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시대…은행, 빅데이터에 빠지다

데이터분석 조직 신설하고 리스크 대응 프로젝트 추진

금융입력 :2017/01/17 15:45

송주영 기자

은행 내 데이터 분석이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생겨나고 있고 시범 프로젝트 성격의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물론 그 동안에도 데이터분석 업무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다르다. 정보분석 ICT 기술이 발전하고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은 데이터 분석 수준을 한층 높이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금융소비자를 이해하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중심 조직을 새로 만들고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시스템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는 데이터 분석이 금융산업의 지능정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전초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능정보 또는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학습 자동화 기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알아서 통찰력을 지원하는 데 목표가 있다.

은행은 데이터분석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데이터 분석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국으로 유명세를 떨친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기보 분석을 시작으로 필승 전략을 만들어 낸 것처럼 은행은 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금융산업의 기보를 만들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KB국민은행 영업조직 지원 데이터분석부 신설

은행이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은 고객과 리스크 정보다. 고객과 리스크는 은행 금융 업무를 다루는 두가지 축으로 이전에도 꾸준히 분석작업이 진행됐다. 최근 은행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과 리스크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관점을 다양하게 만들어 은행 수익 관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하면서 데이터분석부를 신설했다. 데이터분석부는 고객가치분석부를 확대, 재편해 만든 조직으로 데이터를 통해 고객과 상품을 분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데이터분석부를 신설해 고객, 상품 등을 세분화해 영업 지원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데이터분석부는 고객 정보, 상품 정보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DB구조를 재편했다. 앞으로 마케팅에 데이터분석을 적극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데이터분석부에 대해 “영업지원 마케팅 조직”이라며 “특정고객의 특성을 분석해내는 것이 주 업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빅데이터 시범사업도 추진했다. 웹로그 분석을 통해 사용자 경험(UX) 구매지표를 구현하고 영업점 상담/섭외 텍스트 분석을 통해 이탈고객과 여신가망고객군을 발굴 등의 시범 사업을 수행했다.

■신한은행 ‘리테일고객 주거래지수 모형’ 개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마케팅본부 내 빅데이터팀을 격상시켜 빅데이터센터로 재편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도 마케팅본부 내에서 고객 정보를 중심으로 분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지난해 분석 기술을 이용해 ‘리테일고객 주거래지수 모형’도 개발했다. 리테일고객 주거래지수 모형은 개인별로 거래 습관을 분석하고 개별 마케팅 활동의 장단기 성과를 측정하는 모형이다.

고객의 거래 빈도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거래여부, 채널이용형태 등 거래량을 넘어선 거래 습관을 분석하도록 했으며 고객이 중요시하는 항목에는 주거래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리테일고객 주거래지수 모형' 개요

신한은행은 주거래지수 모형에 분석 뿐만 아니라 예측 기능도 추가해 분석결과를 토대로 장기거래의 유지 또는 증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빅데이터를 고객 거래를 넘어 의사결정 전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분기 내 빅데이터 상황실인 ‘워룸’을 만들어 정보를 시각화하고 임원들이 회의를 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리스크총괄부 주도로 프로젝트 시작

우리은행은 개인 부도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리스크총괄부 주도 아래 빅데이터 기술 기반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도차주의 부도패턴을 분석하고 여신 취급과정에서 필요한 부도발생 가능성에 대한 진단정보를 포함해 기업분석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외부의 정형/비정형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틀을 수립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여신심사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정형자료(재무제표, 대표자정보 등)에 근간을 두고 있으다. 비정형자료는 개별 심사자의 조사자료에 의존하여 평가시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할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부도패턴 프로젝트 이외에도 빅데이터 전담부서를 구성했다. 지난해 빅데이터 부서를 신설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IBK기업은행도 리스크관리와 마케팅에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프로젝트도 우리은행이 추진하는 것과 비슷한 목표의 부도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다음달 컨설팅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라고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고객의 금융상품 가입 성향을 마케팅과 리스크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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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NH농협은행도 빅데이터 기반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보수적이라는 산업 특성상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가 늦은 감이 있다”며 “최근 들어 보험, 증권, 카드 등 2금융권이 먼저 도입하기 시작한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은행은 올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