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차세대 ARM칩, 서버 시장서 큰 기회"

제리 스미스 레노버 총괄부사장 겸 데이터센터그룹 대표

컴퓨팅입력 :2016/08/31 17:45

2년전 IBM의 x86 사업을 삼켜 업계 선두그룹에 다가선 레노버가 ARM 서버 제품의 상용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레노버에게 인텔은 시장 주류인 x86 서버 사업을 위해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지만 영원히 그에 종속될 이유는 없으며, 언젠가 출시될 차세대 ARM 프로세서는 그간 특정 용도에 국한됐던 ARM서버 기술의 실용성을 확 늘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버업체 레노버의 포지션은 세계 시장서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델, IBM에 이어 매출 점유율 4위, HPE와 델에 이어 공급량 점유율 3위 제조사로 요약된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인프라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서버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솔루션의 수요와 중요성도 비례해 커질 거라 보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레노버는 테스트 중인 ARM서버 출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세대 칩의 성능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IBM 서버 사업 인수 후 직접 맡을 수 있게 된 서비스를 여전히 IBM에 맡긴 상태다. 동시에 그간 IBM과 레노버간 별개로 유지됐던 서버 제품의 브랜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업체와 개방형 파트너십 맺고 87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전반의 시장 입지 강화에 나섰다.

최근 레노버 본사 등기임원 중 한 명인 제리 스미스 총괄부사장 겸 데이터센터그룹(DCG)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접한 메시지가 이 4가지로 압축된다. 그는 앞서 레노버의 아메리카그룹 대표 겸 수석부사장, 글로벌 공급망 부문 수석부사장, PC 및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그룹(DCG의 전신) 최고운영책임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본사의 신임을 받으며 자기 의지를 곧 사업 전략 삼을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로 봄직하다.

제리 스미스 레노버 총괄부사장 겸 데이터센터그룹 대표. [사진=레노버]

제리 스미스 레노버 총괄부사장 겸 DCG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 질의응답을 다음 1문1답으로 재구성했다.

- IBM x86 서버 사업 통합한 뒤 2년간 거둔 성과를 들려 달라

x86 서버를 인수한 뒤 레노버 조직에 통합하기까지 2년이 채 안 걸렸다. 과거 IBM으로부터 PC 사업 인수하고 통합, 재정비한 뒤 업계 1위로 만드는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만든 셈이었다. 통합 후 꽤 진전이 있었다. 서버 사업이 연간 40%씩 성장하고 한국의 빠른 성장세도 지속 중이다. 또 타사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늘렸다. 파트너 중 IBM과도 협력해 온 SAP는 이제 신규 소프트웨어(SW) 개발 표준환경을 100% 레노버로 쓰고 있고,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모두 레노버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런 사례가 계속 늘거다.

- 스토리지 부문에서도 다른 회사와 협력할 계획이 있나

우린 최상의 파트너와 손잡되, 독점하려 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 쪽에서 뉴타닉스와 유사한 '심플리비티'와도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특정 솔루션 업체로 살아남기가 쉽진 않다. 대부분 통합 데이터센터 솔루션으로 판매되니까. 그런데 HPE같은 데 인수된다고 꼭 잘 된단 보장이 없다. 델은 EMC와 통합했다. IBM은 독자적인 제품 구성을 갖추려 하고 있다. 각 영역별로 경쟁력이 높지만 통합의 흐름에 도전을 받고 있는 회사들에게 레노버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 EMC와도 손잡았다가 델에 인수 발표되기 직전 협력 중단한 걸로 아는데, 거래를 알고 있었나

EMC와의 협력은 중국 시장을 염두에 뒀던 거다. 우리 쪽에도 스토리지 개발 조직 있다. 전략적 협력으로 현지 시장 발굴부터 제품 공동 개발하고 론칭하는 것까지 함께 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공동출자로) 법인설립도 고려하고 글로벌 확대 진행하려고 대대적으로 추진했는데, EMC가 델에 인수합병 되면서 백지화했다. 사실 서버 제조사가 스토리지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EMC의 포트폴리오가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델에 인수된 이유도 일정부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그 시점 이후 우리에겐 파트너십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 통합 이후에도 레노버와 IBM간 브랜드를 별도 유지하는 건 비효율적인 게 아닌지

각 브랜드와 제품 모델명 체계가 분리된 게 복잡하긴 하다. IBM의 시스템x 브랜드 제품엔 4자리 숫자가 붙고 레노버의 씽크서버 브랜드 제품엔 3자리 숫자가 붙는 체계인데. 사실 지금 브랜드통합 작업을 이행 중이다. 회사 전반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 일환으로. 다양한 안이 논의 중이라 어떤 방향이라 언급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알기 쉽게' 바뀔 거다.

