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구글 번역, 실제로 써보니

한영번역도 한층 명확…"인공지능 파워 놀랍네"

인터넷입력 :2016/11/30 16:04

알파고로 인공지능(AI) 파워를 보여줬던 구글이 이번엔 번역과 사진 서비스를 혁신했다. 그동안 다소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면서 '생활 속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그 동안 생각지 못한 서비스들까지 구현하면서 AI 기술력이 확실히 앞서건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지난 2000년 “AI는 구글의 최종 도착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구글이 보여주는 행보는 16년 전 제시한 비전을 생활 속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오류 확 줄어든 '구글번역'

구글번역은 그 동안도 많이 활용됐다. 기자들 중에서도 외신 기사를 초벌 번역할 때 구글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또 해외 여행 중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때도 구글 번역은 유용하게 활용됐다.

구글 번역은 전 세계 5억 명 이상이 매일 1천억회 이상 사용할 정도로 인기 서비스였다.

하지만 그 동안 번역 품질 면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두 개 번역 사례를 놓고 직접 비교해보자.

1. The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people, and all state authority shall emanate from the people.

2. The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is in the people, and all power comes from the people.

헌법 제1조 2항을 번역한 문장이다. 1번은 그 동안 구글이 번역문으로 제시했던 문장이며, 2번은 달라진 구글 번역이다.

원문을 모르고 볼 경우 무슨 의미 인지 다소 애매하던 1번 번역문이 2번에선 좀 더 명확해졌다.

한 눈에 보기에도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차이 덕분에 구글이 새롭게 선보인 번역 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 번역 전과 후. 그 동안은 매끄롭게 번역이 잘 안 됐으나, 새로워진 구글번역은 비교적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번역을 해준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구글은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을 적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동안의 구글 번역 서비스는 문장을 단어와 구 단위로 쪼개서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번역했다. 하지만 새로워진 구글 번역은 전체 문장을 하나의 번역 단위로 간주해 한꺼번에 번역한다. 이에 따라 문맥을 사용해 가장 적합한 번역을 파악해 내고 재배열함으로써 문법 규칙에 따라 자연스러운 문장에 가까운 번역을 제공한다.

앞에서 제시한 두 개 번역문을 보면 이런 차이를 알 수 있다. 특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부분을 영어로 번역한 사례를 비교해보면 개별 단어를 옮기는 것과 문장 단위 번역의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향상된 구글번역은 보도와 SNS 등을 통해 전파되며 이미 입소문을 탄 상태다. 구글번역뿐 아니라 네이버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와 언급되며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외국어를 공부했나”라는 유행어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자도 구글번역을 이용해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고, 반대로 영어를 우리말로 바꿔본 결과 이전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구글 번역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특히 ‘하야’, ‘국정농단’ 처럼 한국적 색채가 강한 다소 어려운 단어들은 여전히 제대로 번역하지 못했다.(네이버 파파고는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번역이 이뤄졌다)

구글번역의 유용한 기능은 단순 번역도 있지만, 사진을 찍어 그 안에 나온 텍스트를 번역하는 기술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간판이나 안내문을 사진으로 찍어 쉽게 번역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파파고에도 같은 기능이 있긴 하지만, 파파고에 비해 구글번역이 사용자 경험(UX)과 인식력 측면에서 더 나아보였다.

구글번역(왼쪽), 파파고. 똑같은 문장을 카메라로 찍어 번역하려고 했으나, 파파고는 인식하지 못했다.

구글번역에는 ‘워드렌즈’ 기능도 있다. 아직 국내 버전에 도입되지 않은 이 기능은 카메라를 텍스트에 가져다 대면 바로 텍스트가 번역해 준다. 현재 이 기능은 28개 언어에서만 지원되며, 표지판이나 메뉴와 같은 빠른 번역이 필요할 때 안성맞춤이다. 인터넷 연결도 필요없다.

이 외에도 번역된 문장을 해당 언어로 읽어주는 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TTS)도 해외 여행 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구글은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 덕분에 구글번역의 오류가 55~85% 가량 줄었다”면서 “지난 10년 간 쌓아온 발전 그 이상의 결과를 단번에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번역 서비스에 AI 기술이 본격 도입되면서 외국어 공부가 필요 없는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똑똑한 사진 비서 ‘구글포토’

구글포토는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사용자들이 설치해 편리하게 쓰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대중화된 사진 앱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구글포토는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사진 저장 용량과 상관없이 무제한 사용할 수 있어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구글포토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내가 찍은 사진이 알아서 인물, 장소, 사물별로 자동 정리, 분류된다는 점이다. 정확도도 생각보다 높다.

또 다른 구글포토의 특징은 검색창에 ‘결혼’, ‘수영’과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사진들이 자동으로 나열된다. 마치 내 사진을 누군가 하나씩 들여다보고, 주제별로 분류해 하나씩 찾아주는 느낌이 든다. 물론 오류도 많지만, 어떤 때는 섬뜩할 만큼 정교하고 정확하다.

구글포토에는 1년 전 오늘 찍은 사진들을 묶어 보여주는 추억 속 오늘 기능(왼쪽)과, 사진의 느낌이나 밝기 등을 조정할 수 있는 편집 기능(왼쪽)이 들어있다.

아울러 특정한 장소에서 연속으로 촬영된 사진들을 한 데 묶어 한편의 동영상처럼 자동으로 만들어 보여주거나, 1년 전 찍은 사진들을 편집해 하나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어시스턴트 기능도 꽤 편리하다.

특히나 구글포토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보기 좋게 편집되기 때문에, 기념일에 이를 페이스북이나 카톡으로 공유할 때 유용하다. 아울러 내가 그동안 찍은 사진을 선택해 직접 앨범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도 있어 좋다.

이 밖에 12가지 필터와 밝기, 색온도, 채도 등 기본적인 사진 편집 기능도 쓸만하다.

■옛 추억 되살리는 ‘구글 포토스캐너’

구글 포토스캐너. 아날로그 사진을 디지털 사진으로 손쉽게 전환시켜준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화면 깨짐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진에 대한 구글의 ‘집착’은 구글 포토스캐너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과거 필름 카메라로 찍었던 아날로그 사진들을 디지털 사진으로 쉽게 전환시켜주는 포토스캐너는 무거운 앨범 속에서 묵혀있던 옛 추억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

구글 포토스캐너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스캔한 사진의 가장자리를 감지하고, 이미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회전시켜 손쉽게 종이사진을 디지털 사진으로 바꿔준다. 디지털로 전환된 사진들은 구글포토에 저장된다.

사용방법은 포토스캐너를 실행시키고 종이사진을 대고 촬영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화면에 4개의 동그란 점이 뜨는데, 스마트폰 위치를 옮겨 4개의 원 안에 해당 점을 위치시키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반사광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사진에서 잘 나온 각 부분을 포토스캐너가 선택하고 병합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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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경우에 따라 사진이 이상하거나 부자연스럽게 편집되는 경우가 있지만, 기존과 같이 종이 사진을 직접 찍어서 생기는 불편함이나 낮은 품질에 비해서는 만족스런 수준이다.

단, 포토스캐너는 안드로이드OS 5.0 롤리팝 이상의 버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