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발 금융시장 재편 멀지 않았다

디셈버앤컴퍼니 송인성 COO "온라인 파워 거세질 것"

인터넷입력 :2016/09/19 16:58    수정: 2016/09/19 17:27

손경호 기자

네이버 초창기에 네이버 뉴스와 지식쇼핑을 개발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올라웍스, 엔씨소프트를 거쳐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디셈버앤컴퍼니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플랫폼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송인성 최고운영책임자(COO)다.

포털과 로보어드바이저. 이렇다 할 접점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 그가 뛰어든 건 금융 서비스 시장도 오픈마켓이 유통 시장을 흔들고, 포털이 인터넷 시장을 접수한 것과 같은 격변이 일어날 것이란 확신에서였다.

최근 만난 송 이사는 2002년 무렵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각종 서비스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동대문에서 옷을 팔던 아저씨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나는 여러 변화들을 경험했었죠."

금융서비스에서도 온라인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엔씨소프트를 다니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디셈버앤컴퍼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금융업, 그 중에서도 고객들의 자산을 IT기술을 활용해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80~90년대에는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이 예적금과 주식과 같은 직접 투자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뒤 바이코리아로 대표되는 펀드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2010년 초까지는 투자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할지, 안정적인 투자를 할지에 따라 여러 개 증권계좌를 두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됐다.

문제는 이 방식이 개인별로 여러 개 계좌를 두는 탓에 고액자산가들에게만 서비스가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제한된 인력을 운영해 자산관리에 따르는 수수료로 수익을 내야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규모 자산을 맡긴 투자자들을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500만원~1천만원 수준의 자산을 맡긴 고객들에게 랩어카운트와 같은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송 이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액을 투자한 고객들에게도 개인화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주식이나 펀드 등을) 잘 고르면 대박, 아니면 쪽박이었다면 지금은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인도 ETF에 넣기도 하는 등 방법으로 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핵심 서비스를 개발했던 전문가 눈으로 본 디셈버앤컴퍼니는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과 비교해 어떤 강점을 지녔을까?

그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하는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알고리즘 못지 않게 이를 제대로 운용하고 필요에 따라 리밸런싱해서 목표한 수익을 내주는 운용 플랫폼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2년 간 개발한 운용 플랫폼은 수만개 계좌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이 같은 주식을 사야하는데 한 사람 것만 먼저 사주는 일이 생겨 어떤 고객들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불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향후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보급되는 시점에서 수천, 수만개 소액 다계좌가 동시에 운용될 경우를 대비한 플랫폼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포털 못지 않은 수준의 대규모 고객들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아이작(ISAAC)'이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프레퍼스(PREFACE)'라는 플랫폼 위에서 운용한다.

디셈버앤컴퍼니는 현재까지는 독자적인 서비스보다 증권사와 협업 모델을 강조한다. 증권사 내에 별도로 자사 서버를 두고 시스템적으로 연동해 증권계좌를 가진 고객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배분,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투자상품에 대해 오프라인 상에서 투자를 권유하고, 위험성을 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나머지 실제 자문, 일임 계약은 디셈버앤컴퍼니와 투자자가 온라인 상에서 비대면 계약을 통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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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에는 송 이사 외에도 포털 서비스를 다뤘던 개발자들과 삼성전자, SK플래닛 등에서 근무했던 인력들이 배치돼 있다. 개발인력 중 절반은 분산투자 알고리즘을 다루고, 나머지 절반은 플랫폼을 개발한다.

그는 가장 변화가 더딘 금융서비스도 결국에는 포털처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많은 부분들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와중에 대규모 서비스를 염두한 이 회사의 플랫폼이 얼마나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