- 기존 고객들에게는 IBM이 직접 메인터넌스를 제공 중인데, 언제까지 그렇게 되나

미국에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라는, 다국적기업간 인수합병거래를 심의의결하는 기관이 있다. IBM이 사업을 매각한 이후에도 한동안 서비스를 맡는다는 게, 당시 서버사업 매각 승인 조건에 포함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국방부같은 정부기관에 납품을 하려면, 수용하는 게 레노버에도 유리했다. 조건 시한이 최장 5년이었다. 이제 2년 지나 3년 남았다. 우리가 원하면 직접 서비스하는 체제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당분간 현행 유지가 우리에게 유리하다. 판매망을 비롯한 글로벌 IBM 통합파트너 관계가 얽혀 있어서. 더 나은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독립할 거다. 언젠간 다른 인프라부문 서비스에 통합되겠지.

- 경쟁사는 ARM서버 출시(HPE)했거나 연구 중(델)인데, 계속 인텔칩 서버만 팔 건가

인텔에 종속될 이유는 없지만 대다수 고객이 원하는 모든 플랫폼을 수용하는 게 회사 전략이다. 서버 시장서 인텔칩 비중이 97~98%니까 중요한 파트너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면 ARM서버도, 파워칩 서버도 만든다. ARM 기술을 활용한 서버 제품은 지금도 있다. 특정 용도로 공급 중이다. 범용 라인업이 아닐 뿐이다. 아직 ARM은 인텔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좋지만 처리성능은 떨어진다. 그런데 차세대 ARM칩은 두 가질 다 잡았다고 한다. ARM 특유의 에너지 효율에 인텔 수준의 성능을 낸다고. 우린 이런 기술에서 큰 기회를 보고 있다. 인텔같은 성능을 내며 에너지를 덜 쓴다면 (유럽처럼 에너지 정책이 특히 엄격한 국가 지역에선 특히) 고객이 당연히 그걸 원할 거다.

- 앞서 전 직장(델)에서나 레노버에서 컨슈머 쪽 일을 한 거 같은데, 레노버는 왜 당신에게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맡겼는지

난 공급망 관련 일로 시작했지만 이후 레노버에서 아메리카 지역 비즈니스를 총괄했고, 당시 PC 비즈니스를 비롯한 실적이 꽤 좋았다. 미국 지역 시장에서 레노버가 성장하고, 이제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주요 역할을 했다고 회사가 인정해 준 것. 올해 엔터프라이즈 강화 계획이 가동됐고, 그 연장선에서 내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맡았다고 본다. 이제 엔터프라이즈가 회사의 성장 동력이고, 기존 내 경험이 향후 디바이스와 데이터센터를 잇는 IoT 비전에 유리한 포지션일 수 있다.

- 레노버는 제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미국에선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원격서비스같은 개념이 화두다. 단순히 디바이스와 엔터프라이즈 인프라간 연결만으로 되지 않는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처럼 대규모 애널리틱스를 전제한다. 자율주행차 주행시 초당 2기가바이트(GB)를 넘는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온전한 주행을 위해 이런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한 성능을 뒷받침할 IoT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할 것. 이런 수요가 제4차산업혁명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라 본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IoT 준비하는 기업이 많은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기사

- 글로벌 데이터센터인프라 시장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갈 거라 보나

수요가 얼마나 폭증할지 예측불가한 상황이 될 거다. 자율주행차도 IoT기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빅데이터분석을 요한다고 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운전자가 1명일 때와 여러명일 때 필요한 인프라는 전혀 다르다. 지금은 하나 둘씩 서비스 이용자 증가 추세를 보고 증설하지만, 대략 5년쯤 뒤 모든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수준이 되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 각각의 수요를 짐작하기 어려울 거다.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나 거기에 네트워크를 통합한 하이퍼컨버지드처럼 유연한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레노버는 이런 시장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다.