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3개 금융사, P2P 결제 '젤러' 띄운다

'벤모'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 차원

인터넷입력 :2016/10/25 11:29

손경호 기자

미국 23개 금융사들이 P2P 결제 서비스, '젤러(Zelle)'로 핀테크 시장공략에 나선다.

미국 현지 은행 네트워크 사업자인 얼리 워닝 서비스(Early Warning)는 미국 내 23개 금융사들과 협력해 P2P결제, 송금을 지원하는 젤러를 내년 초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초기에는 여러 참여 금융사들 간 송금 기능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젤러 브랜드로 모바일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P2P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젤러는 기존 금융사들이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P2P 결제서비스, '벤모'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페이팔이 인수한 벤모는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P2P 결제로 미국 내 수많은 젊은 사용자들을 확보해왔다. 이 서비스는 타임라인을 도입해 내가 누구에게 얼마나 송금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지인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 이외에도 송금앱처럼 더치페이 기능을 제공하거나 호텔, 음식 주문 등에 대한 모바일결제도 지원한다.

전통 금융사들이 벤모의 대항마로 내세운 젤러는 이메일 주소나 스마트폰 번호만으로 개인 간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은행 고객들은 자체 모바일 뱅킹앱이나 젤러 전용앱을 사용하면 된다. 다만 미국 내에서 개설한 은행 계좌를 전용 웹사이트인 젤러페이닷컴에 등록해 놓아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젤러앱에 직불카드와 연결된 계좌를 등록하면 된다.

젤러 서비스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총 7600만명 이상의 모바일뱅킹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참여 은행들 중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JP모건체이스, 모건 스탠리, 웰스파고와 같은 대형 은행들이 대거 포함됐다. 젤러페이닷컴에 따르면 참여 금융사들을 모두 합치면 1억명 이상 사용자들이 매일 1억7500만달러(약2천억원) 수준으로 송금을 하고 있다.

벤모와 같은 P2P 결제 서비스를 따라잡기 위한 미국 은행들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약 5년 전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는 '클리어 익스체인지(clearXchange)'라는 합작벤처 회사를 설립해 서로 다른 은행 계좌들 간에 쉽게 송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젤러를 개발, 운영하는 얼리 워닝은 이 서비스를 '오픈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여타 다른 미국 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도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머니20/20 결제 산업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폴 핀치 얼리 워닝 최고경영자(CEO)는 "젤러는 넓고, 포괄적이면서 대안으로 모두를 위한 현금과 수표를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통 금융사들이 진행 중인 젤러가 벤모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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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벤모가 신용카드로 송금하는 경우에만 3% 수수료를 붙이고, 또 다른 P2P 결제 송금 회사인 서클이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젤러가 필요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경우 이들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3월부터 미리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등록한 경우, 메신저앱으로 다른 사용자들에게 수수료 없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그 사이 벤모는 3분기에만 49억 달러(약 5조5742억원)의 P2P결제를 이끌어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수치다.

외신들은 젤러가 지난 여름 브랜드명만 공개했을 뿐 벤모의 대항마로 부상하기까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