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직원들, 동료 투신에 비밀앱서 '시끌'

“열악한 근무환경 탓” vs "어떤 직장이든 마찬가지“

인터넷입력 :2016/12/14 09:34

아마존이 연이은 악재로 곤혹스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영국 아마존 창고 부근에서 직원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에 이어, 이번엔 미국 본사에서 한 직원이 투신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아마존 직원 약 200명이 익명 SNS 앱 ‘블라인드’에서 자살 시도 이유와 회사의 대응 등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공개돼 주목된다.

아마존 직원이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본사 건물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것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이었다. 이 직원은 최근 실적 개선 계획에 의해 인사이동 요청을 받은 상태였다. 성과 개선이 없으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였던 것.

투신 자살 시도가 미수에 그친 이 직원은 현재 시애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들은 블라인드를 통해 동료가 투신해 자살을 시도했음에도 회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 것에 분노를 표했다.

한 직원은 “동료가 업무 때문에 자살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도 이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제프 베조스 CEO나 상사로부터 메일도 오지 않고, 마치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아마존 직원들은 ‘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로 불리는 아마존의 실적 개선 계획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자살을 시도한 직원도 PIP에 배속돼 있었는데, 많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 환경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한 직원은 “벌써 2년 근무하고 있는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울면서 밤새 일한 적이 있다”며 “왜냐하면 PIP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까 무서웠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PIP는 저주 같은 것이다. 한동안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간신히 극복했다”면서 “스트레스는 자신과 가족에게까지 전염되는 거다. 언젠가 끝이 오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몇몇 직원들은 제포 베조스 대표가 만들어낸 경쟁적인 사내 문화를 비판했다. 직원들은 아마존의 문화가 변하려면 톱다운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주 탐사를 “어리석은 일”이라고 꼬집은 뒤, “아마존의 구성원인 당신의 아이들(직원)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역설했다.

아마존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동료들을 향해 따뜻한 위로와 격려도 보냈다. 어려울 때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따뜻한 말도 남겼다.

이들은 “내 주변에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 “만약 당신이 자살 미수자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게 의지해도 좋다.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것만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직원들은 아마존이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아마존 이외의 어떤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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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원은 “이번 건을 아마존이나 상사의 책임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뛰어 내린 사람이 누구고 어떤 환경에 처했었는지 모른다”면서 “자살 시도한 사람이 그 동안 실패한 적이 없어서 첫 실패에 대처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고난을 극복하고 아마존에 입사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의 상황은 모두에게, 또 어떤 직장이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우리가 무작정 자살 직전의 사람들을 걱정하고 항상 장밋빛 피드백만을 보내야 할까”라면서 “부모님은 내가 엉망일 때도 큰 고난을 당했음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왜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가 좋고 긍정적인 경험만을 갖고 장밋빛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