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SAP·오라클 유지보수료, 참지 마시라"

외주형 SW지원업체 리미니스트리트, 한국 진출

컴퓨팅입력 :2016/09/20 16:53    수정: 2016/09/20 18:21

오라클과 SAP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한 한국 기업들에게 무거웠던 유지보수료 부담을 낮춰 주겠다는 회사가 나타났다. SW 지원 서비스 전문업체 '리미니스트리트'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지원 서비스를 SW 공급업체에 의존해 왔다. 리미니스트리트가 오라클과 SAP 지원 서비스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미니스트리트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및 미들웨어와 SAP 전사적자원관리(ERP)같은 SW를 위한 외주형 지원 서비스 공급업체다. 2005년 설립 이래 11년간 사업을 벌인 이 회사의 메시지는 SW개발업체보다 가격은 더 저렴하면서도 대응 범위는 더 포괄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회사는 세계에 포춘500대 기업 135곳을 비롯한 회사 1천450곳을 고객으로 뒀다.

리미니스트리트는 지난달 한국지사를 세우고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현장에 세쓰 레빈 리미니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가 자리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로 어떻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성장세를 강조하고 한국지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과 국내 시장 전망,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구체화했다.

SW업체들이 고객사에게 청구하는 비용은 크게 라이선스 가격과 지원서비스로 나뉜다. 지원서비스는 고객사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메인터넌스) 활동을 포함한다. 글로벌SW업체의 지원서비스 가격은 SW라이선스에 요율을 곱해 매겨진다. [사진=Pixabay]

■"오라클·SAP 유지보수 반값에 해결"

레빈 CEO는 기업들이 SAP나 오라클에 SW지원 명목으로 높은 지출을 감수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연간 SW 지원 비용을 최고 50%까지, 관련 인건비를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법은 리미니스트리트의 지원 서비스 도입이다. SW개발업체에 지불하는 '라이선스'와 '지원(메인터넌스) 서비스' 비용 중 후자를 확 낮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가 설명한 비용절감 셈법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 기업이 SAP와 계약을 200만달러에 맺었다. 이 회사는 해당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 강제 SW 업그레이드비용 80만달러, 커스터마이제이션 서포트 60만달러, 셀프 서포트 60만달러 비용을 추가 지불할 수 있다. 그럼 실제 지출은 도합 400만달러다. 리미니스트리트는 SW 업그레이드 강요를 제외한 제반 서비스를 100만달러짜리 계약으로 해결해 준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레빈 CEO는 리미니스트리트의 메인터넌스 서비스 비용이 SAP와 오라클의 50% 수준이고 두 회사가 서비스 계약에서 다뤄주지 않는 시스템상의 이슈들도 모두 대응해 준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콜센터' 응대 체계와 심각도에 따라 대응 방식을 차등화하는 '에스컬레이션 모델'을 없애고, 모든 고객사에 숙련된 전담 엔지니어를 배정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고객사에 배정한다는 전담엔지니어는 리미니스트리트 서비스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회사측은 이를 '프라이머리 서포트 엔지니어(PSE)'라 부른다. 리미니스트리트의 PSE는 세계 각지에서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엔지니어로 구성된다. 공식 지원하는 지역 언어는 15개국어다. 한국에선 한국어를 쓰는 PSE가 지원한다. 이들과 세계 각지 엔지니어 수백명과 협업해 24시간 대기한다.

한국에서도 '1고객사 1엔지니어' 체제가 보장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리미니스트리트는 지난 8월 1일부터 한국 사업을 시작해 1개월반 기간동안 고객사 25곳을 확보했다. 아직 전 고객사에 전담 엔지니어를 배정하진 못한 상태다. 본사는 일단 채용 예정인 엔지니어 3명을 인터뷰 중이고, 향후 사업 흐름에 따라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세쓰 레빈 리미니스트리트 CEO(왼쪽)와 김상열 한국리미니스트리트 대표.

김상열 리미니스트리트 한국지사 대표는 "오라클, SAP 메인터넌스에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크다는 걸 느꼈고, 한국에서 리미니스트리트같은 회사에 대한 요구사항이 크게 인식되고 있다 판단했다"며 "지사설립 후 별다른 영업활동 않고도 국내 대기업, 그룹사, 중견기업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아 대응하고 있고,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3년내 한국 고객사 100곳 확보"

리미니스트리트 한국지사는 3년내 고객사 100곳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규모가 큰 고객사일 경우 각각의 전담엔지니어를 배정하되, 규모가 크지 않은 고객사는 한 명이 두세 곳을 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인터뷰 중이라는 한국 엔지니어 3명은 NCH코퍼레이션, 엡스코, 트랜잭션네트워크서비스 등 글로벌 고객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장에서 레빈 CEO는 사업 전망을 낙관했다. 42분기 연속 매출 성장, 연평균 37% 성장률,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증가한 직전분기 매출 등 호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대표 역시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낙관했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제조, 리테일, 공공, 금융 등 어떤 분야 고객 환경에서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리미니스트리트의 급성장 추이는 수년간 추진된 SAP의 SW 유지보수 요율 인상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 2008년 SAP는 2종류였던 지원 서비스 체계를 통합하고 10% 후반대였던 유지보수 요율을 2015년까지 22%로 올린다고 통보했다. SAP는 그 역풍에 시달린 후 지원 서비스 일원화를 포기하고 요율 인상 시한을 올해까지로 늦췄다. 요율 부담이 커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리미니스트리트의 서비스는 유력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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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객사 입장에서 불안 요소가 없진 않다. 사업모델이 애초에 전통적인 SW제품 개발업체의 지원 서비스 수익을 잠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적재산권 관점에서 법정공방을 벌일 여지가 큰 탓이다. 실제로 리미니스트리트 본사는 6년 전부터 오라클과 지적재산권 시비로 두 차례 소송을 벌여 왔다. 2010년 오라클의 고소로 시작된 첫 소송은 5년만에 오라클 승소로 끝났다. 두번째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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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 CEO는 "먼젓번 소송은 배심원 평결 후 배상금 합의 중이고, 나중 소송은 앞으로 수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송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고객들의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이익을 지키려는 기득권자와 충돌하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그에 따른 저항과 충돌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