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날개 단 챗봇,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비즈니스 활용 기대…"올해는 기획력이 관건"

인터넷입력 :2017/01/19 09:27    수정: 2017/01/19 13:30

손경호 기자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챗봇이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채팅 창에서 상품 추천을 받아 결제까지 척척 해내는 똑똑한 챗봇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챗봇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해초 알파고 열풍 이후 AI란 키워드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이런 기술을 활용한 챗봇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사람 손을 덜 거치면서도 카카오톡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 민원을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인터파크가 쇼핑 챗봇 '톡집사'를 선보이고,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각각 카카오톡을 이용해 홈쇼핑에 등장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게 돕는 '톡주문'을 선보이면서 커머스 분야에 챗봇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머니브레인과 손잡고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카카오톡과 연동한 '금융봇'을 내놨다. 배달분야에서는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를 지원하는 머니브레인의 '얌얌'이 베타서비스를 내놨다.

또 숙박앱 여기어때는 다음달 중 사용자가 앱 내에서 원하는 숙박업소를 추천받아 결제, 환불 등까지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 '스테이테크 AI(가칭)'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물론 '사람 같은 챗봇'이 하루 아침에 시장에 안착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아직 덜 무르익은 챗봇을 어떤 분야에 어떤 식으로 응용해서 어떻게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기획력 싸움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챗봇 시너지 내려면 시간 걸릴 것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가 커머스나 금융, 콜센터 등 분야에서 챗봇이 베타테스트를 거치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던 시기라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챗봇이 여러 온라인 서비스로 광범위하게 퍼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 기술을 챗봇에 적용하면서 제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발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은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메신저 위챗이다. 이 메신저는 2014년부터 챗봇과 대화하면서 호텔, 병원 일정을 예약하고, 영화표를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왔다.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인 페이스북도 지난해 챗봇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모바일메신저를 이용해 기업용 챗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메시지 보내기/받기 API를 공개했다. 이밖에도 Kik이라는 스타트업은 화장품, 의류업체들이 일명 '봇샵'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응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등장한 챗봇들은 적잖은 한계를 갖고 있다. 자연어 이해나 처리를 통해 마치 오프라인 매장 점원이나 상담원과 직접 대화하듯이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거나 개인화된 상품을 추천하는 등 서비스까지는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이라고 부르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점들이 더 많다.

■"올해 상반기 챗봇 시장은 기획력 싸움"

때문에 올해는 챗봇을 여러 서비스 분야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와중에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덧붙여지면서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되는 방식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챗봇 서비스가 메뉴를 선택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는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사용자 요청에 따라 알아서 판단해서 최적의 답을 내주는 방식으로 고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인공지능 기반 챗봇의 핵심기술이 될 자연어 처리, 이해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회사들은 여럿이다. 마인즈랩, 솔트룩스, 아담애널리틱스, 와이즈넛 등이 꼽힌다. 지난해 창업한 머니브레인의 경우도 이러한 기술을 확보해오고 있다. 이들이 가진 기술과 챗봇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만나면서 올해 상반기 이후부터는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데일리금융그룹 중간지주사인 데일리인텔리전스 AI 본부이사 겸 챗봇 스타트업 리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환 대표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자연어를 처리할 수 있는 챗봇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앞으로는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기 쉽지 않은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챗봇을 서비스할 지, 이를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획력 싸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ARS 같은 메뉴 선택 넘어서기, 커머스-금융서 성공사례 나올까

김 대표에 따르면 기존 톡집사나 GS홈쇼핑, CJ오쇼핑 등에 적용된 챗봇은 메뉴트리를 활용한다. 자동응답전화(ARS)를 이용할 때 필요한 메뉴를 숫자 번호 키패드를 눌러서 선택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모바일메신저에 응용한 것이다. 직접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보다 편리하게 상품을 조회하거나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제를 위해 별도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는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더구나 실제 사람과 대화를 하듯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고 그 안에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단계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기존 콜센터 전화상담원이 하던 업무를 챗봇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는 분야다. 기존에 쌓인 고객상담대응매뉴얼과 상담 DB를 활용하면 24시간 금융상담창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실제로 매뉴얼이나 DB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변수가 많은 고객에게 대응하기 위한 스크립트(상담에 대한 답변)를 짜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말한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여기에 어떤 답변을 하는 것이 정확할지에 대한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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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챗봇을 두고 "기존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보다 더 접근하기 쉬운 하나의 채널이 생겨났고, 심지어 개인화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며 "그 사람에게 더 알맞은 개인화된 메시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관련 업계가 답을 찾고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여러 금융사들도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기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내부에 인공지능팀을 신설하는 한편 이달 중 협업을 위한 업체선정에 나선다. 위비톡에 챗봇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EB하나은행은 11월 문자메시지로 계좌이체할 수 있는 텍스트뱅킹을 선보인데 이어 AI 기반 챗봇에도 서비스를 녹여낼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카드 등도 관련 분야 기술 확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