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결제 서비스 '토스'가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든 까닭

간편송금 DNA로 소액대출 틈새시장 공략

인터넷입력 :2016/10/27 14:01    수정: 2016/10/27 14:55

손경호 기자

월급날이 오기 전 급하게 지출이 필요할 때, 경조사가 있어 현금이 필요하나 마땅히 빌릴 곳이 없을 때, 카드값이 많이 나와 생활비가 부족할 때.

스마트폰으로 10초만에 송금을 내세운 간편송금앱 '토스'가 이번에는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적은 돈이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존 대출처럼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낮은 수수료로 간편하게 빌려쓰고 갚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이달 4일 iOS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토스대출 베타서비스를 오픈한데 이어 27일부터 안드로이드로 대상을 확대했다. 현재 평균 대출 규모는 20만원~30만원 수준이다.

토스앱을 활용한 소액대출의 한도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다. 대출기간 30일 기준으로 이자가 1.5%로 책정됐다. 대출금을 만기보다 먼저 갚을 경우 그에 따르는 추가 수수료가 발생한다. 20일 이전에 상환하면 500원이 중도상환수수료로 부과된다. 대신 21일부터 30일 이전까지 언제든 대출금을 갚을 수 있으며 대출일수에 따라 하루 당 0.05% 이자가 추가된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대부'라는 대부업 자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토스앱을 사용해 소액대출을 신청하면 5초 간 신용평가사 KCB와 토스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대출자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자료=토스)

■간편송금 DNA로 소액대출 틈새시장 공략

친구나 지인들에게 송금하는 일과 소액대출을 받는 것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토스를 개발, 운영해 온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사 서비스를 이용해 간편송금을 하는 이유 중 58%가 소액의 돈을 빌리고 갚는데 쓴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거나 기존 대부업체들로부터 돈을 빌려쓰기에는 이자 부담이 큰 데다가 소액을 빌린다는 의도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중금리 대출을 쓰기에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적게는 500만원에서부터 1천만~2천만원까지 대출이 되지만 평균 5%~10% 사이 이자는 소액대출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토스 소액대출은 이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일시적으로 돈이 필요할 때, 복잡한 과정 없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돈을 구할 수 없을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편송금앱에 대출 서비스를 붙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금융 소비자들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토스의 목표"라며 "간편송금 뿐 아니라 최근 출시한 계좌조회 기능과 토스대출 또한 금융 소비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편의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대출약정 내용을 확인한 뒤에는 음성녹취를 통해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서도 대출계약을 완료할 수 있다.(자료=토스)

■토스대출, 편하고 안전한가?

대출서비스의 핵심은 그 사람의 신용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 일이다. 그래야 적정한 수준에서 대출을 제공하고, 제 때 원금과 이자를 상환 받아야 수익을 내면서도 연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토스는 신용평가사인 KCB와 손잡고 사용자의 신용정보를 제공 받는가 하면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해 대출자를 심사한다.

비바리퍼블리카 안지영 홍보이사는 "그동안 간편송금을 통해 쌓인 데이터들을 활용해 송금패턴에 대한 통계를 낸 뒤 이를 활용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토스 사용자의 비식별정보를 활용해 대출자가 어느 정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토스를 통해 소액대출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초다. 대출 희망금액, 기간을 선택한 뒤 약관 동의 및 심사과정을 거쳐 계약서를 확인한다. 그 다음 대출 약정에 동의하면 대출금액이 사용자가 토스에 등록한 계좌로 입금된다.

흥미로운 것은 대출계약을 체결할 때 대출자의 음성을 녹취하고 토스 암호를 입력하는 방법을 쓴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에서 대출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했었다. 그러나 7월25일 개정된 대부업법(제6조의2)과 시행령(제4조의2)에 따라 공인인증서 외에 거래 상대방이나 보증인의 동의의사를 음성녹음하는 경우에도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했다.

상환하는 과정도 간단하다. 토스에 등록한 계좌 중 상환에 사용할 계좌를 선택한 뒤 암호를 입력하면 된다.

■소액대출, 연체만 아니면 신용등급 영향없어

대출자 입장에서는 토스로 소액대출을 받았을 때 자신의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안 이사는 "KCB와도 사전에 논의해 본 결과 심사를 위한 신용정보조회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며 "다만 연체가 될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되거나 연체가 됐다는 사실이 다른 금융기관에도 공유가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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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대표는 "토스가 궁극적으로는 카카오톡처럼 많은 사용자들이 무료로 쓰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그 위에 각종 금융서비스를 얹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토스대출에 대해 그는 "소액 생활 자금을 꼭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율과 조건으로 모바일 채널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진 것"이라며 "베타 버전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점차 적용 대상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