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규제 혁파에 달려 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제도개선 민관 소통회①]

디지털경제입력 :2016/09/21 16:22    수정: 2016/09/21 18:17

4차 산업혁명은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지만 아직까지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 거대담론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으로 '쓰나미급'의 급진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산업적으로는 글로벌 승자 독식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산업 구조 재편을 통해 신속하고 진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는 일자리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새 시대에 맞는 교육 체계가 절실한 셈이다.

이 모두 인공지능 SW 같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고도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상키 어려운 속도로 다가 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특히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디넷코리아가 '한국형 4차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제도 개선이 먼저다'란 주제로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개최한 '미래전략 민관 특별 소통회'에서 참가자들은 산업계든 정부든 정치권이든 할 것 없이 아직도 개선해할 제도가 산적해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날 소통회에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은 업계의 지적과 비판을 3시간 넘게 경청하면서 제대로 소통하려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 “영국, 적기조례 제도 반면교사 삼아야”

1865년부터 약 30년간 시행된 영국의 적기조례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증기기관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튼 영국은 마차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동차가 2마일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한 적기조례 제도를 도입했다. 그 사이 가솔린 엔진을 만든 독일 등은 영국을 제치고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센터 센터장은 “4차 혁명은 앞선 산업혁명들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규제개혁이 길을 트고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뒤에서 미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4차 혁명으로 인한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 역시 단순히 이해관계 충돌을 해결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규제개선에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신산업을 이해하는 의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공유경제 모델인 O2O다.

그는 “4차 혁명의 대표 신산업으로 O2O 분야를 꼽을 수 있고 우버가 혁신적 대표사례”라며 “우버는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이라는 기존에 나와 있는 ICBM 기술을 가져다 쓸 뿐인데 자동차 한 대 보유하지 않고 5년 만에 100년이 넘은 GM과 포드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세계 각국은 규제를 최소화하는 추세이고 일각에서는 우버를 비판하는 것이 중세에 인쇄기 도입을 반대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도 있다”며 “EU에서는 지난 6월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규제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은 “O2O 서비스는 단순한 공유경제가 아닌 여러 기술과 맞물려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서비스”라며 “하지만 여전히 O2O는 4차 혁명의 프레임이 아니라 골목상권 침해로 보는 시각들이 있는데 O2O가 미래 산업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4차 혁명은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이라며 “푸드테크 사업도 그중 하나인데 청정지역에 푸드테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이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정부가 관심을 가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국가전략 특구 제도’를 도입해 국내외 기업 유치를 위해 지자체별 중점 육성분야를 선정하고, 낡은 규제 개혁과 세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규제 프리존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소관부처 간 법개정과 이해당사자간 합의 도출 등이 어려워 법제도 개선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때문에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규곤 파수닷컴 사장은 “보안사업이 규제 때문에 컸는데 이제 규제 때문에 가로막혀 더 이상 커지지를 못하고 있다”며 “4차 혁명에 맞춰 정부조직부터 체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렇게 돼야 규제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 “낡은 규제 발목 잡힌 인터넷전문은행”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산업이 태동하지 못하는 대표적 분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꼽힌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비용구조를 낮춰 서민들에게 저금리 대출과 고금리의 예금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KT의 K뱅크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를 가인가하고 오는 10~11월경 본인가를 앞두고 있지만 은행법의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출범시기가 불투명하다.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을 두고 있는데, 금융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사회, 경제, 문화, 산업의 변화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신산업이 아닌 신기술을 이용한 전통산업을 대체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맹수호 KT 전무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상 23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이 생긴 것인데 은산분리 규제로 출범이 막혀 있다”며 “은행법 개정을 은산분리 완화가 아니라 핀테크를 통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국은 ‘규제 샌드박스’란 제도를 도입해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모래사장과 같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영국에서는 7천개 이상의 핀테크 기업이 출범했고 산업규모는 9조5천억원 이상, 6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윤완수 웹캐시 대표는 “외국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해 시행하고 있고 문제가 됐다는 소리 역시 들어보지 못했다”며 “이런 것조차 풀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핀테크 기업에 산업발전을 위해 뭘 해주면 되느냐고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 “빅데이터-클라우드, 고정관념 버려야”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4차 혁명의 핵심요소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 꼽히지만 이에 대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 신산업 중 상당수가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펼친 알파고와 같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장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고객에게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다. 맹수호 KT 전무는 “개인정보 이슈로 인해 빅데이터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은행 서비스의 모든 부분들이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환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은 “지난해 클라우드발전법이 통과됐지만 이제 시작이다. 의료나 교육 규제는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금융 부분에서는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이건 포지티브 규제이지 네거티브 규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개인정보와 관련해 수집, 보관, 폐기까지 잘 하고 있느냐고 하는데 있어서는 신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신뢰 확보가 문제이지만 불필요한 것이 많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책임까지 규제로 몰아가서는 안 되는 일이니 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걷어내는데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만 3만4천명으로 절대로 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중요한 건 방향성과 정확한 예측”이라면서 “케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태블릿으로 공부하는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교육 사업 등 특기를 살려서 넓은 세계 시장으로 나간다면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 “신생기업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

