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 IT 컨트롤타워 기능에 방통위의 방송정책, 문화부의 콘텐츠 부문을 추가해 C-P-N-D 구조를 완성하는, 이른바 ‘정보문화부’ 신설안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ICT 기능이 산업부로 흡수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가운데)이 송희경, 박경미, 신용현 의원이 주최하는 국회 제4차 산업혁명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학자들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과거처럼 부처간 이해나 역학 구도에 의해 결정되는 ‘칸막이식’ 조직개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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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융복합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부처 일이 B부처로, B부처 일이 C부처로 가는게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수술이 진행됐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향후 5~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와 기업, 또 지방정부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나 민간기업에 과감히 정부 역할을 이양하는 결단도 필요하다”면서 “AI(인공지능)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 올릴 수 있는가를 차기 정부나 지도자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