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핵심 클라우드, 엇박자 정책에 운다

[4차산업혁명, 규제 개혁부터-⑦]

컴퓨팅입력 :2016/09/11 08:39    수정: 2016/09/11 08:53

김우용, 송주영, 임민철 기자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연결성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은 역사상 어떤 산업혁명과도 다른 양상으로 사회를 탈바꿈시키고 있다”면서 그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그가 제시한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로봇공학, 인공지능, 사이버안보, 3D프린팅, 공유경제, 체인블록 등이다. 이중 로봇공학, 3D프린팅을 제외하면 모두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로봇공학 역시도 최근 로봇이 소프트웨어와 결합되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본다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산업 발전과 함께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기반은 취약하기만 하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신기술 분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진흥법을 만들고 규제를 풀고 있다.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걸림돌이 있다.

이에 앞서 취약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기반은 R&D 위축으로 이어져 4차산업혁명을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클라우드발전법 vs 업종별 규제 '혼란'

클라우드 분야는 4차산업 전도사인 로버트 슈밥이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은 영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 육성을 위해 클라우드발전법을 시행하는 등 나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입 장애 요소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식 뿐만 아니라 사업 실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해결돼야 할 과제다.

먼저 클라우드 발전법과 부처별 규제가 상충되는 문제가 지적된다. 클라우드 발전법 제 21조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자체 설비 구비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각 산업 업종을 담당하는 소관부처는 기존 법령이 정한 규정을 들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산설비를 의무화하고 자기사업장에 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의료법 등이 개정되면서 이 규제도 풀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 제정된 각 산업별 고시, 규정도 과거 개별 IDC 운영 환경을 기반으로 마련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설치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별도 공간구비를 의무하고 물리적 망 분리 의무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클라우드가 가야할 길이라고 공감하지만 관련 부처별 규제가 많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 전용 클라우드인 G클라우드다. G클라우드는 물리적 공간을 따로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클라우드 업체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해야 할 경우 공공 시장에는 진입할 수 없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 업계는 각 소관 부처별로 산재된 클라우드 관련 법령들에 대해 매번 해당 부처별로 유권해석이나 규제개선을 요청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매번 유권해석을 요청해야 하다보니 아예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클라우드발전법 제21조를 다른 법령에 앞서 포괄적 적용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소관부처의 전산설비 등의 요건과 관련해 클라우드 특성을 고려한 규제완화 정책이 명문화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산업이 활성화되도록 규제를 명확히 판단해줄 수 있는 전담창구 신설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수의 신성장 ICT 서비스가 여러 산업에 활용,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신성장 ICT 서비스와 산업분야별 관련 규제가 상충되거나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ICT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조율을 위한 전담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 ‘문턱’ 여전

민간 사업자에게 사실상 가로막혀 있던 공공부문 클라우드 시장 기회가 관련법 개정으로 열리는 분위기지만, 기존 제도의 문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클라우드발전법 시행 이후 'K-ICT 클라우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공공기관 10곳 중 4곳이 민간 클라우드서비스를 활용토록 하겠단 목표를 내걸었다.

공공기관에 클라우드서비스를 공급하는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창구도 열었다. 올초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클라우드스토어 '씨앗'이다. 씨앗은 민간 클라우드용 공공조달 사이트다.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과 연계해 여러 사업자 클라우드서비스를 한 곳에서 조달, 체험,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기본협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서비스를 등록, 판매하는 곳이다.

상반기 협약에 참가한 회사는 KT, LG유플러스, LG CNS 등 대기업과 더존비즈온, 한컴 등 국내 IT업체 30여곳이다.

전통적인 조달체계로는 민간 사업자가 공공기관에 클라우드서비스를 도입하기 어려웠다. 씨앗은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에게 조달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어 줬다. 기존 조달체계 대비 간단하고 신속한 입점, 투명해진 가격 결정 협의 과정, 사업자의 운영 관련 문의와 요청에 적극적인 지원 등은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다만 여전히 문턱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씨앗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 중인 사업자들은 그 운영 흐름이 여전히 기존 조달체계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씨앗 입점을 위해 기본협약을 체결한 사업자 가운데 한 곳의 관계자는 씨앗을 통한 서비스 공급 과정에 대해 "조달청과 프로세스를 연계하는 일정이 지연돼, 실제 서비스 판매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며 "서비스 규격서가 다소 복잡하고 서비스 소개 페이지의 가독성도 낮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공공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개념도

입점 사업자에겐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시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공공기관들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때, 정부가 보안성을 검증해 인증한 클라우드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 제도다.

인증 필수 요건은 ▲CC인증이 필수적인 제품군 사용 ▲클라우드 시스템 및 데이터 국내에 위치 ▲공공과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 대한 물리적 분리 ▲중요장비 이중화 및 백업체계 구축 ▲주요구간 국가 검증필 암호화 적용 등이다.

■‘헐값의 악순환’ 요원한 SW 제값받기

소프트웨어 산업을 취약하게 하는 요인으로는 낮은 단가가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낮은 소프트웨어 가격은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매출 부진은 기술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 없이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이는 다시 기술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제살 깎아먹기 수주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다.

국내 기업 및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사업은 구매와 용역으로 구분된다. 이중 용역사업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가 산정 방식을 사용하는 탓에 소프트웨어 시장가격이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공공소프트웨어사업 대가 산정에 4개의 기준을 제시한다. 실비정액가산, 컨설팅 지수, 기능점수, 요율제 유지 관리비 등이다. 이 가운데 실비정액가산, 일명 ‘맨먼스’라 불리는 산정방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실비정액가산 방식은 전체 프로젝트 기간 중 투입되는 인력의 규모에 기반을 둬 총용역 비용을 계산한다.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일하는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미래부가 이미 다양한 대가산정 방식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정부 조달 프로젝트의 용역 대가산정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는 갈수록 공공기관의 IT사업을 기피하고 있으며 사업 수주에도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기 일쑤다.

소프트웨어 제값 받기는 요원하기만 한 과제다.

IT업계는 공공기관의 대가 산정 방식이 소프트웨어 제값받기를 근본적으로 가로막는다고 지적해왔다. 기본적으로 사업 비용을 축소하려는 경향에, 추가 비용 없는 과업변경이나 업무지시 추가가 관행으로 이뤄져 수익성 전반을 악화시킨다는 얘기다.

이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식이 기능 점수방식이다. 이를 사용하면, 이 방식은 용역사업의 요구사항 기준으로 비용을 책정한다. 과업변경과 업무 지시 추가 등에 따른 예산확충을 이끌어낼수있다. 하지만, 경쟁 입찰 과정에서 저가 수주가 이뤄지므로 기능점수방식이 무의미해진다.

남성욱 카이젠컨설팅 대표 이사는 “기능점수로 대가를 산정할 때 결국은 투입인력부분을 검증해야하는데, 입찰단계에서 투입인력 검증이 되지 않는다”며“이런 기능은 이런 정도의 인력을 투입해야한다는 기준이 없어서, 결국 맨먼스로 인건비를 책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제대로 된 기능점수를 산정하기 위해 정확한 데이터를 이용해야한다”며“ 사업가격을고정하고, 서비스 품질을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하자는 아이디어도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이 IT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고품질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은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면서 큰 문제없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궁극적 목표인 고품질을 위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인식이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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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용, 송주영, 임민철 기자yong2@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