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 없는 핀테크 육성은 헛소리다"

[4차 산업혁명 대비 제도개선 민관 소통회⑤]

방송/통신입력 :2016/09/21 16:21    수정: 2016/09/21 17:49

“빅데이터와 핀테크 기술이 융합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산업자본 의결권을 4%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은행법의 은산분리 규제 하나 풀지 못하고 있다. 이것 하나 풀지 못하면서 핀테크 발전을 위해 뭘 해주면 되느냐고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지디넷코리아가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제도 개선이 먼저다'란 주제로 20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개최한 ‘미래전략 민관 특별 소통회’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 은행법 개정 등 법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인터넷전문은행 가인가를 받은 KT는 은행법의 은산분리 원칙 때문에 10~11월로 예정된 본인가를 앞두고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맹수호 KT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상 23년 만에 처음으로 생기는 은행이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출범이 막혀 있다”며 “은행법 개정은 단순히 은산분리 규제개선이 목적이 아니라 핀테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기려는 노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을 두고 있는데, 금융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이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가인가를 받은 KT의 K뱅크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전문은행인 셈이다. 맹 부사장이 인터넷전문은행을 규제완화 관점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혁신, 이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맹수호 KT 부사장

맹 부사장은 “신용등급이 4~7등급인 경우 최대 20%의 은행이자를 감당해야 한다”며 “하지만 K뱅크에서는 통신요금을 연체 없이 정상적으로 내는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을 2등급 정도 향상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10%대 이자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미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국내에서만 이를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EC 제2차 은행업 지침에 따라 ICT 기업 등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고, 금융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는 10%, 20%, 33%, 50% 지분을 초과할 때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00년 ‘비금융기업 등 타 분야의 은행업 진출 면허심사 및 감독지침’에 따라 ICT 기업 등 산업자본 유입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고,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6곳 중 4곳이 ICT 기업이 대주주로 있다.

핀테크 시장에서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도 산업과 금융자본 여부에 관계없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0%까지 보유할 수 있고, 특히 알리바바의 푸싱그룹은 마이뱅크의 55% 지분을 소유해 운영 중이다. 단지 외국계 산업자본만 20% 이내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도 산업자본의 은행주식취득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산업대부회사(ILC, industrial Loan Company) 제도를 통해 7개주에서 ICT 기업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은 “1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영국은 증기기관 자동차를 개발했음에도 기존 마차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2마일로 제한한 적기조례제도를 30년 동안 적용했다”며 “그 사이 가솔린 자동차를 만든 독일과 미국 등 후발주자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고 밝혔다.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도 전통산업을 지키기겠다는 빗나간 규제정책이 경제발전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물론,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 반면교사로 삼는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윤완수 웹캐시 대표

윤완수 웹캐시 대표는 “현재 핀테크 협회에 가입한 업체들이 130~140개, 국내에 약 300개의 핀테크 회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에 시장이 확산된 것인데 여전히 은행법도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기획 시리즈]

관련기사

▶ '한국형 4차산업혁명' 관련기사 모아보기

▶ '4차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동영상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