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 손잡은 삼성 "갤S8, AI 혁명 시작점"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AI'가 미래혁명 주도"

홈&모바일입력 :2016/11/06 11:00    수정: 2016/11/07 16:24

정현정 기자

지난달 또 한 건의 삼성발(發) 깜짝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했다는 발표다.

특히 이번 인수건은 애플·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글로벌 IT 업체들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라는 점과 비브랩스의 개발자들이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를 만든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비브랩스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비전도 구체화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이 인공지능 혁명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랩스 최고경영자(CEO)와 아담 체이어 비브랩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비브랩스 경영진들이 방한해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갑작스레 공지된 일정에도 많은 취재진들이 설명회 현장을 찾아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 자리에는 비브랩스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부사장도 함께 자리했다.

키틀로스 CEO와 체이어 CTO는 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향후 운영 방안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미팅을 끝내고 오는 길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에 인수한 루프페이와 스마트싱스를 통해 시너지를 낸 것처럼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비브랩스의 솔루션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통합해 IoT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틀로스 CEO도 "굉장히 좋은 만남이었다"면서 "인수합병 과정 자체도 굉장히 성공적이었을 뿐 더러 한 팀으로 일하게 되어서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있다"고 말했다.

비브랩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전문가인 다그 키틀로스, 아담 체이어, 크리스 브링험에 의해 2012년에 설립됐다.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담 체이어 CTO는 “영화를 보고 싶으면 어떤 영화 표를 예매해주고, 피자를 먹고 싶을 때는 피자를 주문하는 등 기기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라도 외부에 있는 여러 업체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인공지능 비서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의 의미”라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될수록 인공지능 비서는 더 똑똑해지고 사용이 쉬워지기 때문에 훨씬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을 소개했다.

현재의 스마트폰에서는 피자나 커피를 주문하려면 별도의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했지만 인공지능 비서를 통하면 애플리케이션 없이도 바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통합될 수 있는 서비스의 개수가 무한하다는 것도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이다. 이를 통해 현재 많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단편적인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서비스로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인터페이스 혁명’과도 연결된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지시하는 명령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핵심이다.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비브랩스 경영진들이 참석하는 기자설명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아담 체이어 비브랩스 CTO, 다그 키틀로스 비브랩스 CEO,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인종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AI라고 하면 최근 많은 관심을 얻은 알파고를 생각하지만 바둑을 잘 두는 기계가 우리 일상 생활에 어떤 여향 미칠까 생각하면 막막하다”면서 “삼성이 생각하는 AI는 '인텔리전스' 보다는 '인터페이스'에 있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70년대에 컴퓨터를 쓸 때는 타이핑으로 명령을 내리다가 그래픽사용자환경(GUI)이 나오면서 WIMP(윈도, 아이콘, 메뉴, 포인터)를 쓰게 됐고 이를 통해 PC가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됐다”면서 “2007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조그만 스크린에 터치를 통해 명령을 내리는 인터페이스 혁명이 일어났고 그 이후로는 스마트폰이 주류가 된 것처럼 2017년에 일어날 혁명의 중심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담 체이어 CTO 역시 “모바일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웹을 통해서 서비스나 정보를 얻었으며, 모바일 시대에 와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서비스를 수행했는데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특별히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지 않아도 인공지능 비서가 인터페이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개발하는 플랫폼은 대화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현재 인터넷을 쓰는 것 만큼이나 쉽게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인공지능 비서가 사용자들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세대는 "어떻게 인터넷 없이 사셨어요?"가 아니라 "어떻게 AI 없이 사셨어요?"라고 물어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비브랩스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 플랫폼은 내년 갤럭시S8에 첫 탑재될 예정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내년 하반기 정도면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과 완벽하게 통합이 이뤄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갤럭시S8은 시작에 불과하다. 스마트폰과 같은 방식으로 TV, 세탁기, 냉장고 등 여러 가전제품의 인터페이스가 자연어 기반으로 바뀔 수 있고 더 나아가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기기들과도 연동이 이뤄진다면 각각의 기기에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가 하나의 창구로 이뤄질 수 있다. 스마트폰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체이어 CTO는 “AI는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든, 세탁기든, 전기오븐이든 마이크와 인터넷만 연결이 되면 자연어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면서 “예를 들어 냉장고에는 스마트폰 기능이 없지만 냉장고에 ‘문자를 보내줘’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TV에 보여줘’라는 명령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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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랩스는 삼성전자 외에도 수 많은 회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브랩스가 많은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도 많은 제품으로의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몇 달 전 이인종 부사장이 직접 비브랩스 본사를 찾아 삼성전자의 인공지능에 대한 미래 비전을 설명하며 인수에 공을 들였다.

체이어 CTO는 "삼성전자 만큼 크고 넓은 스마트 디바이스 라인업을 가진 회사는 없다"면서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비전은 세계 어디에서든 사용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굉장히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삼성전자의 비전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똑같았다"고 인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