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2017년 기술 전망 증가, 속내는

시장내 주도권 회복 일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영향

컴퓨팅입력 :2016/12/28 16:43

최근 글로벌 IT솔루션 업체의 내년 기술트렌드 전망 보고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의 보고서와 대동소이하면서도, 발표업체의 사업분야에 따라 중요도와 항목이 다르다.

한동안 IT솔루션업체의 시장전망 보고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다. 사용자가 시장조사업체나 컨설팅업체의 보고서를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솔루션업계도 직접 시장을 전망하기보다 조사업체의 발표에 기대는 양상이었다.

올해들어 이런 경향이 바뀌었다. 솔루션업체가 적극적으로 시장 전망을 직접 발표하는 것이다. 최근 수년째 보안업체의 보안 전망보고서 발표가 주로 이뤄졌는데, 이달에만 VM웨어, 델테크놀로지스 등이 내년도 IT시장 전체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델의 7대 전망 '증강현실', '인공지능', 'IoT'

델테크놀로지스는 2017년 IT 산업 7대 키워드로 ▲몰입형 창의성의 대두 ▲증강/가상현실 ▲난방, 통풍, 공기조화 (HVAC) 보안 ▲5K 해상도 기술 ▲최고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책임자 ▲사전 예방과 자가 치유 ▲기계인식(machine perception) 등을 꼽았다.

몰입형 창의성의 대두의 경우 혁신적인 기술이 전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건축 관련 종사자는 건축 시작 전에 실물 크기의 완전한 모형으로 작업 결과를 예상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마우스 클릭 대신 스크린 터치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제품의 비즈니스 업무 사용 증가도 언급된다. 터치 같은 몰입형 감각을 통한 학습으로 강의, 제본, 노트 필기와 같은 기존의 양식이 점차 불필요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켓몬고를 시작으로 증강/가상현실이 게임 영역을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델은 전망했다.

난방, 통풍, 공기조화(HVAC,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 보안 등은 델만의 독특한 분류다. 미래에는 IP 주소를 가진 모든 것이 해킹 가능하다. 공격의 대상은 IT 네트워크를 벗어나 비즈니스의 다른 영역까지도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 데이터 보호뿐 아니라 HVAC 인프라와 같은 요소에 대한 보안의 중요성까지도 커질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017년은 본격적인 5K 해상도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다. 기존의 4K UHD(3840x2160) 디스플레이 대비 초고화질의 사진, 영상 등을 작업하는 전문가들에게 한 차원 높은 비주얼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고 사물인터넷(IoT) 책임자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기존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서 한 단계 나아가, 운영과 IT 기술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최고 IoT 책임자라는 새로운 직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최고 IoT 책임자는 ROI(투자수익률)와 비즈니스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비 및 플랜트 매니저에서 CIO와 CE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직접 협력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을 리드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머신러닝은 IT에 사전 예방과 자가 치유를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기술적 결함을 알아내고, 적절한 시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고장 수리와 같은 단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전략적인 IT 프로젝트에 인력을 배치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결국 이렇게 처리된 대규모 데이터는 기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MIT의 인간 행동 예측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기계인식(machine perception)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통찰력을 얻고, 새로운 산업 혁명에 일조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컴퓨터 비전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한 의료 절차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VM웨어의 10대 전망 '인공지능', 'IoT', 'IT주도 혁신'

VM웨어는 ‘2017년 IT 10대 전망’을 발표했다. VM웨어 본사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바스크 아이어가 작성했다.

