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으로 우회로 찾나

국회, 발의 예정…금융위도 “안 제시하겠다"

방송/통신입력 :2016/10/10 09:47    수정: 2016/10/10 13:25

은행법 개정안 처리에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특별법 제정으로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은산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별법 제정에 나섰고, 금융위원회도 검토작업에 나서면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은행법 개정이 어렵다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만드는 방안이 있다”며 “그러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국회에서 특례법을 논의하면 금융위도 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IT 기업을 포함한 비금융 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50%로 상향하는 내용의 가칭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중이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특별법 제정에 나선 것은, 은행법의 핵심인 은산분리 규정을 크게 건들지 않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돌파구를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은행법에 따르면 대기업을 비롯한 비금융 산업자본 회사가 4%의 은행지분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KT(K뱅크), 카카오(카카오은행)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정부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엄격한 은산분리 규정에 가로막혀 정상적인 출범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금융혁신 뿐만 아니라 서민 이자부담 경감"

금융계, IT 업계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금융혁신을 꾀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경우, 신용등급 4~7등급에 해당하는 서민층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크게 경감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 서비스의 혁신 뿐만 아니라 민생과 직결된, 금융이자를 절감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 발의를 준비중인 유의동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에 발간한 ‘경쟁력 있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정책자료집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경우 고금리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금융부담이 2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 의원이 ‘2015년 9월말 업권별 총 신용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신용자(신용등급 4~7등급)들이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로(21.2%) 이용하고 있는 신용대출 잔액이 총 5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 8%대의 중금리 상품을 공급하면서 약 30%대의 침투율을 가정할 경우 약 2조원의 이자 경감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핀테크 산업의 현황과 주요 기업들의 성공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경쟁력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기 위한 제도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혁신적인 ICT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야만 기존의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의동 의원은 “그동안 금리절벽으로 인해 중신용자들의 경우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금리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IPTV 특별법 전철 따르나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은 과거 방송계의 반발로 출범이 불투명 했던 IPTV 특별법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당시 IPTV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달리 IP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양방향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주장하며 방송법 테두리에 넣어야 한다는 방송계의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였다.

때문에 당시 여야는 국회에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이란 특별법을 제정해 도입 근거를 만든 바 있다.

IPTV를 기존 미디어의 틀 안에 넣지 않고 뉴미디어의 출범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관련기사

그러나 IPTV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통신-방송 진영간 상당히 진통이 따랐던 것처럼,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 및 합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국회 차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특별법이 정식 발의되면 향후 정부 의견을 제시한다는 방침인데, 은행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은산분리 규정이 또 도마위에 오를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