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법제화 수정 보완해야"

국회 토론회 개최, "소비자 중심에서 풀어야"

방송/통신입력 :2016/10/27 08:06    수정: 2016/10/27 09:31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자기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회 토론회가 열려 인터넷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는 잊혀질 권리 이슈가 개인정보 보호 대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함으로써 여러 논란과 이견들이 돌출되고 있지만, 자기 게시물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주최하고 강원도와 한림대학교가 주관하는 ‘잊혀질 권리(디지털 소멸)와 소비자 주권 회복’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잊혀질 권리, 현행법만으론 부족”

10월26일 열린 잊혀질 권리 국회 토론회.

먼저 토론회 발제자인 법무법인 인의 권창범 변호사는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잊혀질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현행법에도 잊혀질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항들이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 변호사는 “지울 수 있는 권한을 사용자에게 주면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고 악용의 소지도 있으며 표현의 자유도 제약받을 수 있지만 충돌을 걱정해 아무 것도 안 한다면 상당수 법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독립법 또는 기존법을 수정 보완하는 방식으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보 주체에게 작성 단계부터 기술적으로 본인 게시물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업자에게 의무만 부여할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과 사업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나아가야할 방법과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게시물, 소비자가 주인”

한림대학교 김유섭 교수는 사물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많은 정보들이 데이터 센터에 보관됨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환경오염으로 이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데이터 파일들이 스스로 알아서 없어지는 것이 디지털 소멸이다. 사진, 동영상, 통화기록, 연락처, 첨부파일, 앱 등이 자동 소멸될 필요가 있다"면서 "소프트웨어에도 생로병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학교 송명빈 겸임교수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로 풀기보다,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잊혀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통제권 강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기술은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으로 일종의 게시물 타이머 장치다.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릴 때 삭제 시점을 미리 지정해두면, 해당 날짜에 자동으로 정보가 서버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구조다.

송명빈 교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인터넷 게시물은 디지털 장의사가 지우겠지만, 지금부터 앞으로는 소비자가 주인이 돼서 디지털 소멸 시효를 정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소멸 필요성 공감…사회적 논의해야”

법조계, 소비자단체, 정부 등을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들도 모두 자기 통제권 강화 차원에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발제자들의 의견에 대부분 공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총장은 “공익 문제들은 삭제돼선 안 되겠지만 본인과 가족과 관련된 정보들에 한정해서는 자기 정보 통제권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놓고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범위와, 시행 시점,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등을 고려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회장은 “개인정보가 제대로 관리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비자가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알고 활용하면서, 또 지켜나갈 수 있는 정책들도 준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윤정 과장은 “지난 6월 말부터 시행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이 이제 시작이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제화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은 시간이 지나 지우기 힘들게 된 본인 인터넷 게시물을 해당 게시판 관리자나 사업자에게 요청해 검색 배제(블라인드)되도록 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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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상직 변호사는 “오늘 토론회의 핵심은 내가 올린 글에 대해 명확하게 지워달라는 것”이라며 “디지털 소멸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사용자들이 더 손쉽게 자신의 게시물을 지울 수 있어 결국에는 더 많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데이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가 가진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사업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비용과 인력, 기술적인 측면 등을 논의를 통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