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용정보평가하기, 어디까지 왔나

금융사 평가모형 고도화…변별력 높아져

인터넷입력 :2017/01/09 17:53    수정: 2017/01/10 10:49

손경호 기자

은행, 보험사 등 금융업이 최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핵심 역량 중 하나는 신용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고객이 어느 정도 돈을 갚을 능력을 가졌는지를 알아야 얼마나 대출을 해줄지, 보험금은 제 때 낼만한 여력이 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이 정교해질수록 금융사들은 연체율, 부도율을 낮춰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고객들로부터 수집한 나이, 성별, 소득, 다니고 있는 직군 정보 등에 더해 내부적으로 확보한 평가모델을 활용하고, 전문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저마다 다른 신용평가 노하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같은 영역에 인공지능(AI) 연구에 쓰이는 머신러닝, 딥러닝 등 기반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금융사가 제공하는 고객들에 대한 데이터를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보다 정확하게 신용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2014년 8월 창업해 2015년 3월부터 데일리금융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데일리인텔리전스에 둥지를 튼 솔리드웨어는 '다빈치랩스(davincilabs.ai)'라는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이다.

9일 만난 엄수원 솔리드웨어 공동대표는 "사람의 사고 방식을 그대로 따라해보려는 일반 인공지능 대신 실용 인공지능을 추구하고 있다"며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거나 챗봇을 만드는 등 비즈니스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서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대국에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적용해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 뜬구름 잡는 기술보다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되는 쪽으로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번이 조사한 2015년 기준 글로벌 IT기업들 중 IBM의 왓슨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45%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외에 로보어드바이저, 자율주행차, 챗봇 등에 AI 기반 기술들이 적용되면서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비즈니스가 제대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최소 2년~3년은 기다려야한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엄수원 대표에 따르면 다빈치랩스의 경우 머신러닝, 딥러닝 등 기반 기술에 더해 여기에 입력되는 데이터 전처리 방식, 다른 시스템과 연계성에 대한 전문역량을 확보하면서 금융사의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했다. 저축은행, 캐피탈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높은 연체율, 부도율을 유지하면서도 우량고객, 불량고객을 정확히 걸러내는 작업이 수익과 직결된다.

다빈치랩스는 기본적으로 엑셀파일 등 형태로 정리된 정형데이터를 분석한다. 금융사를 통해 제공받은 고객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반 기술로 분석해 이전보다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당장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사와 진행한 여러차례 테스트에서 성과를 거뒀다. 솔리드웨어가 개발, 서비스 중인 다빈치랩스는 현재 웰컴금융그룹, KB캐피탈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웰컴금융그룹의 경우 기존 고객데이터에 대한 테스트 결과 연간 부도율을 2.7%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검증했다.

KB캐피탈과 진행한 테스트에서 전통적인 신용평가모형과 비교해 우량, 불량 고객을 판단하는 변별력이 두 배 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평가하는 지수 중 하나인 지니계수가 이전 모형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고객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올린다. 연체나 부도율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만큼 대출금리가 높고, 리스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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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대표는 "저축은행, 캐피탈 등 입장에서 일정한 부도율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정확하게 불량고객들을 걸러내고 우량고객들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는 동일한 부도율을 유지하면서 대출승인률이 이전대비 20%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금융사가 같은 부도율, 연체율을 유지하면서 대출승인률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솔리드웨어는 다빈치랩스를 글로벌 시장으로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신용평가모형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킨 사례가 없는 만큼 AXA손해보험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는 물론 SBI저축은행을 보유한 일본 SBI홀딩스와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