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규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대비 제도개선 민관 소통회④]

디지털경제입력 :2016/09/21 16:21    수정: 2016/09/21 18:28

정현정 기자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쓰면서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별로 혁명적이지 않다."

"기존의 산업 분류나 규제 체계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산업들을 제대로 육성할 수 없다."

지디넷코리아가 '한국형 4차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제도 개선이 먼저다'란 주제로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개최한 '미래전략 민관 특별 소통회'에 참석한 벤처·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생각보다 많은 규제가 곳곳에 숨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변화시켜 신규 업체들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왼쪽부터)정준 벤처기업협회장, 오석언 코리센 대표이사,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이사 (사진=지디넷코리아)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새로운 혁신기업이 나타났을 때 기존 산업과 이해관계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규제체계가 너무 기존 산업 위주로 되어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혁신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전 세계적인 벤처 생태계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20위권 중반에 머물렀다고 운을 띄웠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정 회장의 평가다. 특히 보고서에 포함된 10여개 평가항목 중 기술, 인력, 인프라는 상위권에 랭크 됐지만 ▲작은 내수 시장 ▲벤처 창업을 장려하지 않는 문화 ▲국제화 역량 ▲경쟁 등 네 가지 항목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특히 거의 최하의 평가를 받은 경쟁 항목에 주목했다. 그는 "평가 부문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은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데, 우선 ‘고정관념’이라는 높은 문턱에 가로 막혀 있다고 토로했다. 수요업체인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기술력 보다는 실제 매출과 납품실적, 회사규모 등이 먼저 고려되면서 신생 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생체인증 기술개발 업체인 코리센의 오석언 대표는 "실제 은행 등에 입찰에 들어가면 일본 업체 제품 보다 기술력은 좋지만 레퍼런스가 없어 어렵겠다거나 30~40년 AS를 받아야하는데 가능하겠냐는 얘기만 한다"면서 "기술력에서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일본 대기업들에 기회가 넘어가는 것은 애석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전기차 급속충전 장치를 개발중인 AWPS의 김현민 대표는 “지난해 부터 특허담보대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해야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매출이 아니라 정부 기관의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생 기업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는데 높은 규제 장벽 때문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와 같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시장에 파격을 주는 신기술이나 신사업이 정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가능한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이사는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는 산업이 빨리 성장하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더 이상 시장이 커지는 데는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는 만큼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전환해야한다"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산업들은 기존의 분류체계 대로 이뤄져있지 않은 만큼, 실제 규제를 집행하는 정부 기관의 조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오병기 쓰리디팩토리 사장 역시 “저희끼리는 ‘뛰어가면서 옷을 갈아입자’고 얘기할 만큼 콘텐츠 산업 변화 속도가 빠른데 정부는 수 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간에 틀리더라도 목표를 바꾸지 않는다”면서 “기존 3차산업 시대의 가졌던 정책 의결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 진흥 정책에 있어서도 신산업 뿐만 아니라 기존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VR, AR, 인공지능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 산업이 ICT와 융합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O2O처럼 기존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육성하는 것에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면서 "푸드테크 분야를 예로 들면, 기존 농축산 산업에 ICT를 접목해 새로운 사업이 태동할 수 있도록 청정지역에 푸드테크 클러스터를 조성하거나 스마트 팜 복합단지를 통해 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기획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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