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레드, 돈 내고 쓸만할까?

광고 없어 편리 vs 독자 콘텐츠 부실

인터넷입력 :2016/12/14 17:04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유튜브 레드'가 공개됐습니다. 유튜브가 야심적으로 준비한 월 7900원 짜리 유료 서비스입니다.

국내 유튜브 레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동영상에 붙는 광고가 없다 ▲휴대폰 화면을 꺼도 재생된다 ▲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다 ▲독자 콘텐츠가 있다 정도입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구글 뮤직’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대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음악 관련 콘텐츠들을 선별해 놓은 ‘유튜브 뮤직’ 앱을 광고 없이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도 지원 되고요.

■아이 키울 때 내겐 너무나 유용한 유튜브

유튜브 레드로 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기자는 유튜브를 꽤 잘 활용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집에 이제 두 돌이 지난 딸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마 제 얘기에 공감할 것 같습니다.

집에서 급하게 처리할 업무가 있을 때, 미뤄뒀던 집안일을 빨리 끝마쳐야 할 때 한시라도 가만있지 않는 아이의 관심을 한 곳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이 때 TV와 연결된 구글 캐스트를 통해 유튜브 영상을 짧게, 자주 보여줍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가급적 TV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비상할 만큼 집중력을 발휘하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는 아이에게 최고의 친구입니다. 이를 잘 닦기로 약속한 뒤 보상으로 캐리 언니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IT, 정치, 운동 관련한 유튜브 콘텐츠들을 제 아내와 즐겨보는 경우도 잦습니다. 동요를 유튜브를 통해 틀어놓기도 하고요.

■유튜브 광고에서 해방되다

유튜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담당 아담 스미스 부사장.

이럴 때 불편했던 게 바로 광고였습니다. 물론 유튜브 광고가 길거나 지나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광고가 없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특히 아이가 보기 다소 적절치 않은 광고가 나올 때면 기다렸다 재빨리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곤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이용자라면 유튜브 레드가 유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광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백그라운드 재생도 유튜브 사용자 입장에선 기다렸던 기능입니다. 특히 음악을 틀어 놓을 때 “도대에 왜 이 기능이 없지?”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이미 멜론이나 벅스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가진 기본 기능이 왜 유튜브에 없을까, 어려운 기술인가 하는 의문을 품었던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유튜브 레드에 이 기능이 들어갔네요. 굳이 동영상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괜찮을 때 참 쓸모 있는 기능이 바로 백그라운드 재생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 잠시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이 필요하다거나 기타 등등 매우 유용합니다.

그럼에도 사실 저는 불만입니다. 굳이 기본적인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을 유료 상품에 넣어야 했는지 묻고 싶네요. 다른 앱들이 사용자 편의를 위해 기본으로 넣은 이 기능을 돈 주고 쓰라는 건 왠지 억울합니다.

■영상 다운로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면 ‘그닥’

유튜브 레드에서 동영상을 다운로드 하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시청이 가능하다. 단, 유튜브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유튜브 레드는 영상을 화질별로 용량을 선택한 뒤 휴대폰에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주로 데이터 걱정이 많은 학생들에게 유용해 보입니다. 와이파이 지역에서 보고 싶은 동영상을 내려 받은 뒤 이동하면서 데이터 소모 없이 동영상을 감상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높은 요금제를 사용해서 데이터 걱정이 없는 분들에겐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를 쓰기 때문에 유튜브 레드의 다운로드 기능을 특별히 쓸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유튜브 레드에서 내려받은 영상은 옮겨서 볼 수 없습니다. 유튜브를 실행 시킨 상태에서만 재생이 가능합니다. 저로서는 사용할 일이 더더욱 없겠네요. 더욱이 이 기능은 PC에서 지원되지 않더군요.

■독자 콘텐츠, 앞으로 보강될까?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 콘텐츠 페이지. 대부분 영상이 등급 심의 문제로 재생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유튜브 레드 독자 콘텐츠에 대해 평할 차례입니다. 결론은 매우 형편없습니다. 2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지만, 등급 심사 문제 등으로 대부분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죠. 찾아보니 ‘포섬 시즌2’, ‘스케어 퓨디파이’ 정도만 시청이 가능합니다.

국내 사용자를 위한 독자 콘텐츠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바로는 가수 빅뱅이 출연하는 콘텐츠가 전부입니다. 평소 빅뱅 팬이 아닌지라 솔직히 이 마저 기대감이 떨어지네요.

이 밖에 유튜브 레드가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수익을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더 양질의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유통될 수 있겠죠. 인기 BJ인 대도서관님도 창작들에게 돌아가는 정당한 보상과 이로 인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진다는 측면에서 유튜브 레드에 기대감을 갖고 있더군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래의 일입니다.

현재 회사는 유튜브 레드 가입자들에게 한 달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조건이 붙습니다. 무료 기간만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들은 한 달이 지나기 전에 해지 신청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왜 돈 주고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 나름대로의 총평을 하자면 “유튜브 레드, 왜 돈 주고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로 요약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대 환영입니다. 그렇지만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이 유료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 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나 부실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너무나 아쉬움이 큽니다.

혹자는 “한 달 무료 제공 기간인데 어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유튜브는 땅 파서 장사하냐”는 핀잔도 예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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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달 뒤 대부분 사용자는 부가세를 뺀 7천900에 대한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유튜브가 노리는 추가적인 수익과 이를 통한 창작자들의 지원, 또 콘텐츠 품질 향상의 선순환이 일어나려면 사용자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서비스가 선 제공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곧 4살이 될 딸을 가진 아빠가 바라보는 유튜브 레드 성공 포인트는 역시나 독자 콘텐츠입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처럼, 또 뽀로로나 꼬마버스 타요처럼 우리 아이들이 즐거워하거나, 교육적인 콘텐츠들을 독점 공급한다면 기꺼이 유료 고객이 될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