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100% '챗봇 응대' 실현될까

카카오뱅크-K뱅크, 금융봇 추진…"아직은 단순 조회"

인터넷입력 :2016/12/21 18:00    수정: 2016/12/22 10:02

손경호 기자

챗봇 열풍이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챗봇을 도입할 태세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출범할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금융봇(챗봇)으로 고객 응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본인가를 획득한 K뱅크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K뱅크는 콜센터를 통해 충분한 데이터베이스(DB)를 쌓은 뒤 챗봇을 활용한 자동화된 고객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앞다퉈 금융에 특화된 챗봇을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녹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스타트업인 머니브레인과 손잡고 금융봇을 처음 공개했다.

■왜 은행들은 챗봇에 주목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챗봇 도입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편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채팅은 직접 방문이나 전화 상담보다 훨씬 수월하다. 숫자 키패드를 눌러야하는 ARS에 비해서도 모바일 채팅이 한결 간편하다.

오후 5시면 마감하는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문의나 상담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채봇의 매력 포인트다.

챗봇은 은행 입장에서도 유용한 부분이 많다. 전화상담직원을 줄이면서도 더 오랫동안 고객 대응을 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인 챗봇은 AI의 기반 기술인 머신러닝, 딥러닝과 함께 자연어 이해(NLU)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면서 마치 사람과 대화 하듯 보다 자연스럽게 특정 분야에서 필요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금융영역에 적용할 경우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금융봇'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동안 콜센터나 ARS가 대신해 왔던 모든 금융상담업무를 금융봇으로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정도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표 챗봇, 아직은 단순 조회 수준

카카오뱅크, K뱅크는 우선 자주 묻는 질문(FAQ)이나 일반적으로 자동화해서 처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상담부터 금융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보다 복잡하거나 정교한 상담이 필요할 경우에만 콜센터를 통해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을 맡고 있는 윤호영 대표는 지난 7월 설명회에서 "새로 구매할 전세집을 보고 온 신혼부부가 늦은 밤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금융봇에 전세자금대출을 문의해 대출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하는가하면 보다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는 상담원과 통화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자동화된 상담, 나의 통장 계좌 잔고 조회 등 서비스를 금융봇을 통해 지원할 생각"이라며 "아직까지 본인가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K뱅크는 금융봇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가져가되 지난달 구축한 고객금융센터를 통해 고객 상담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고객금융센터는 단순상담부터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추천까지 24시간 365일 고객상담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모든 종류의 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일종의 '유니버셜뱅커'를 전진배치해 고객들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시간 제약 없이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는 금융봇을 통해 사람이 개입되지 않은 자동화된 금융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K뱅크 관계자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STT(Speech to text)나 이렇게 수집된 텍스트를 분석해 뜻을 이해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돕는 TA(Text Analytics)를 도입하면서 유의미한 패턴들이 나오면 이를 금융봇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단계에서 금융권에 도입됐거나 도입될 예정인 챗봇 혹은 금융봇은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서면 상담원을 연결하도록 돼 있다.

■콜센터 상담 절반 이상 단순문의...금융봇 맥락 이해할 수 있어야

K뱅크 주주사이면서 콜센터에 필요한 IT시스템을 개발, 운영 중인 브리지텍 상품개발본부 송용관 본부장은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PC나 앱 등에서 궁금한 사항을 찾아본 뒤에 금융콜센터를 찾다"면서 "상담원에게 접수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자기 정보를 확인하거나 간단한 내용을 문의하는 등 절반 이상이 단순문의"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준의 금융봇은 이러한 단순 질문에 대해 미리 시나리오를 짜보고 답변해주는 수준이다. 때문에 예를 들어 "내 계좌잔고를 조회해줘"와 같은 문의에는 답을 할 수 있지만 그 다음으로 "거기서 이달 중 얼마가 더 빠져나갈지 알려줘"와 같은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현재 금융봇 수준에서는 대화의 맥락(context)까지 이해해서 필요한 결과를 내놓을 정도로 '다이아로그(Dialogue)'를 이해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송 본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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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 기술적인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NH농협은행에 금융봇 서비스를 공급했던 머니브레인 장세영 대표는 "NH농협 금융봇의 경우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간단한 조회나 상품추천부터 고객상담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AI 기반 학습을 통해 정교화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네이버 투자 펀드로부터 10억원, 벤처캐피털에게 60억원을 투자받았던 마인즈랩은 콜센터용 AI 솔루션 '고객의 소리(VoC)', 아마존 에코와 유사한 AI 스피커인 '초롱이'를 선보인데 이어 9월에는 미국 콜센터에 VoC를 공급하기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VoC의 경우 STT, TA와 함께 고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엔진 등에 각각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보다 자연스럽고 빠르게 챗봇이 답을 찾아내도록 성능을 개선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