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0돌…'모바일 혁명' 끝나지 않았다

2007년 1월9일 첫 선…'넥스트 빅싱' 고민 여전

홈&모바일입력 :2017/01/09 13:22    수정: 2017/01/09 13: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손가락이 있는데 스타일러스는 왜 쓰냐?”

무대에 선 스티브 잡스는 단호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하나 같이 전면 절반이 키보드로 덮여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곤 곧바로 자신들이 출시할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엔 필수적으로 탑재됐던 키보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화면을 살짝 누르자 가상 키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년 전인 2007년 1월 9일에 있었던 일이다. 잡스는 그 무렵 CES와 함께 양대 IT 행사로 꼽혔던 맥월드 기조연설을 통해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2007년 맥월드 행사에서 아이폰 첫 모델을 소개하던 스티브 잡스. 그 무렵 유행하던 키보드 장착형 스마트폰을 조롱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그 해 맥월드는 특별했다. 한 발 앞서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CES 참관객들의 시선까지 가로챌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애플이 맥월드 행사에서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미확인 루머가 널리 퍼진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아이폰이 공개되자 기존 스마트폰업체들은 코웃음을 쳤다. 기껏해야 시장 점유율 5%를 차지하면 잘하는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 아이팟으로 재미 본 애플,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고민'

그날 공개된 요상한 제품이 스마트폰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몰고올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일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그 때까지 스마트폰과 휴대폰 시장을 주도했던 리서치인모션(RIM, 나중에 블랙베리로 개명)과 노키아는 무대 전면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대신 애플과 함께 삼성이 새로운 모바일 시대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애플 대표 상품이 된 아이폰이지만, 사실 출발은 소박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두루 취재한 여러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플은 처음엔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원래 애플은 PDA 시장을 개척한 업체였다. 1993년 세계 첫 PDA인 뉴턴을 선보였다. 하지만 너무 일찍 태어났던 뉴턴은 제대로 주목받지도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한 차례 쫓겨났다가 1997년 다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가장 먼저 뉴턴을 비롯한 경쟁력 없는 제품들을 없애버렸다.

애플은 2001년 10월 아이팟을 선보이면서 디지털 음악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씨넷)

이후 매킨토시 사업으로 PC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던 애플은 2001년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여놨다. 아이팟(iPod)이란 MP3 플레이어를 선보인 것. 이후 애플은 아이튠스로 디지털 음악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이 시장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2007년 무렵엔 아이팟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45%를 책임지고 있었다. 애플은 또 MP4 플레이어 시장의 70%를 독식했다. 이 무렵 애플은 아예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란 단어를 떼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계속 불안에 떨었다. 휴대폰 때문이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에 보면 잡스가 휴대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음악 시장까지 잠식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 디지털 음악사업 수호, 처음엔 '통신사와 제휴' 무게

처음 애플이 생각한 것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을 파괴할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었다. 대신 이런 고민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이튠스에 계속 접속하도록 만들까?”

이 대목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지전능한 스티브 잡스가 어느날 “아이폰이 있어라”고 선언하고, 애플의 뛰어난 개발자들이 그 선언에 따라 아이폰을 만들어낸 게 아니란 점이다.

잡스가 처음 염두에 둔 것은 AT&T 같은 대형 통신사와의 제휴였다. 기존 휴대폰에 아이튠스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하지만 기존 통신사업자와의 협상이 간단하지 않았다. 수익 분배부터 헤게모니까지 모든 게 삐걱거렸다.

애플 주요 제품 출시 년도. 아이폰 이후 10년, 아이패드 이후 7년 여 동안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게 여의치 않자 직접 아이폰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결국 애플은 간판 상품인 아이팟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쪽으로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제품은 스마트폰으론 결격 사유가 적지 않았다. 아이팟 특유의 조그셔플 때문에 필요한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한 때 모토로라 같은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결국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 같은 아이폰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상황을 취재한 여러 기록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맥월드 무대에 올라가는 바로 그 순간까지도 아이폰 첫 모델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 과연 애플의 차세대 성장판은 어디 있을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후 아이폰은 엄청난 행보를 보여줬다. 최근 분기까지도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책임질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과시한다.

그 뿐 아니다. 통신시장의 기본 문법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시장에 던진 충격파도 엄청났다. 아이폰 이전까지만 해도 단말기사업자들은 통신사에 종속됐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는 시장의 문법과 무게 중심을 완전히 바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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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애플도 고민이 많다.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대표 상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을 연이어 출시해봤지만 아이폰만큼의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 출시 10년을 맞은 애플은 과연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끊임 없이 제기되는 애플 위기론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재촉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