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짜 뉴스’ 진짜 믿었을까

美 매체 복스 “대선 영향은 가짜 아닌 진실”

인터넷입력 :2017/01/06 11:13    수정: 2017/01/06 11:13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 광고 네트워크를 사용해 가짜 뉴스(Fake News) 표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이런 가짜 뉴스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뉴스 사이트 복스닷컴(Vox.com)은 현재 미디어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를 짚어내는 동영상 한 편을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영상의 제목은 ‘가짜 뉴스가 2016년 미디어의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Fake news was not the biggest media problem of 2016)이다.(▶관련동영상 보기)

복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 등 인터넷 미디어에 의한 거짓 뉴스 확산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를 통한 거짓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문 매체들이 힘을 갖고 있을 무렵에도 많은 가짜 뉴스가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유명한 일화는 박쥐와 인간이 반씩 섞인 ‘배트 보이’를 FBI가 체포했다는 소식과 힐러리 클린턴이 외계인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입양했다는 내용이 1990년대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가짜 뉴스는 편집상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뿐, 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거액의 돈은 광고에 의해 만들어졌고, 가짜 뉴스와 광고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다.

반면 지난해 이슈가 된 가짜 뉴스의 새로운 점은 이것이 광고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인터넷 광고는 사용자 웹에서의 행동을 추적하고, 그 행동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꽃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을 방문하면 전혀 관계없는 뉴스를 읽고 있을 때 꽃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의 광고가 표시된다.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측에서는 추적한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광고를 표시함에 있어 사용자가 어떤 사이트를 탐색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 네트워크에서 가짜 뉴스가 표시되는 것이다.

즉 신뢰할 수 없는 기사나 정보가 SNS 등 개인 공간에 표시되는 것으로, 가짜 뉴스가 지금까지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또 광고로 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새로운 문제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지난해 가짜 뉴스가 특히 눈에 띈 것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일이다. 버즈피드가 페이스북에서 참여가 높았던 대선 관련 가짜 뉴스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도널드 트럼프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힐러리 클린턴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가짜 뉴스가 대선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자유주의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저널리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가짜 뉴스 때문에 세계가 불안한 국면을 맞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에 타격을 준 것은 ‘진실의 이야기’였다는 것이 복스의 관점이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기사에서 읽은 것은?”이란 질문에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에 가장 많았던 것은 “이메일 문제”였다. ABC, NBC, CBS 등 저녁 뉴스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주제도 단연 이메일 문제가 제일 많았다.

선거전에서 대립하는 두 진영 모두 우수한 기자들이 있었다. 각각의 기자들은 적진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조사 내용을 발표했지만, 인원 구성상 기본적으로 2명의 후보는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형평성을 맞추고자 같은 수의 기자가 같은 개수의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문제가 된 것은 이메일 문제와 클린턴 재단의 의혹 두 가지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수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이럴 경우 하나하나의 문제가 거론되는 시간과 비율이 자연스럽게 적어지게 된다. 각각의 후보에 할애된 기사의 공간이 같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를 실시한 갤럽의 데이터에 따르면, 선거 기간 동안 이메일 문제는 힐러리 클린턴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 상단에 계속 표시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문제는 시기에 따라 변화했다.

복스는 대선에서 미디어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가짜 뉴스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관점의 부족’ 영향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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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는 “주요 미디어들이 대거 스캔들 내용을 계속 흘림으로써 대선에서 정말로 문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하게 만들었다”면서 “이에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지 않은 채 투표를 했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