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 시장 파괴적 혁신…한국은?

[4차산업혁명, 규제 개혁부터-⑧ 끝]

유통입력 :2016/09/12 15:00    수정: 2016/09/12 17:47

황치규 기자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진화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글로벌 유통 시장은 이미 거대한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급망은 물론 소비자 접점에 이르는 여러 과정에서 고정 관념을 깨는 파괴적 혁신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유통과 물류의 경계는 무너졌고 데이터 중심의 개인화된 커머스도 대세로 떠올랐다. 글로벌 유통 업체들의 개인화 서비스 역량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유통의 융합으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필요한 물건들을 배송받을 수 있는 환경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과 유통의 융합도 본격화됐다. 최첨단 IT가 유통 비즈니스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벌어지는 변화들이다.

IT와의 융합으로 사업 가치 사슬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배송이 유통 시장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들이다.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되면서 배송을 둘러싼 관련 업체 간 경쟁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드론의 결합에 기반한 무인 배송 서비스도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IT기반한 유통 혁신은 세계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혁신에 필요한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데 있어 제도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혁신의 정점 드론배송, 한국은 초보 수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미국에서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대규모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상업용 드론인 '프로젝트 윙'을 실제 음식 배달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알파벳은 그동안 미국 밖에서 드론 배송을 테스트해왔는데, 정부 허가가 나면서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도 가능성을 살펴볼 기회를 잡았다.

그 동안 미국 연방 항공국(FAA)은 미국에서 사람이 타지 않거나, 시야에서 벗어나는 형태의 드론 운영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백악관 차원에서 드론 개발을 가속화하고 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것을 감안해 드론 배송 서비스 테스트와 관련한 규제를 최근 완화했다.

유비오닉스 드론

이에 따라 이르면 2017년에는 미국에서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송 서비스가 스타트를 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구글 외에 아마존도 드론 배송을 준비중이고 스타트업인 유비오닉스는 2017년 2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도심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드론 기반 배송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라쿠텐이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단 드론의 비가시권 비행은 불법으로 간주한다. 비가시권 비행이란 조종자의 시야 범위를 넘어 안 보이는 상태로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도 정바 차원에서 시범 사업 등을 통해 드론 배송에 대한 시험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 발 앞서가는 나라들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국내 드론 배송 기술은 자율주행이 아닌 조종사가 무선으로 드론을 조종하거나 일부 자율 기능을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빅데이터 경쟁력도 떨어져

한국은 지금 드론 배송은 커녕 아마존 같은 고난도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서비스를 구현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노하우도 노하우지만 비식별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규정이 여전히 애매모호해 관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비식별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관련 업체들이 직면한 진입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나름 신경쓰고 있긴 하다. 최근엔 한국정보화진흥원을 개인정보 비식별 전문기관으로 지정, 비식별 조치 및 기업 간 데이터 결합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헷갈려하는 모습들이 계속 목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령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이걸 해도 되나 싶은 부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부담은 디지털 유통 혁신 속도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 회사들은 이커머스 회사들대로, 오프라인 유통 회사들은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빅데이터

미국, 유럽연합의 경우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비식별정보는 개인정보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는 자동차 운행기록정보 시스템 도입 이후 수익률은 업계 평균 3배, 자산가치는 지난 4년간 2배로 증가했다. 렌도는 SNS 지인 중 연체자가 있으면 신용점수가 낮아지는 신용평가점수를 개발해 중금리 대출 서비스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은 개인정보를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정의하는 반면 신용정보법령은 비식별정보가 개인신용정보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아 금융회사가 비식별정보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위치정보법이 GPS를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라서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에겐 장애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이동할 때 동선을 파악하는 것과는 많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 회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인 옴니채널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표준화 이슈도 해결 과제 중 하나

표준화 이슈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다양한 기업들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디지털로의 전환을 시도해왔다. 유통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상품분류체계 같은 것이 기업들마다 제각각인 상황이 벌어졌다. 제조사와 유통 업체들이 각각의 상품코드를 따로 쓰는 것은 기본이고, 하나의 그룹에서도 계열사마다 상품코드가 다른 경우도 수두룩하다.

상품분류체계를 표준화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사례가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경우 아마존과 같은 거대 커머스 회사들이 상품분류체계와 관련해 사실상의 표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베이도 본사 차원에서 셀러들을 포함한 상품불류체계 표준화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표준화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상품분류체계만 표준화되도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 규제 개혁부터' 이전 시리즈 보기]

4차혁명시대,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라

한국 인터넷은행 '골든타임' 놓치나

국경 허문 4차혁명, 역차별부터 없애야

자율주행 속도 車업계, 규제에 시장 뺏긴다

4차혁명 엔진된 '규제프리존' 반년째 답보

관련기사

'의료_ICT 융합' 원격의료, 10년째 헛걸음

4차혁명 핵심 클라우드, 엇박자 정책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