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익 날리고 막내린 현대차 파업...과제는?

3조 넘는 역대 최고손실, 국가경제 휘청...노사관계 개선 지적

카테크입력 :2016/10/15 10:55    수정: 2016/10/16 14:59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2016년도 임금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교섭을 시작한 후 약 5개월 간의 진통 끝에 겨우 봉합됐지만, 노사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상흔을 남겼다.

올해 임협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빚어졌다. 역대 파업 가운데 최대 손실 규모다. 파업이 야기하는 파장은 더 컸다. 5천여곳이 넘는 협력업체들의 연쇄 피해는 물론, 수출 급감으로 국가경제에도 큰 타격을 미쳤다. 관행처럼 굳어진 연례 파업을 막기 위한 노사관계의 해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15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전날 노조가 전체 조합원 5만179명을 대상으로 2차 잠정합의안의 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4만5천920명(투표율 91.51%) 중 2만9천71명(63.31%)의 찬성으로 과반을 넘겨 가결됐다.

노사는 다음주 초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협 타결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도 통상 현대차의 협상 수순에 보조를 맞춰온 전례를 감안하면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파업손실 3.1조, 기본급 4천원 인상...노사 모두 생채기

노사는 앞서 지난 12일 열린 제27차 교섭에서 ▲기본급 7만2천원 인상(기존 개인연금 1만원 기본급 전환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조합원 17명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등을 골자로 하는 2차 잠정안을 도출한 바 있다. 지난달 말 부결된 1차 잠정안보다 기본급은 4천원 올랐다. 재래시장상품권도 기존 20만원에서 50만으로 30만원 늘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5월 17일부터 시작된 임협 과정에서 석 달여간 총 24차례에 걸친 파업과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지난달 26일에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파업까지 강행했다. 5개월여 간의 파업은 14만2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3조1천여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남겼다. 이는 현대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3조1천4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결국 조합원의 기본급 4천원을 올리는 최종 타결 과정까지 상반기 벌어들인 수익을 송두리째 쏟아부은 셈이다.

현대차에 납품을 해야 하는 협력업체들의 피해까지 더하면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더 커진다. 1차 협력업체 348개사는 1조4천억원의 매출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약 5천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손실액은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납품 차질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까지 내몰린 협력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파업은 국가 경제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409억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수출 악화는 현대차 파업이 직격탄이 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파업으로 수출 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는 7만9천여대, 액수로는 11억4천만달러(약 1조2천585억원)에 달한다.

노조에게 돌아온 대가도 혹독하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기본급 7만2천원 인상은 상여금과 일부 수당에도 인상 영향을 미쳐 근로자 1인당 약 150만원의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차 잠정안보다 결과적으로 4천원의 기본급을 올리기 위해 추가 파업을 진행한 데 따른 비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조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올해 파업과 특근 거부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 손실은 1인당 많게는 3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론이다. 2차 잠정안이 통과되며 파업이 종료됐지만 여전히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가 23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할 정도까지 사태가 악화된 후에야 파업이 일단락 되면서 노조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관행처럼 굳어진 연례 파업을 막고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해 현재 파업시 금지돼 있는 대체 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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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기본급 4천원을 올리는 대가로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손실은 물론 국가 경제의 위기까지 감수해야 되는 셈"이라며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막고, 투쟁 일변도의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대체근로의 허용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임협이 마무리됨에 따라 안정적인 제품 공급에 주력,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판매량을 늘려 손실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1.7% 감소한 347만9천326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39만대 수준이다. 올해 판매 목표인 501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약 3개월 동안 154만여대를 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