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2년 "통신비 감소" vs "효과 없다"

정부-소비자 평가 '극과 극'…개정 논의 급물살

방송/통신입력 :2016/09/30 17:14    수정: 2016/09/30 17:53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지 10월1일 부로 만 2년을 맞지만, 정부와 소비자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가 내려가고 복잡했던 유통시장 구조를 개선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이를 체감하고 있는 소비자들과 유통점들은 단통법으로 인해 단말기 구매 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축소됐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단통법 시행으로 중저가 단말기 확산 등 소비자들의 단말기 소비 행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통신비 지출이 감소한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무리해서 프리미엄 폰을 구매하던 소비패턴에서 벗어나 실속형으로 전환됐다는 반응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가계통신비가 인하돼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지출이 줄면서 가계통신비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다. 형편에 맞는 실리적인 구매가 늘었다는 긍정적인 시각보다, ‘어쩔 없는 선택’을 하게끔 소비자를 내몰았다는 비판이다.

■중저가폰 확산, 가계통신비 감소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단통법 전후 주요 통계.

2014년 10월1일 지원금 상한제와 공시제, 지금원 대신 요금할인제 등을 골자로 한 단통법이 시행됐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한 집 건너 한 집 우후죽순 생겨난 단말기 유통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이용자 차별 해소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단통법을 추진했다. 특히, 특정 기간에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하는 이통사간 보조금 경쟁이, 프리미엄폰 중심의 단말기를, 또 자주 교체하는 비정상적인 소비패턴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통시장을 안정화 시키고 중저가 단말기 시장을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실제 2014년 15종에 불과했던 50만원 이하 중저가폰은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3배 가량인 43종으로 크게 늘었다. 중저가폰 판매 비중 역시 2013년 16.2%에서 올 1분기 38.4%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지원금 상한이 33만원으로 제한되고, 프리미엄 단말기에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지원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지급하면서 소비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저가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굳이 고사양 기기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멀티미디어 콘텐츠, 고품질 게임 등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중저가폰 확산에 일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14만5500원으로,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15만350원 보다 약 3.3% 감소했다. 통신비가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2014년 1분기(6%)보다 0.5% 포인트 낮아졌다.

SK텔레콤이 출시한 중저가폰 '쏠'.

가계통신비(통신장비+통신요금) 하락은 통신장비 인하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1분기 통신장비는 1만96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만800원 보다 5.6%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보다도 6800원 줄어 들었다.

단통법 이후 프리미엄폰 출고가 역시 가계통신비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갤럭시S5의 출고가격은 86만6천원(2014년 출시) 이었지만 차기작인 갤럭시S6 출고가는 85만8천원(2015년)이었다. 또 올 초 출시된 갤럭시S7의 가격은 더 떨어져 83만6천원(2016년)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 요금제 보다 낮은 요금제를 선택하면서 실제 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자료도 나왔다.

방통위 조사 결과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도 줄었는데 지난 2014년 33.9%(2014년 7~9월 평균)에서 2016년 5월 6.8%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규 개통 시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도 2014년 7~9월 평균 37.6%에 달했지만, 올 5월에는 6.1%까지 줄었다.

정부나 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단통법이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내리고, 소비자들이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지출되던 소비를 줄여준 셈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도 가계통신비가 소폭이나마 줄어든 것도 단통법 효과 중 하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된 이후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지난해 4월 3.5GB에서 올해 3월 기준 4.6GB로 약 32.5% 늘었다. 또 전체 LTE 데이터 사용량은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18만5천499TB(테라바이트)로 지난해 4월(12만5천904TB)보다 47.3% 증가했다.

■소비자 "체감효과 거의없다"...개정안 급물살

단통법의 문제점을 풍자한 그림.(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그러나 단통법이 단말기 유통 시장을 안정화 시키고 부문적으로 가계 통신비 인하에 일조 했다는 정부의 통계에 정작, 소비자들은 많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단통법 소비자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통법 시행 후 가계통신비 요금 변화를 묻는 질문에 48.2%가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정부 발표와 달리 가계통신비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응답도 30.9%나 됐다. 이전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11.0%에 불과했다.

또 단통법 시행 후 이동전화 구입, 교체 등 가계통신비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설문에 전체의 12.8%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32.4%,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응답은 40.4%를 차지했다.

이용자 차별 해소에 대한 부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63.2%로, ‘도움이 됐다’ 17.2%보다 월등히 많았다.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은 단통법으로 절약되는 가계통신비가 한 달에 19원, 1년에 200~3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단통법 시행 18개월도 지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크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 (단통법처럼) 규제를 하는지 찾아봐 달라.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참여 대토론회

지난 8월 참여연대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공동 주최한 국민참여 대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거나, 일몰 기한을 앞당겨서 통신사업자 간 자율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며 “(지원금 상한제로) 캡을 씌운 것은 최악의 규제로,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긍정적인 통계 수치를 근거로 단통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시장에 적중했다는 평가인 반면, 소비자와 중소유통점들은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이미 여러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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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이면 자동 폐기되는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에 폐지하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 할인폭을 높이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제조사와 이통사가 분담하는 지원금을 분리해 공시하자는 목소리도 제시되고 있다. 단통법 개정과 맞물려 일각에서는 기본료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대선 정국과 맞물려 여야 국회의원들의 단통법 개정 수위가 높아지면서, 올 연말을 전후로 단통법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