최근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분야에서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생 창업 벤처기업에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다.

한 예로, 창업벤처에게 절실한 자금 확보 문제다. 아직까지 엔젤투자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창업벤처는 자금 마련을 대출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출 역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게 일쑤다.

김현민 AWPS 대표는 “자율주행차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선충전 기술이 필요하고 센서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기술로 이를 산업화하면 국가 경쟁력이 커질 수 있을 텐데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특허 담보대출을 받으려 해도 매출이 있어야 가능하고, 대기업의 구매 확약서를 가져오면 대출해 주겠다고 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단기 매출이 없으면 대출이 불가능하고 정부가 주관하는 특허심사기관 등에서 객관적 심사를 통해 이 같은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신생 기업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오석언 코리센 대표는 “지문인식보다 보안에서 우수한 지정맥 기술을 스마트 시대에 맞게 개발 했음에도 고정관념 때문에 이를 납품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일본 회사들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음에도 향후 AS를 지속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류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산업이 태동할 때 발생하는 문제 역시 신뢰를 갖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테슬라의 자율자동차가 인명사고를 냈는데 미국의 정부나 언론들이 이를 다루는 기사를 보고 놀랐다”며 “미 교통안전국은 더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테슬라는 향후 운전 미숙으로 발생하는 오류보다 저 적은 오류가 발생하도록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였으면 장관이 바뀌고 청문회에 불려갔을 일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이러한 신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춘배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향후 자율주행자동차처럼 드론 역시 사람이 조종하지 않으면서 타고 갈 수 있는 비행기로 교통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하지만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일 때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데 이를 해소하는 데 있어 정부가 민간단체에 이를 위임해서 이해당사자들이 협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주권 확보도 절실”

4차 혁명이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ICT 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 플랫폼 위에서 벌어지는 영토전쟁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자국 플랫폼을 갖지 못한 유럽이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네이버의 윤영찬 부사장은 “독일 인더스트리 4.0 정책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주권에 대한 언급들이 나오는데 이는 전 세계가 플랫폼을 사업을 놓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라며 “EU에서 천문학적 세금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중국과 인도가 인터넷 사업자 보호 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그는, “최근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과 관련 논란이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간행심사와 보안심사를 받고 있는데 구글에 이를 허용하면 어떻게 될 지 의문”이라며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 전쟁에서 이러한 비대칭적 규제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콘트롤타워 필요”

ICT 업계가 4차 혁명에 대비한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이를 민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어떤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체화 하는 것은 다르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까가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기술과 속도전에 맞는, 또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정확한 예측력과 책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를 신속하게 관리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송 의원의 설명이다.아울러, 그는 지속성을 갖고 끝까지 추진해야 하는 전략과 4차 혁명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분야가 존재하는 만큼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송 의원은 “포켓몬고와 같이 글로벌 프런티어 기업들이 향후 내놓을 서비스가 어떤 속도, 깊이, 범위가 될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가고 있는데 여기에는 속도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인공지능의 가장 밑바닥은 소프트웨어 개발이고 10년 뒤 사회에 나올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를 감안한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이르면 10월까지 종합대책 내놓겠다”

정부 역시 이 같은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법제도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개선 시스템 도입을 위한 규제 ‘프리존 특별법’, 새로운 ICT 융합서비스가 법 미비로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신속처리 임시허가 제도’를 도입했다.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과 기존 산업 간 갈등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 신속하게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이유다.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능정보기술 중장기 종합대책을 이르면 10월, 연말까지는 발표할 계획”이라며 “종합대책에는 미래를 이끌 핵심 동인을 파악해서 지능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종합적인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능정보기술 뿐만 아니라 복지, 고용 등에 대한 대안도 수립할 계획이고, 지능정보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지 노동,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도 담길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개혁도 중요하지만 민간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현 시대에 어떻게 잘 접목 시키느냐가 핵심인 만큼 정부는 민간이 중심이 돼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기획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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