이 보고서도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모빌리티의 진화 ▲클라우드의 급격한 성장 ▲진정한 IoT 시대의 도래 ▲블록체인 활성화 ▲IT의 우버화 ▲IT 기반 혁신과 향상된 고객 경험 ▲섀도우 IT의 비즈니스 IT화 ▲미국 제조업의 부상 ▲리더십의 변화 ▲오픈소스 영향력 확대 등이 지목됐다.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는 모바일기기관리(MDM), 캘린더 제공 등의 기본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수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최적화된 솔루션 제공 및 인공지능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VM웨어가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팀 단위당 업무에 사용하는 클라우드는 평균 8개다. 멀티 클라우드 시대는 이미 코 앞으로 다가왔으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은 이제 기업의 필수 요소다. 기업 내 기존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를 효율적으로 관리, 연결, 오케스트레이션하고 보호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IoT는 머신러닝과 AI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강력해질 것이나, 동시에 데이터 유출이나 침해, 사이버 위협과 같은 문제들에 직면할 것이다. IoT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시작 단계부터 기존 IoT 아키텍처에 보안을 강화해 고도화된 보안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크라우드소싱 기반의 블록체인은 사기 방지 등의 장점과 경제 구조를 변혁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으면서 최근 이를 통한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 기관에서도 블록체인 도입을 늘려가는 추세이며, 이는 추후 IoT 시스템 보안 강화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고용계약 대신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는 형태, 이른바 긱 경제(Gig Economy)가 IT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은 IT의 우버화로, 중개자 없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는 IT 전문가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며 정규직 직원들도 프로젝트 기반 업무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겸하는 사람들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T는 기업의 핵심 업무 혁신을 주도하고, 디지털 비즈니스 변혁에 따른 IT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혁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IT는 고객 경험을 빠르게 최적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 IT가 주도하는 혁신은 2017년에 그 황금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현업 사용자나 개별 사용자가 IT 부서의 승인 없이 스스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는 섀도우 IT는 비즈니스 중심의 IT 이니셔티브를 이끌어 낼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IT 이니셔티브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성장시켜 나갈 뿐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제조 사업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고 잠재 고객과 근접한 곳에서 물건을 생산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짐에 따라, 미국으로 회귀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요인으로는 낮은 비용, 지식과 혁신에의 빠른 접근, 자동화 기능 및 정부 유인 정책 등이 있다. 그 추세는 전기차 제조업계에서 가속화되고 있으며, 올해 미국 내 30 개 이상의 전기차 회사가 제조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IoT 관련 제조 산업 또한 내년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미국 제조업의 부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CIO가 되고자 하는 IT 실무자들은 멘토 프로그램, 자격증, 성과 등을 포함한 명확한 커리어 로드맵을 갖게 되며, 보다 많은 CIO 들이 CEO 직책에 도전할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IT 기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오픈소스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 잡으며 그 중요성이 점차 더 커질 것이다. 혁신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오픈소스는 최신 기능, 상호 운용성, 민첩성 등 많은 기업들의 요구 사항과도 맞닿아 있다. 공유와 크라우드소싱이라는 최신 트렌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미 오픈 소스는 개발자 툴셋, 운영 시스템, 데이터 베이스 등의 필수 요소이며 점차 클라우드로 그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가트너의 10대 기술 전망 '인공지능', '디지털', '메시'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공기관과 일반기업에서 많이 참고하는 가트너의 10대 기술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자.

가트너는 2017년 10대 주요 기술전망으로 ▲인공 지능과 고급 머신 러닝 ▲지능형 앱(Intelligent App) ▲지능형 사물(Intelligent Things) ▲가상 현실 및 증강 현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블록체인과 분산 장부(Distributed Ledgers) ▲대화형 시스템(Conversational system) ▲메시 앱 및 서비스 아키텍처(MASA) ▲디지털 기술 플랫폼(Digital Technology Platform) ▲능동형 보안 아키텍처(Adaptive Security Architecture) 등을 꼽았다.

이들은 ‘지능형 디지털 메시(Intelligent Digital Mesh)’를 위한 기초를 준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첫 3가지 기술 트렌드는 ‘보편화된 인텔리전스(Intelligence Everywhere)’에 관한 것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지능형 물리 및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 머신 러닝(ML) 및 인공 지능(AI)을 포함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과 접근 방식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 지에 대한 내용이다. 다음 3가지 기술 트렌드는 디지털 세계를 비롯해,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보다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머지는 지능형 디지털 메시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플랫폼 및 서비스 메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뒤로 물러났던 IT업체는 왜 신년을 전망할까

IT솔루션업체의 전망은 가트너 같은 시장조사업체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디지털화 등이 공통된다.

과거와 달라진 IT솔루션업체의 태도는 IT솔루션 시장 내 트렌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2000년대 중반까지 솔루션업체가 쥐고 있던 기술 헤게모니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등장 후 일반기업 쪽으로 넘어갔다. 이에 솔루션업체는 먼저 혁신을 제안하기보다 고객에서 요청하는 부분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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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고객 중심/주도 비즈니스’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으로 단순한 기술제공업체로 IT솔루션 기업의 위상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본격화된 비IT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IT업체의 마지막 경쟁우위마저 위협하는 모양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비IT기업은 그때부터 비IT기업이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IBM과 경쟁한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T업체가 전처럼 수동적 입장에 머무르면 전같은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다. 여러 호사가의 시장전망을 IT업체가 직접 내놓는 건 이같은 계산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