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혁신, 英 '적기조례' 타산지석 삼아야"

[4차 산업혁명 대비 제도개선 민관 소통회⑥]

홈&모바일입력 :2016/09/21 16:20    수정: 2016/09/21 18:07

정현정 기자

자율자동차-드론 등이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제조 산업시대의 규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혁신하기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거 산업혁명의 출발점이 된 영국이 증기차 산업을 억제하는 ‘적기조례’(Red Flag Act)로 산업경제의 주도권을 내준것을 교훈삼아, 우리나라도 미래 핵심사업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규제완화와 구조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디넷코리아가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제도개선이 먼저다'란 주제로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개최한 '미래전략 민관 특별 소통회'에서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신시장에 맞는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인명사고를 냈는데, 만약 우리나라였으면 많은 정부 인사들이 청문회에 나가고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했을 것이지만, 미국 언론과 규제당국은 조금 더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빨리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성명을 내 놀라웠다"면서 “결국, 테슬라는 오류나 운전미숙으로 생기는 오류보다도 10배 더 안전한 자율차를 개발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우리에게도 이런 신뢰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센터장도 "테슬라 자율차 인명 사고 사례는 기술개발과 함께 규제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데 있어 시사점이 크다"면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 확보 노력과 함께 신산업이 기존 산업과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R&D가 밀고 앞에서 규제개선이 길을 트는 두 가지 상호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4차산업혁명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박춘배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이방수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자율차, 드론 등 이미 미국, 중국 등이 앞서 나가고 있는 신사업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미래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드론의 경우, 이미 전 세계 상업용 기기 시장 대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특성상 수도권 비행금지구역, 공항 인근 구역 등 까다로운 규제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지정 등 규제 완화 시도를 통해 최대한 실증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민간 중심의 자율적인 논의를 통해 기술 표준화와 신뢰성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춘배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무인 조종 드론은 앞으로 자율차와 함께 교통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사회에 적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만큼, 협회 등 민간단체 등이 이해당사자간 갈등 해소와 표준화 작업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국내 제조업계에서는 실제 많은 규제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전자칠판이나 조명 같은 신제품을 개발해도 중소기업 업종으로 지정돼 해외 납품 계약이 어려운 것을 비롯해 국내 규제가 글로벌 활동을 하는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제조업은 4차산업에도 기반이 되는 산업인데, 현재 중국으로부터 심각한 경쟁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규제개선과 선제적인 구조조정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력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산업 분야에서는 클러스터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수도권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업종 뿐만 아니라 농업과 축산업 등 1차 산업의 스마트화도 고려해 볼만 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있어서도 좀 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김진수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소재가 수요자까지 이어지기 까지는 성형과 가공 등 여러 밸류체인이 있는데, 센터나 집적화된 클러스터들이 필요하다”면서 “스마트팩토리 같은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농축산업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글로벌로 가기 위해서는 농업에서부터 6차산업 까지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농업과 축산업까지 4차산업혁명 논의에 포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상우 삼성SDS 전무는 "전통적 제조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중소 제조업체 위주로 전개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자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처럼 실질적인 동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래 신기술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인문학적 성찰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4차산업의 중심이 되는 신기술들을 단순히 기술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에서 우버 서비스가 어려웠던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택시기사들의 반대 때문이었던 것처럼 사회적인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으면 IT 기술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기 힘들다"면서 "바꾸어 생각하면 적기조례가 있어 사회적으로 신호도 세우고 차선도 만드는 계기가 됐던 만큼 정당한 규제까지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지 말고 안전, 신뢰, 위생 등 모든 가치적 요소들에 대해서 기술하는 전문가들이 좀 더 인문학적으로 토론하고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기획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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