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왜 실패하지 않았나

홍성태 교수 “배민다움, 강력한 브랜딩의 힘”

인터넷입력 :2016/12/23 09:22    수정: 2016/12/23 10:07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하면 번뜩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뭔가 특이하다", 달리 말하면 "배민만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이 느껴진다"로 요약된다. 특이함을 넘어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구석도 있다.

배우 류승룡이 출연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고 묻던 TV CF와, 강단이 느껴지는 글꼴(한나체)도 배민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하나의 퍼즐 조각이다.

한양대학교 홍성태 `교수가 지은 ‘배민다움’(북스톤)에는 이런 배민의 통통 튀는 개성과 그들만의 문화, 그리고 김봉진 대표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 등이 잘 나와 있다. 지금은 국내 음식 배달앱 1위로서 대중들의 탄탄한 지지도를 쌓았지만 창업 이후 약 6년 간 벌어졌던 도전과 실패, 또 성공담이 인터뷰 형식으로 읽기 쉽고 흥미롭게 적혀 있다.

책을 펼치기 전 뻔한 성공 스토리일줄 알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결코 뻔한 얘기가 아니었다.

■배달대상 시상식으로 본 ‘배민다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왼쪽)가 배달대상 시상식 전 가맹업주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기자는 '배민다움'을 정독하면서 배민을 취재한 2년여 시간 동안 인상 깊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회사 회의실에서 잠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던 기억, 홍보팀 직원 결혼식에 참석해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던 김봉진 대표의 모습. 그리고 100명이 넘는 가맹업주들을 초청해 개최한 연말 시상식 등이 기억났다.

이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배민 시상식이다. 배달대상 시상식이야말로 우아한형제들(회사명)의 철학과 파트너와의 상생에 대한 의지가 잘 묻어난다.

그간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정부 기관과 단체로부터 ‘불공정 기업’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배민 시상식을 보면 달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매년 이 같은 행사를 이어가고 대표를 포함한 거의 전 직원이 스태프로 참여해 점주들을 ‘모시는’ 자세는 단순 홍보로 평가절하하기 힘들다.

수상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점주들은 난생 처음 상을 받아본다며 가슴 벅찬 수상소감을 쏟아낸다. 누가 시켜서 하는 말이 아니다. 때문에 울컥한 순간도 있다.

김봉진 대표는 '배민다움'에서 가맹점주와의 상생과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다. 또 배달대상 시상식을 가맹점주와의 신뢰를 쌓는 중요한 행사로 언급한다. “그분들이 한 해 동안 고객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잖아요. 그날만큼은 사장님들이 주인공이죠” 이렇게 말이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아 주고자, 또 직원과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만큼은 수평적으로 하려는 김봉진 대표의 경영 철학은 사무실 위치와 주말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아직 작은 회사라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직원들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최대한 실행에 옮기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들은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또 배민다움 책에서도 쉽게 확인되는 부분이다.

■기업 원칙과 철학도 ‘배민다움’

배달의민족이 디자인한 무료 폰트 '한나체'.

배민다움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회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또 바꿔야 하는지, 나아가 직원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서와 같다. 임원이 읽어도,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인턴사원이 읽어도 도움을 받고 깨닫게 되는 바가 많다.

배민이 왜 ‘생뚱맞게’ 전용 폰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B급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지 그들만의 브랜드 전략과 고집도 책에 나온다. 기자는 책 내용을 어느 정도는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고, 또 직원들과의 대화와 만남을 통해 경험했던 터라 더 흥미로웠다.

특히 배민다움 책을 통해 “스타트업이고, 배민과 같은 문화라면 왠지 모든 게 자유스럽겠지?” 하는 생각들이 얼마나 대단한 착각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 자유로움의 밑바탕에는 철저한 기본 원칙이 전제돼 있기 때문인데, 책에 나와 있듯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사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책에서 “자유와 자율은 다르다. 원칙 없이 세워진 자유로운 문화는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반면 말로만,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직원들에 대한 복지와 세심한 배려 또한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사무실에 부착된 현수막에 나온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 “휴가에는 사유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대표적인데, 김 대표는 “직원을 먼저 만족시켜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한다.

■실패를 이겨내는 힘도 ‘배민다움’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바로 결제 수수료 0% 깜짝 발표를 했다. 그 이면에는 배달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이를 위한 투자자들의 설득 작업이 필요했다.

나이키 창업주인 필 나이츠는 학창 시절 달리기 선수였다. 달리기 선수로서 가능성은 있었지만, 썩 유능하진 못했다. 그의 자서전 ‘슈독’을 보면 필 나이츠는 50달러를 갖고 아버지와 선수시절 코치의 도움을 받아 창업을 하고, 일본 오니쓰카(현 아식스)로부터 운동화를 받아 미국 서부지역에서 판매한다.

그리고 달리기 선수 시절의 인맥과 경험을 살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나이키라는 독자 브랜드를 탄생시킨다. 자격 요건이 안 돼 은행 대출에 여러 번 실패와 어려움을 겪고, 길바닥에 나 앉을 걱정을 했지만 성공을 위해 꾸준히 달렸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넘치는 열정으로 탄탄대로만 걸어왔을 것 같은 배민 김봉진 대표도 평탄한 길만을 걷지 않았다. 김봉진 대표의 부모님은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했다. 그는 ‘금수저’, ‘은수저’도 아니었다. 사회에 나와 디자인 회사도 다녔고, 네이버와 같은 큰 IT 기업에서도 일했다. 대치동에 가구 회사를 차렸다 쫄딱 망해보기도 했다.

브랜드 제고를 위해 ‘수수료 0%’를 선언하기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투자자를 어렵게 설득해야 했고, 라인과 합작해 시작한 일본 사업을 1년 만에 접는 뼈아픈 실패도 맛봤다. 배민 법인 결제 서비스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책을 보면 성공한 스타트업 CEO로 매스컴의 조명을 받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판단 실패로 400여 명의 직원이 길 바닥에 나 앉는 건 아닐까 두려움에 떨었다.

배달의민족만의 개성과 이미지를 잘 살려주는 광고 이미지.

하지만 저자는 배민의 성공 비결에 대해, 또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책 제목처럼 배민다움을 거듭 강조한다. 배민만의 개성과 경영 철학을 앞으로 꾸준히 유지해 나가면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조직과 사고의 유연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업이지만 어떤 하나의 인격체로서 느껴지게 하는 페르소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런 배민만의 강력한 브랜드의 힘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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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기업의 성공 요인을 “직원 개인의 소박한 꿈과 회사의 비전을 연결하고, 이 꿈을 우리가 함께 이뤄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라고 정의한다. 기업의 비전이 조직원 개개인의 꿈과 희망을 달성시킬 수 있다는 가시감이 있어야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페이스북, 아마존 대표의 성공 배경을 나열하면서 즐거운 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후회를 최소화하는 일을 찾으라고 읽는 이에게 조언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배민의 성공 요인이 김봉진 대표가 찾은 즐거운 일, 후회 없는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