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美 인공지능 업체를 인수한 이유

스마트폰·가전제품 연결되는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구축 목표

홈&모바일입력 :2016/10/06 09:27    수정: 2016/10/06 09:31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한 것은 글로벌 주요 IT 기업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또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도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 향후 확산될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에도 대화면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하나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4년 간 인공지능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특히 음성인식 분야에 있어서 자동음성인식(Automatic Speech Recognition)과 자연어이해(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부분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왔다. 내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물색했다. 특별히 눈여겨본 회사가 바로 비브랩스다.

비브랩스는 독창적인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인공지능 전문가인 다그 키틀로스, 아담 체이어, 크리스 브링험에 의해 2012년에 설립된 회사다. 특히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Siri)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 새롭게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비브는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해 자신들의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삼성전자는 여러가지 서비스와 접목해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음성인식과 자연어 이해 기술에 비브가 가진 생태계를 잘 접목하면 강력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디지털시티 (사진=삼성 뉴스룸)

또 비브를 만든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인 만큼 삼성전자 개발자들과 협력을 통해 기존 인공지능 플랫폼을 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인공지능 개발자들을 영입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냉장고, TV, 세탁기, 사물인터넷 기기 등 여러 제품들과 음성인식 서비스를 접목시켜 하나의 통합된 인공지능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도 터치 방식이 아니라 음성명령이나 대화를 통해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각각의 기능과 메뉴를 익혀야했던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들도 이를 통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AI는 전자기기 인터페이스 부분에 있어서 엄청난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오픈이노베이션과 자발적인 생태계를 통해 써드파티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통합시키고 이를 생태계로 엮어내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만족도와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애플 '시리', 구글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MS) '코타나' 같은 지능형 개인비서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알파고 대국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낸 구글은 인공지능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AI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는데 280억달러(약 32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하루 전인 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 세상에서 'AI 퍼스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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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여년 전부터 인공지능 개발에 몰두하며 1997년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로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기도 했던 IBM은 최근 의료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센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몇몇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왓슨 포 온콜로지(Oncology·종양학)' 플랫폼은 질병 관련 연구결과, 의료기록, 임상시험 결과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과 치료를 지원한다.

페이스북은 2013년 인공지능 전문가 얀 레쿤 뉴욕대 교수를 영입하고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설하면서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애플은 지난해 음성인식 기술업체 보컬IQ와 스마트폰용 사진 인식 기술업체 퍼셉티오, 머신러닝 전문업체 투리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