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트럼프 시대…美 IT 정책은 어디로

오픈인터넷-망중립성 등 오마바 정책 대폭 수정될 듯

인터넷입력 :2016/11/09 16:46    수정: 2016/11/09 17: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의 뒤를 이어 백악관 주인이 됐다. ‘클린턴 우세’를 예측했던 주요 여론조사 기관과 미디어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IT산업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술 및 혁신에 관한 이니셔티브(Initiatvie on Technology & Innovation)’란 긴 문서를 통해 IT 정책 기조를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딱 부러진 IT 정책 공약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입장은 명확하다.

오픈 인터넷과 망중립성, 그리고 인터넷 거버넌스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선 오바마 행정부와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도널드 트럼프 홈페이지)

■ 인터넷 기업 우대 정책에 강한 반감

오바마 대통령은 8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하는 데 많은 공을 쏟았다. 톰 휠러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를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했다.

이를 통해 유선 뿐 아니라 무선 사업자에게도 ‘커먼캐리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초강력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망중립성에 대해 탐탁찮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글 같은 인터넷 기업 친화적이었던 오바마와는 확연하게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망중립성 정책과 관련해서 주목할 인물이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 기술 및 통신정책 관련 자문역을 맡고 있는 제프리 아이젠나란 인물이다.

제프 아이젠나. (사진=아이젠나 공식 트위터)

대표적인 보수 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활동했던 아이젠나는 톰 휠러 FCC 위원장과는 상극이나 다름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터넷 기업 쪽에 무게가 실리는 망중립성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특히 아이젠나는 FCC가 디지털 관련 이슈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출범할 경우엔 FCC에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의 또 다른 디지털 핵심 과제는 국가브로드밴드계획(NBP)이었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2020년까지 미국 전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IT 정책 자문역인 아이젠나는 NBP 정책에 대해서도 탐탁찮은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이 부문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선 정책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도 있다.

톰 휠러 FCC 위원장 (사진=씨넷)

인터넷 스트리밍 음악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이젠나는 2012년 제정된 인터넷라디오공정법(IFRA)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법은 판도라를 비롯한 인터넷 라디오 업체들이 음악을 내보낼 때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저작권료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법이다.

하지만 트럼프 쪽에선 인터넷 음악 시장이 충분히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우대 정책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부분 역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선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ICANN 민간 이양 등에도 제동 걸수도

트럼프는 오픈 인터넷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민간 다자기구에 인터넷 통제권을 넘기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인터넷 검열과 관련된 내용이다. 미국은 지난 2012년 일부 의원들이 온라인해적행위금지법(SOPA)을 추진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당시 법은 명예훼손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행위가 주타깃이었다. SOPA는 저작권자 뿐 아니라 국방부도 침해행위에 연루된 사이트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또 불법MP3 파일을 직접 제공하는 사이트 뿐 아니라 불법 사이트에 링크를 제공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SOPA가 규정한 침해 행위를 범할 경우 광고나 결제 서비스도 금지할 수 있는 초강력 제재법안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들과 시민단체들의 대대적인 반발 때문이었다.

지난 2012년 미국 일부 의원들이 SOPA 법 제정을 추진하자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블랙아웃' 시위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은 대통령이 될 경우 SOPA 같은 법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오픈 인터넷’의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약속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조금 다른 입장이다. 인터넷 기업들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정책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트럼프는 인터넷이 사이버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또 공공 안전 문제가 연루됐을 때는 프라이버시를 과감하게 무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3월 애플과 연방수사국(FBI)이 잠금 해제 문제로 공방을 벌일 땐 정부가 암호화된 기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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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또 다른 관심사는 오프쇼어(offshore) 문제다. 실제로 애플을 비롯한 미국 주요 기업들은 저임금 장점이 있는 중국 등에 제조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프럼프는 그 동안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부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