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험 들고 스스로 호갱이 되는 법

[백봉삼의 호갱작전]자기 부담금 등 따져봐야

방송/통신입력 :2016/10/28 15:43    수정: 2016/10/28 15:47

요즘 젊은 사람들은 데스크톱 PC 1대 값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2년도 채 쓰지 않고 척척 바꿉니다. 기준 금리 1.25%보다 높은 5.9%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은 아무렇지 않은 듯 2년 동안 단말기 값을 나눠 내는 방식으로 최신폰으로 갈아타는 거죠.

아이폰7, 갤럭시S7, 단종된 갤럭시노트7 등 값비싼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이동통신사들은 보험 상품도 출시했습니다. 매달 몇 천원을 내면 최대 85만원정도까지 보상을 해주니 스마트폰을 자주 놓쳐 깨뜨리거나, 건망증이 심해 자주 분실하는 고객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피 같은 보험금을 그냥 주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최소 3만원 가량의 자기 부담금을 조건으로 달아놨습니다. 사소한 고장 수리는 고객이 직접 돈 내고 하란 뜻입니다. 일부러 고장 내거나 분실하는 블랙 컨슈머들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도 큰 인기입니다. 1년 동안 단말기 할부금과 매달 이용료를 낸 뒤 최신폰으로 교환하면 기존 단말기 할부금을 없애주는 정책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클럽’을, 통신사들도 ‘OOO클럽’이란 이름으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대부분 액정수리비 지원과 같은 별도의 지원 혜택도 있어 큰 인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조사와 통신사, 보험사가 합작한 ‘스마트폰 케어’ 프로그램은 어떻게 고객들을 호갱으로 만들고 있을까요. 저는 액정이 파손돼 수리를 받아야 하는 고객이 호갱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일반 스마트폰 보험 고객 호갱 되는 법

당신은 아이폰7 사용자입니다. 또 당신은 정직하게도 출고가 99만9천900원에, 매달 요금에서 20% 할인을 받기로 하고 며칠 전 개통을 진행했습니다. 사은품은 집에도 몇 개 굴러다니는 보조 배터리와 싸구려 케이스를 받았을 뿐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돌덩어리 보도블록에 아이폰7이 수직 낙하하더니, 액정 화면에 그만 세로줄이 가고 만 것입니다. 화면은 들어오는데, 터치도 제대로 먹지 않고 외관은 벌써 1년 넘게 쓴 구닥다리 스마트폰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고 스마트폰 개통 때 들어놓은 보험 상품이 있으니까요. 고객센터로 향했습니다. 액정 수리비로 20만원이 나왔습니다. 보상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85만원, 충분히 내고도 남겠네요. 그런데 친절한 상담원이 말하기를 수리비의 20%가 자기 부담금이라고 안내를 해줍니다. 20만원의 20%면 4만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스마트폰 액정을 교체하는 것도 마음 아픈데, 4만원까지 내야 하니 순간 배가 아파옵니다. 보험에 가입한 탓에 비용을 아끼긴 했지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순간 인터넷에서 본 게시물이 생각났습니다. 파손 액정을 매입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생각났죠. 매매 시세를 검색해 보니 최신폰인 아이폰7 정도면 자기 부담금 4만원을 충분히 매우고도 남는 액수였습니다.

들 뜬 마음에 당신은 수리 기사에게 파손 액정을 달라고 말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맙니다. 평소 잘 보이지도 않는 글씨로 빼곡히 적힌 약관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당신은 파손된 액정의 소유는 보험사에게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창피해 마세요. 당신만 몰랐던 게 아닙니다.

■'OOO클럽' 고객 호갱 되는 법

갤럭시클럽

이번에는 올 4월 경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을 구입한 A씨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년 뒤 새 폰으로 갈아타는 조건으로 남은 할부금을 면제받는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인 갤럭시클럽에 가입한 A씨는 무엇보다 액정수리비 50% 2회 지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개월 동안 월 이용료 7천700원을 내야하는데,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액정수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가입 동기가 됐습니다.

A씨 역시 출고가 86만원인 고가 단말기인 갤럭시S7을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나마 액정 수리비 50%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삼성 AS 센터를 방문, 20만원 정도의 수리비가 나오고 파손된 액정은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같은 조건에 갤럭시클럽 혜택으로 A씨는 10만원을 지원 받게 됐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린 A씨. 그런데 옆에 앉은 상담 고객과 수리 기사의 대화를 엿들어보니 기가 막힙니다. 수리 기사가 고객에게 액정을 반납하면 수리비의 절반을 깎아준다는 안내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갤럭시클럽에 가입하지 않아도 파손된 액정만 반납하면 수리비의 거의 절반을 할인 받을 수 있다니 뭔가 불공평해 보입니다.

물론 갤럭시클럽에는 이뿐만 아니라 다른 지원 혜택이 있지만, 액정수리비 지원이 갤럭시클럽 가입에 큰 동기가 됐던 A씨로서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꾸 ‘조삼모사’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건 왜 일까요.

■파손 부품 왜 회수할까?

KT 보험 약관
SK텔레콤 보험 약관

삼성전자, SK텔레콤, KT가 운영하는 스마트폰 보험 관련 상품 대부분은 액정 등 파손 부품을 반납하는 조건이 붙습니다. LG유플러스만 예외입니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AS센터 대리점마다, 또 단말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파손된 액정을 반납하면 수리비의 거의 절반을 할인해 줍니다. LG전자센터는 현재 이 같은 할인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일부 AS센터에서는 파손 액정 반납 시 수리비를 할인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파손된 액정 등 부품을 회수해 갈까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파손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외부 업체에 판매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에 따른 손실액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공식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강하게 의심하죠.

두 번째는 중국 등 ‘짝퉁’ 스마트폰에 삼성이나 LG 중고 부품이 사용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과 유사한 짝퉁 기기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블랙마켓을 환영할리 없죠. 더구나 원조 제품에 쓰였던 부품이 재활용돼 짝퉁 기기에 사용된다면 더 난감한 일이죠.

세 번째는 보험금은 보험금대로 타고, 파손 부품을 판매해 이득을 남기려는 블랙 컨슈머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나온 휴대폰 액정 매입 안내 글.

그러나 이들의 사정은 뒤로하고,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해 보험이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은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보험이 마찬가지지만 제조사, 보험사,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보험을 팔면서 쉽게 손해 보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특히 파손 부품을 회수해 가기 때문에, 수리비 지원 혜택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한 뒤 이해득실을 따져 보험 상품이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하시길 바랍니다. 작은 글씨의 약관도 큰 눈으로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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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보험 상품의 경우 자기 부담금이 최소 3만원 이상 발생한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시고요.

참고로 스마트폰 케어 상품은 판매는 통신사가 하지만, 상품 구성과 조건은 제조사와 보험사의 입김이 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갱작전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고객 불만이 혹시나 자신들에게 오지 않을까 매우 경계하는 눈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