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과학자의 로보어드바이저 도전기

파운트 김민복 박사 "알고리즘만으론 주식 시장 예측 어려워"

인터넷입력 :2016/09/14 05:46    수정: 2016/09/14 05:57

손경호 기자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도유망한 직업으로 꼽힌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 의미있는 정보를 찾아내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김민복 박사는 자본시장에 오래 몸 담았던 데이터사이언티스트다. 그는 올해 초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인 파운트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의 눈에 비친 자본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드라마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1994년 '느낌'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3형제 중 우희진의 마음을 얻은 것은 김민종이었죠. 그의 직업이 펀드매니저였습니다."

그가 주식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자본시장에 뛰어 들게된 계기다. 막연한 동경을 이루기에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김 박사가 93학번으로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처음 입사했던 현대투신운용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3개월만에 12조원을 모았던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했지만 그가 입사한 지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부실운영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폐업했다.

그가 다음 목적지는 유학길이었다. 김 박사는 코넬대에서 '오퍼레이션 리서치 앤 인포메이션 엔지니어링' 전공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0년 워싱턴대를 거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총 7년여 간 유학생활이다.

그는 수학, 통계학 등을 이용해 공학적인 이론을 만들어 내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연구를 해왔다. 현재로 따지면 머신러닝에 대한 초기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다. 당시에 대해 김 박사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도 7년이 넘게 학계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펀드매니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국내 대형 증권사에 입사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몸 담게 됐다. 초기에 그는 파생상품을 모델링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했었다. 이후에는 직접 주식매매를 해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파운트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복 박사.

■데이터 분석가 눈에 비친 주식시장은 망망대해

그의 설명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 전문가 눈에 비친 주식시장은 망망대해나 다름없었다. 박사과정 시절 세부전공으로 머신러닝을 연구했던 만큼 웬만한 공학모델은 대부분 주식매매를 위해 활용해 봤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주식시장에는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있는 탓에 알고리즘만으로는 예측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고양이 그림을 예로 들었다. 컴퓨터가 머신러닝을 활용해 고양이 그림을 학습하려면 수만, 수십만장의 고양이 그림을 보여주면 된다. 컴퓨터는 이를 여러 개 픽셀 단위로 쪼개서 반복학습한 뒤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고안한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 색들과 조합됐을 때 고양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자율주행차도 신호등 색깔, 골목길에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 주변 빌딩 등 정형화된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한다.

그러나 게임의 룰에 따르지 않고 수많은 변수가 등장하는 주식시장은 알고리즘만으로 시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로보어드바이저, 변동성 관리가 핵심"

김 박사가 로보어드바이저에 주목하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개별기업에 대해 주식을 투자하는 것과 달리 로보어드바이저가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는 것은 코스닥, 코스피, 항셍지수, 유로스탁스50 지수, 미국 국채나 회사채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가 이뤄진다. 변수가 많은 자본시장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지수를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돌려 비교적 정확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는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가 개발을 책임지고 고안한 파운트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은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낼까? 이 회사는 전 세계 주가가 요동쳤던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당시에도 코스피와 비교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6월28일 기준 파운트의 샤프지수는 저위험군에 대한 투자가 1.78, 중위험군이 0.48, 고위험군이 0.97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펀드가 위험 대비 얼마나 초과수익을 냈는지 알려주는 기준으로 쓰인다. 파운트에 따르면 샤프지수가 1을 넘는 경우는 이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김 박사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볼 때 수익률 못지 않게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서비스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웰스프론트, 베터먼트와 같은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은 '택스 하베스팅(Tax harvesting)'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쉽게 말하면 투자 과정에서 투자자가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서도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자동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투자를 통해 수익을 냈을 때, 손해를 봤을 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세금을 매긴다. 때문에 세금 관리를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가 자산관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로 손해를 보는 것과는 별개로 수익에 대해서는 무조건 세금을 내야한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에 대한 케어이자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김 박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돈을 맡기면 연간 8% 수준의 수익을 내줄게 내지는 A운용사가 잘 나간다는데 그것보다 우리가 더 높은 수익을 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개념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장기간 투자를 통해 이들이 가진 자산에 대한 변동성을 잘 관리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채권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지 않고 일정하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낮다면 주식은 코스피200지수의 경우 10%대 수준으로 변동성이 크다. 변동성이 클수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많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해야한다. 반대로 변동성이 적을 경우 수익은 낮지만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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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 요청에 따라 이러한 변동성을 관리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적어도 투자자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화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 직장인들도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과정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친숙한 이들에게 온라인으로 계약부터 투자까지 진행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언젠가 뜰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변화의 현장에 몸 담은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