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못한 길...위기의 삼성, 초비상

이재용 부회장 구속되면 파장 감당키 쉽잖을 듯

디지털경제입력 :2017/01/13 13:31    수정: 2017/01/15 14:1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22시간 넘게 밤샘 조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금명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에 비상이 걸렸다.

'위기 관리의 명수'라는 삼성이 자칫 기업 총수와 최고 경영진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단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위기 국면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일(12일) 오전 9시 30분 뇌물 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밤샘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7시 51분께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에서 위증한 것이 아니냐?"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말이 있다"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부회장은 아무 말 없이 대기 중이던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표정은 전날보다 어둡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고 3~4 킬로미터 떨어진 강남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그룹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대책 회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 서초 사옥 전경(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처럼 피의자 신분으로 장시간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이 부회장의 진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오늘 내일 중 신병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을 포함해 앞서 조사를 받은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을 구속한다면 삼성은 그야말로 폭풍우에 뒤집힌 난파선이 될 수밖에 없다. 병석에 누워 있는 이건희 회장은 물론 아들인 이 부회장까지 영어의 몸이 된다면 글로벌 기업 삼성으로서는 창사이래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비상 국면을 맞게 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총수와 그룹 수뇌부가 모두 자리를 비우면서 경영 공백은 물론 대내외적인 리더십이 실종되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연초부터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무려 9조원이 넘는 돈을 들인 하만의 마무리 인수 작업을 아직 남겨 놓고 있고이달 중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발표, 내달 갤럭시S8 출시 등 올해 글로벌 핵심 사업 등을 앞두고 있다.

이 모두가 간단치 않은 숙제여서 삼성 그룹 차원에서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장시간 자리만 비워도 결제 서류가 쌓이게 마련"이라며 "최고 경영진이 무더기로 그렇게 (구속)된다면 그야말로 그룹 전체가 올 스톱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는 특검은 삼성 경영 승계 문제가 걸린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대가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특혜성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단 출연과 최순실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금을 박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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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부회장은 삼성의 지원이 박 대통령의 지시와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지 합병이나 다른 대가가 아니라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동안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돈을 준 피해자라고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